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 깊은 산자락에는 어김없이 사람의 마을이 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곳. 더이상 오를 수 없는 산꼭대기 오지마을을 찾아갑니다.
산으로 오릅니다. 길은 하늘금과 맞닿은 사람의 마을에서 끝이 납니다. 산꼭대기 오지마을에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산자락 빼꼼한 틈이라도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산수유 나무가 심어져 있고. 돌담을 층층이 쌓아 올린 다랭이 논은 농부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첩첩산중에도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산과 농토의 경계에는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경계와 구분의 차이를 느껴봅니다.
오지마을이 다 그렇듯. 이곳 또한 물이 좋습니다. 눈 녹은 물이 흘러 철철 넘치는 계곡에는 바람을 만난 버들강아지가 춤을 춥니다.
이런 오지마을에 범죄가 있을리 없지요. 산에 살때 "무섭지 않아요?" 란 말을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질문이겠지요. 하지만. 산중에는 무서울 게 없습니다. 딱 하나. 제가 가장 싫어 하는 뱀이 가장 무서운 적이 아닐까 합니다. 뱀도 건들지 않으면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비겁하게 뒷통수치는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니까요. 도둑은 주로 도시에 서식합니다.
해발이 높고, 앞이 훤히 트인 산꼭대기 마을에는 핸드폰이 빵빵 터집니다.
봄농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넓은 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부지런한 우리 조상들은 구석구석 농토를 개간했습니다. 확인하진 못했지만 학교 터가 아닌가 합니다.
10여 그루의 당산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따뜻한 남쪽나라라 다르군요. 산꼭대기지만 대나무가 많습니다.
일곱가구가 사는 마을에는 빈집이 더 많습니다.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요.
농촌의 현실은 암담합니다. 가장 중요한 학교가 없습니다. 도시로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아이들의 숫자 또한 줄어든 농촌의 학교는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통폐합이라는 무시무시한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피해는 농촌의 피폐화를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아이들을 기다려주는게 교육 아닐까요. 단 한명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학교는 있어야 합니다. 교육은 잔머리나 굴리는 숫자놀음이 아니니까요. 숫자가 적다고 학교를 문닫으면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요. 물론 통학버스가 있습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아이들에게 하숙비를 준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하숙을 시키라는 것이지요. 결국 '농촌을 떠나라!'는게 우리의 교육정책이고 현실입니다.
강원도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남쪽이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대부분의 집들은 눈이 잘 녹고 잘 흘러 내리는 양철지붕입니다.
산마을에는 산수유를 무더기로 심지 않습니다. 부족한 농토 탓이겠지요. 밭두렁에 콩 심 듯, 빈틈을 이용한 모습입니다.
산중 오지마을에서 만난 봄꽃은 더 화사해보입니다.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풍경에. 산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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