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24 낙화놀이, 수면 위로 떨어지는 불꽃의 향연
이보다 더 뜨거울 수는 없었다. 지난 8월 5일과 6일 두문마을에서 열렸던 열여섯 번째 안성낙화놀이 축제는 화끈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찬 인파 속에서 3000개의 낙화봉이 타들어 가며 수면 위로 떨어지는 불꽃의 향연은 가히 장관이었다. 안성 낙화놀이 축제는 안성면 금평리 두문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매년 해오고 있는 축제다.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나무에서 마을의 안녕과 평온을 기원하는 대동제를 지내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낙화놀이 시연까지, 축제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
저녁 9시. 두문마을 낙화놀이 보존회 서홍원 총무가 낙화놀이 시작을 알리며 “낙화놀이는 눈과 귀로 보고 듣는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입니다. 잠시 소음 행위를 멈춰 주시고, 불꽃이 춤추는 순간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낙화봉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일순간 고요가 흐른다.
낙화놀이는 ‘줄불놀이’, ‘줄불이’라고도 하는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다. 불꽃이 쏟아지며 바람결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꽃이 떨어지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낙화(落花)’놀이로 불린다. 두문마을에서 낙화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조선 후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본래는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과 사월 초파일(음력 4월 8일), 단오(음력 5월 5일)에 모내기를 끝낸 농부들과 선비들이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낙화놀이 전수관 위쪽 마을 저수지에서 낙화놀이를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마을 서당인 흥감재 앞 논에다 물을 가득 채우고 굵게 꼰 새끼줄을 가로질러 걸어 낙화놀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일제 강점기인 1939년 무렵에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 1대 보존회장을 지낸 박찬훈 옹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낙화놀이를 복원하였고, 2009년에는 두문마을 낙화놀이 보존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낙화놀이 알리기에 나서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주 반딧불축제장에서의 시연이다. 무주 반딧불축제는 안성 낙화놀이를 세상에 알린 첫 신호탄이 되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낙화놀이에는 두문마을 주민 대부분이 참여한다. 마을 저수지에는 총 네 군데의 시연대에 열 개의 줄이 걸려 있다. 한 줄을 3인 1조가 맡아 총 30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낙화봉에 불을 붙이고 줄에 낙화봉을 매단다. 이날 태워진 낙화봉은 총 3000개. 40여 분 동안 낙화봉은 서서히 타들어가며 저수지 위에 불꽃이 휘날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낙화놀이의 백미는 줄에 걸린 낙화봉이 타들어가며 내는 소리와 함께 바람의 방향에 따라 불티가 불꽃이 되어 수면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두문마을을 ‘불꽃이 춤추는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낙화놀이의 주재료인 낙화봉은 뽕나무 숯가루와 소금, 말린 쑥 등을 한지로 감싸 만든다. 우리나라 몇몇 지역에 낙화놀이와 비슷한 전통 놀이가 전해 내려오지만 낙화봉을 만드는 재료는 다르다고 한다.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을 즐겁게 하는 것이 바로 낙화봉을 만드는 두문마을 주민들만의 비법인 셈이다.
산청에서 낙화놀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이상대 씨는 “하늘 위로 펑펑 쏘아대는 서양식 불꽃놀이만 봐왔는데, 작은 낙화봉이 여럿이 모여 이렇게 멋진 불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라며 “화우(火雨)가 떠오른다. 이런 연출을 가능하게 한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할 뿐이다.”라고 처음으로 낙화놀이를 본 소감을 전했다.
20분쯤 지나면 낙화놀이는 절정에 이른다. 3000개의 낙화봉에 모두 불이 붙고 10개의 줄에 걸린 낙화봉 불꽃은 하나로 연결 된다. 직접 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다. 이쯤 되면 누구랄 것도 없이 감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와~와~”, “최고다”, 어떤 이는 “눈물이 날 것만 같다”라고도 한다. 소시지만 한 작은 낙화봉이 타들어가면서 만들어 낸 불티가 불꽃이 되어 춤을 추는 시간이다.
“30여 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꼬박 이틀에 걸쳐 만든 낙화봉을 40분만에 다 태우고 나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만든 수고에 비해 너무 짧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양식 불꽃놀이에 비하면 낙화놀이는 서서히 타들어 가면서 감동을 주기 때문에 그 여운이 길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한 보존회 서홍원 총무는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됐던 축제를 진행하게 된 감동과 더불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안성 낙화놀이는 마을축제와 반딧불축제 기간에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국 축제장에서 초청을 받아 두문마을 주민들이 직접 가서 낙화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2022 춘천 마임축제’를 다녀왔으며, 9월에는 남원과 경기도 일산에서도 시연을 할 예정에 있다.
[알고 가면 좋은 TIP]
안성 낙화놀이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하는 제26회 무주반딧불축제에도 볼 수 있다. 남대천에서 총 4회에 걸쳐 진행한다. 1회 3000개씩 총 1만 2천개의 낙화봉을 태운다. 무주읍 남대천 시연장은 두문마을에 비해 줄의 길이가 두 배는 더 길어 훨씬 더 장엄한 장면을 연출한다. 낙화놀이 체험문의 063-322-9878(안성낙화놀이전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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