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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고갯길을 오르다 볼 일이 급했습니다. 급히 도로 변에 차를 세우고 골짜기 안으로 몇 발자국 걸어들어가 볼 일을 봤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황금단추가 반짝이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머릿속으로 복수초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설마... 설마 복수초가 이런 도로 변에 있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황금단추는 복수초였습니다.
몇해 전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복수초 군락지를 어제 찾았습니다. 예상대로 50%는 개화를 했더군요.
적설량 5cm 정도의 눈이 내린 다음날이라 설중 복수초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눈 한방울 남지 않고 다 녹아버렸더군요. 아쉽지만. 눈 녹은 물에 촉촉히 젖어 힘있게 솟구치는 복수초의 대궁을 보았습니다.
내가 운이 좋는건가.... 생각해봅니다. 볼 일보러 갔다가 이런 복수초 군락지를 만나게 됐으니 말입니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은 그 특징이 뚜렷합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토질과 주로 서식하는 골짜기의 방향이 다릅니다. 제가 만난 복수초는 대부분 북서쪽으로 트인 골짜기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빛이 잘 드는 그런 장소들이죠. 그런 특징을 잘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촉촉한 흙과 적당한 빛이 강한 생명력을 만들었나 봅니다. 아무데나 살지 않는 독특한 성격이죠.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복수초나 노루귀, 변산바람꽃 등은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제 찾아간 곳도 산자락을 온통 노랗게 물들일 정도죠. 물론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한낯 묵은 이파리 정도로 보일 수도 있으까요.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저 아래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수시로 지나갑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꽃을 찍고 있다 그래도 "이 겨울에 무슨 꽃이야..."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은 강심장을 갖고 있나봅니다. 언제 어떻게 위해를 가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도로 변에 무더기로 피어나니 말입니다.
들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절대 그곳을 알려주지 않는 불문률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 혼자 보고 즐기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서죠.
이따금 무분별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작품 하나 만들겠다고 그 여린 꽃을 뽑아 다른 곳에 옮겨 찍는다거나, 집에 가서 혼자 보겠다고 뽑아 가는 사람들까지요. 물론 서식 환경이 변한 여린 꽃은 대부분 죽고 맙니다. 보고 싶으면, 그곳에 가면 되는데... 녀석들은 또 다음 봄에도 어김없이 찾아 올텐데 말입니다.
게으른 소리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이따금 펜션 주변에 이러이러한 꽃을 심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따로 심고 가꾸는 꽃이 너무 없어 그러는 것이죠. 그럴때 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변에 널린게 꽃인데 굳이 따로 심을 필요가 있을까요..."라고요. 제가 좀 게으르거든요.^^
조상들이 주변의 산과 강을 하나의 정원으로 꾸몄던 지혜를 생각해보면 간단한 얘깁니다. 옛 사람들은 집을 지을때도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했다는 것이죠. 소쇄원 같은 경우입니다. 내 땅이 100평이면 그 100평 만을 보지 말고 집 주변의 산과 계곡까지 생각해서 집을 짓는 다면 더 멋진 집이 되겠지요.
저희 집 정원에는 해발 1,034m의 적상산과 크고 작은 계곡들이 있습니다. 6월이면 집 주변이 거대한 개망초 군락으로 변하고, 여름이면 달맞이꽃으로 노랗게 물듭니다. 모두 다 합치면. 아마도 수백 만 평은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저는 대단한 땅 부자입니다.^^
또 다른 복수초 -- >> http://ozikorea.tistory.com/483, http://ozikorea.tistory.com/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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