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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무주 옛길) 마실 가고 학교 가던 옛길 ‘금강맘새김길’

by 눌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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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가고 학교 가던 옛길 금강맘새김길을 지나 한 해 끝과 시작을 향로산에서....

이즈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다름 아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일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올 일 년을 되돌아보니 그래도 나름 잘 살았다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아쉽고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혹은 새로 맞이할 새해의 각오를 세우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향한다.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바라보며 묵은해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무주읍 주민들이 매년 새해맞이 행사를 하는 향로산에 올랐다. 향로산 전망대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무주에서 몇 안 되는 장소다. 특히 큰 수고로움 없이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곳이다.

향로산 전망대 일몰. 무주읍내와 앞섬마을 사이 첩첩이 쌓인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후도교~북고사~향로산 전망대

향로산을 오르는 길은 두 군데다. 무주읍 내도리 후도교에서 출발하는 금강맘새김길을 따라 북고사에서 곧장 오르는 길과 무주읍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향로산 숲길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향로산 숲길은 오산리와 정수장, 무주고등학교 등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접근하기 쉬운 길을 택하면 된다.

금강은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군산 앞바다로 흘러간다. 그중 무주를 지나는 구간은 30km, 걷기 좋은 옛길 두 곳이 강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은 금강변마실길금강맘새김길로 강변의 운치를 즐기며 한가롭게 걷기에 좋은 길이다. 특히 금강맘새김길은 강을 따라 걷다 향로산 전망대로 향하는 숲길로 이어지는데 시원스럽게 탁 트인 강변 풍경과 울창한 소나무 숲의 정취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뒷섬마을 주민들이 손수 정으로 쪼아 길을 냈다는 질마바위

시작은 뒷섬마을 입구 후도교다. 다리를 건너 강변으로 내려서면 잘 정돈된 옛길을 만난다. 잠시 반듯한 길이 이어진다. 산자락에 바싹 달라붙은 이 길은 오래전 뒷섬마을 아이들이 책보를 짊어지고 학교를 가던 길이다. 지금은 앞섬과 뒷섬에 다리가 놓여 있지만, 다리가 없던 시절의 얘기다. 기억하건대, 그 시절에는 다리가 있었다고 해도 다들 십 리 길 정도는 걸어서 다녔다.

강을 따라가던 길은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지난다. 질마바위다. 마을 주민들이 손수 정으로 쪼아가며 길을 냈다고 전해진다. 질마바위 아래 강변에 세워진 작은 표지석에는 희미하게 ‘1971520이라고 쓰여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얘기다. 당시 강 건너 앞섬마을 아이들은 나룻배를 한 번만 타며 읍내로 나갈 수 있었지만, 뒷섬마을에서는 강을 두 번 건너야 했다. ‘금강맘새김길은 강을 건너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아버지가 길을 만들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던 길이다.

후도교 아래 강변을 따라가는 ‘금강맘새김길’

질마바위를 지나 약 1km쯤 지나면 길은 산으로 향한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면 강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사선 모양의 길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점점 가팔라지던 숲길이 끝나고 북고사로 이어진 도로가 나오면 곧 북고사에 닿게 된다. 북고사는 조선 개국 직후 무학대사가 무주의 지세를 보완하고자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절에서 나와 능선을 넘으면 무주읍에 닿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향로산에 올라야 금강맘새김길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북고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웅전 옆으로 오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읍내 방향으로 이어진 산길이다.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700m로 무주읍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는 향로산 숲길구간이다. 15분 정도면 향로산 정상에 오른다.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정자에 서면 멀리 길의 시작점인 후도교와 걸어왔던 강변길이 뚜렷이 보인다. 뒤로는 우람한 적상산의 바위 절벽이, 그 뒤로는 덕유산이 보이고, 맞은편으로는 금산 땅까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금강이 휘돌아 가는 앞섬의 물돌이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예천의 회룡포 못지않은 절경이다. 사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절경을 무주읍 주민들만 알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향로산 산책한다는 무주읍에 사는 한 주민은 사철, 아니 매일 풍경이 다르다라고 했다. 향로산은 무주에서는 뒷동산 수준의 해발 420m 높이지만 1천 미터급 산에 올라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무주읍 주민들의 산책로인 ‘향로산 숲길’의 소나무 숲

잠시 사방 전경을 감상하는 사이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겨울철 해가 떨어지는 방향은 무주읍내와 앞섬마을 사이 첩첩이 쌓인 산 너머다. 하나둘 무주읍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너나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는다. 한 주민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건강이죠. 가족 모두 아픈데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 무주 사람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건강, 평화, 행복.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해가 산 너머로 사라졌다. 일순간 고요가 밀려왔다. 멀리서 들려오던 물소리, 바람 소리, 심지어 새들의 소리마저 이 순간만은 고요했다. 고요함 속에서 다가올 새해에 대한 소망을 잠시 빌어본다.

어둠이 더 짙어지기 전에 길을 서둘렀다. 올라온 길을 뒤로 하고 제2 전망대 방향의 능산을 걷다가 약수터로 내려섰다. 이 길은 무주고등학교를 지나 읍내로 이어진다.

향로산 전망대

[알고 가면 좋은 TIP]

후도교에서 무주 읍내까지 거리는 약 4km로 두 시간 내외 소요된다. 해가 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일몰 시간을 사전에 확인하고 최소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사진을 찍는다면 해가 넘어가는 순간보다, 해가 질 무렵의 붉게 물든 풍경이 더 아름답다.

읍내 뒷산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 된다. 겨울 산행은 기본 장비를 갖추는 게 좋다. 아이젠과 장갑, 방한복은 필수다.

무주신문 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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