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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적상산에는 천년고찰 안국사가 있다.
그 외에도 역사 속 사찰은 몇 더 전해져 온다.
펜션 '언제나 봄날' 뒷산이 적상산이다.
집에서 바라 보면 거대한 단애(斷崖)층이다.
다들 미리 겁먹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절벽때문인데.
등산로는 절벽을 모두 비켜지나간다.
오히려 이런 단애를 구경하기 조차 힘들다.
등산로만 본다면 육산에 가깝다.
뒷집 식당 아주머니 왈,
"옛날에 저 절벽 밑에 암자가 있었는데, 스님이 아홉 분이나 살았데요."
봄꽃 얘기가 나와서였다.
암자터에 가면 꽃이 많다고. 가보란다.
"이판나물도 많고, 금낭화는 말도 못해요."
이판나물은 나중에 알고보니 윤판나물이었다.
궁금하다. 안가본 길이니 더 궁금하다.
며칠 장거리 여행을 했더니 몸도 무겁고.
무거운 몸 푸는데는 산행이 최고기에.
그 암자 터를 찾아서 산을 오른다.
우리 동네에도 매화나무가 있었나?
적상산을 배경으로 매화꽃이 만발했다.
저 절벽 아래 어디쯤에 암자터가 있다.
예상했던데로 길은 사라졌다.
낙엽더미만 수북히 쌓인 산길을 오른다.
그냥. 앞만 보고.
얼마나 미끄러운지 손에 들었던 카메라를 배낭에 다시 넣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그런지 이런 거대한 다래나무도 볼 수 있다.
강호동 허벅지만하다.
진짜다. 비교를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 굵은 다래나무는 처음본다.
저 나무를 자르면 수액이 펑펑 쏟아지겠지.
산꾼들은 물이 없을때 이 다래나무 수액을 받아 마셨다.
여기서 산꾼이란 산악인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산이 농토고, 밥줄인. 산중 사람들이다.
실제로 경험해 본 바로는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양의 수액을 받을 수 있다.
아, 강호동 씨 미안합니다.
절벽 가까이 다가가자. 거대한 협곡이 나타난다.
산 아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곳이다.
집에서 늘 보던 바로 그 절벽.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다.
현호색 사진을 찍는데. 뭔가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순간.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바로 저 멧돼지 눈과 마주쳤다.
뒤로 나자빠질뻔 했다.
살아 있는 녀석인 줄 알고.
맹수에 가까운 정말 드러운 성질을 가진 녀석이. 왜 저 꼴이 되었을까.
올무의 흔적도 없다.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진 흔적까지.
동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아마 굶어 죽었을 것이다.란 대답.
어느 산을 가든 멧돼지의 흔적을 많이 만난다.
그만큼 개체수가 많아 졌다는 얘기다.
농가 가까이 심은 곡식 피해는 많지만.
산행 중 사람을 해쳤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깊은 산중을 혼자 돌아다니는 일은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
멧돼지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산란기나, 또 새끼를 데리고 다닐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모성애가 가장 강한 동물이 멧돼지라고 한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암자터 바로 옆 폭포다.
비가 올때 아니면 수량이 적어 폭포의 진면목을 만나기란 어려울 것 같다.
스님들은 이런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은 마르지 않기에.
물맛이 좋다. 달다.
폭포 위로 올라갔다.
물론 길은 전혀 없다.
왜 쓸데없이 올라갔던가. 무지 고생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카메라 보호하느라 편하게 넘어지지도 못했다.
폭포 위에서 우리 동네가 보인다.
한번 와보고 싶었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 절벽 위에 올라보고 싶었다.
세상이 다 내려다보인다.
가을 분위기다. 바람이 적다는 얘기가 되겠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본 암자터.
입구는 좁고 안은 넓은 지형이다.
바람도 적고, 물도 있으니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셈이다.
왼편 절벽 안쪽이 절터.
세상이 죄다 발아래 펼쳐진다.
이런 곳에서 수행한 스님은. 아마도 큰스님이 되었으리라.
길없는 산을 네시간 걸었다.
꼭 뭔가를 찾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걸었다.
너덜지대가 많아 발바닥에 불이난다.
허벅지며 종아리에는 알이 통통하게 찼다.
오늘저녁 메뉴는 알탕이다.
산행 중에만난 봄꽃들 -- >> http://ozikorea.tistory.com/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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