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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3월에 피는 야생화 4종 (너도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얼레지)

by 눌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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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난 봄의 전령. 이른 봄 가장 먼저 피는 너도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얼레지

남쪽에서 꽃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매화, 산수유, 심지어 벚꽃 소식까지. 하지만 무주의 봄은 아직 이르다. 섬진강에 벚꽃이 흩날릴 즈음에서야 무주에서는 매화가 피고 산수유꽃이 핀다. 긴 겨울 끝에 만난 봄 날씨 때문인가? 봄의 전령을 기다리는 심정이 더욱 간절하다. 오래전, “봄은 숲으로 먼저 찾아온다라고 했던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만난 심마니의 말이 떠올랐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났으니, 야생화의 보고(寶庫)인 적상산으로 향했다.

노루귀

야생화의 보고, 적상산

우리나라의 들과 산에서 나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무려 300종이 넘는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잡초라고 불리는 것들도 이른 봄에 나는 새순은 대부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들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은 코딱지풀이라고도 부르는 광대나물과 개불알풀꽃이다. 꽃이 앙증맞은 광대나물 새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봄이 무르익으면 민들레, 씀바귀 순이 올라온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민들레나 씀바귀는 나른한 봄날의 입맛을 돋우는 밥도둑이다.

숲으로 들어가 보자.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상산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너도바람꽃이다. 짐작했겠지만, 너도바람꽃과 이름이 비슷한 4월에 피는 나도바람꽃도 있다. 너도바람꽃 군락지는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다. 언제나 그렇듯, 새봄 첫 야생화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렌다. 한 발자국 뗄 때마다 가슴은 두근거린다. 꽃이 피었을까? 예상대로 몇 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계곡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순백의 너도바람꽃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다. 꽃은 1원짜리 동전만 하다. 워낙 작아서, 그 자리에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너도바람꽃

3월의 적상산 야생화는 너도바람꽃을 시작으로 복수초, 노루귀, 꿩의바람꽃, 산자고, 현호색 등이 차례대로 피어난다. 특히 복수초는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가 적상산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북서쪽 산사면에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핀다. 키가 좀 더 큰 개복수초도 있지만, 적상산에는 키가 작은 복수초만 자란다. 복수초는 언 땅을 비집고 눈을 녹여 꽃을 피운다 하여 얼음새꽃이라고도 부른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에는 ()’장수()’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꽃말은 영원한 행복’. 눈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 해서 설연화(雪蓮花), 얼음 사이에서 꽃이 핀다고 해서 빙리화(氷里花)’ 등의 이름도 갖고 있다. 박완서 작가는 그의 에세이 꽃 출석부2’에서 어느 날 아침 화단에 피어 있는 샛노랗게 빛나는 복수초를 보고 순간 (중학생 아들의) 교복 단추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라고 했다. 이처럼 복수초는 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복수초

4월에 들어서면 야생화의 여왕이라 불리는 얼레지가 핀다. 얼레지는 주로 덕유산 일대에 군락지가 있다. 얼레지는 연보랏빛으로 봄에 피는 다른 꽃에 비해 꽃이 크고 화려해 한번 보면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침에 해가 들면 밤새 오므리고 있던 꽃잎을 활짝 펼쳤다가 한낮이 되면 꽃잎이 뒤로 젖혀진다. 그 모습이 마치 멕시코 모자를 닮았다. 얼레지라는 꽃 이름 역시 꽃이 활짝 핀 모습이 얼레빗을 닮아서, 또는 얼룩덜룩한 잎의 무늬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꽃말은 바람난 여인’, 가는 대궁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듯하다.

노루귀라는 독특한 이름의 꽃도 이즈음에 핀다. 노루귀는 꽃이 먼저 피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같은 장소에서 피는 꽃도 보라색과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하다. 역시 꽃은 작고 앙증맞다. 온통 잿빛인 이른 봄, 숲에서 우연히 노루귀를 만난다면 마치 보석을 만난 기분이 이러할까? 노루귀는 물론이고 복수초나 얼레지를 처음 본 느낌은 비현실적이었다.

얼레지

3월에 피는 야생화는 대부분 키가 작고 꽃도 작다. 가는 대궁은 보기만 해도 안쓰럽다. 심지어 응달진 골짜기에는 잔설이 가득한데도 한 뼘이 채 안 되는 여리디여린 야생화는 언 땅을 비집고 올라와 눈을 녹여 꽃을 피운다. 여리지만, 강한 생명력! 이것이 봄의 야생화다.

무주신문 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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