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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길'에서 흥분한다.
나무하러갔다. 농띵이 치는김에 느긋하게 놀아보자.
뭐. 이런 기분으로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창마을에서 그 윗마을인 길왕마을까지입니다.
지난 겨울 폭설이 내렸을때 다녀왔던 길(http://ozikorea.tistory.com/451)은 임도였고.
이번에 걸은 길은 말 그대로 옛길입니다.
트레킹을 즐겨합니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그렇고.
그냥. 걷기죠.
산보다는. 정상을 향해 죽어라고 오르는 산행보다는.
산책같은 발걸음으로 가볍게 걷기가 좋습니다.
시간이 길수록 좋고요.
보통 서너 시간 정도면 좋겠지요.
산중 한가운데 저런 길을 만나면 흥분합니다.
묘한 카타리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가고싶다. 걷고싶다.는 참을 수 없는 욕망이 끓어오릅니다.
팔자라구요?
트레킹이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집단 이주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행하면서 사색하는 여행'을 말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트레킹의 좋은 점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덧붙여 즐길 수 있도록 오지를 찾는 '오지트레킹', 들꽃을 주제로 한 '들꽃트레킹' 등 근사하게 만들어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결국 트레킹은 목표 정복에 의미를 두는 운동이 아니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느 때건 최소한의 준비, 그러니까 운동화나 등산화 같은 편한 신발 정도만 있으면 그냥 걸으면 되는 것이 트레킹인 것이다. 낚시꾼의 차에 늘 낚싯대가 실려 있듯, 편한 신발 한 켤레쯤은 갖고 다니는 것도 좋다. 처음엔 한시간, 그 다음엔 두시간, 이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걷는 일이 즐거워 질 것이다.
나이탓이야. 하시겠지만.
20대부터 옛길을 즐겨찾았습니다.
문경새재나 대관령 같은 유명한 길 말고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사람의 길이 좋습니다.
흙냄새 폴폴나는.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있는 옛길 말입니다.
서창마을에서 길왕마을 가는 길은 그런 길입니다.
산중마을 하나가 없어지면서 길은 희미해졌지만.
요즘 같이 풀이 없는 계절에는 뚜렷한 옛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수십, 수백 년 걸었던 길이니까요.
깊은 산중에서 머위를 만나면.
그건 필시 사람이 살았던 곳입니다.
금낭화도 마찬가지고요.
누군가 심어 가꾸던 것이죠.
사람이 떠난 후 자연번식을 해서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줌 뜯어다 쌈싸서 드시면 좋습니다.
사람이 떠난 길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산괴불주머니가 길 한가운데 턱 버티고 서 있습니다.
"비켜 줄래? "
"이 길의 주인은 나라구!"
그렇지. 난 객이고. 넌 이 길의 주인이지.
옛길의 흔적은 이렇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사람이 손수 쌓은 돌담은. 이렇듯 오랜세월 잘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길의 흔적을 따라 걸으면서도.
이 길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했습니다.
예상했던데로 적중했습니다.
무주 IC 못미쳐 있는 길왕마을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소나무구나. 했지요.
고가도로는 대전-진주 고속도로고.
그 뒤로 보이는 길은 얼마전에 확장된 19번국도입니다.
나무하러가서. 장화신고 그대로 걸었습니다.
발바닥에 불이 납니다.
양말은 축축하고요.
길없는 산을 오를때는 장화가 최고입니다.,
특히 여름같은 경우에는 뱀이도 걱정없습니다.^^
하지만. 트레킹용으로는 최악입니다.
한나절 걸었더니. 하늘이 노랗습니다.
파랗다고요?
제 눈에는 분명 노랗게 보입니다.^^
[tip] 적상산 등산로 입구 서창마을에서 길왕마을까지 다녀오는데는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볍게 걷기에 딱 좋은 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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