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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설악산에서는 '설악산'이 보이지 않는다.

by 눌산 2009. 3. 30.








모 산악잡지에서 전문 산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이 어디냐고. 대망의 1위는 점봉산이 차지했습니다. 오래전 얘기입니다만. 의외의 결과였죠.

점봉산이 1위를 차지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설악산이 가장 잘 보이는 산이 점봉산이라고 합니다. 남설악, 그러니까 한계령 남쪽의 점봉산은 일명 평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완만한 산세와 평평한 지형은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작은점봉산과 그 아래 곰배령은 야생화의 천국으로 유명합니다. 해발 1,119m 곰배령 정상에 펼쳐진 초원은 6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온갖 야생화가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저는 이곳에 '천상의 화원'이라는 근사한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살악산이 가장 잘보이기 때문에 점봉산을 좋아한다."
그렇습니다. 설악에 가면 설악이 보이지 않습니다. 줄줄이 이어서 오르는 등산객들의 엉덩이만 보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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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적상산 아래 서창마을로 이사온 후 처음으로 앞산에 올랐습니다. 적상산 맞은편 산이죠. 설악을 만나기 위해 평산에 올랐던 것처럼 말입입니다. 뒷동산 수준의 낮은 산이지만 15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 수고가 따릅니다. 산정에 서면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이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마을 입구에 턱하니 버티고 선 저희집도 보이고요.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 사천리 서창마을은 200mm 렌즈로 마을 전경을 모두 담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한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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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 어르신댁과 순두부가 맛있는 선배식당, 등산로 입구 산촌식당까지 마을 어르신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에 딱입니다.^^ 옹기종기 모인 한지붕 아래 여섯 가족 모습이 정겨워 보이죠? 빈집이 더러 있지만 주민은 모두 여섯 가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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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m 하나만 들고 올라갔더니 적상산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철탑이 가깝게 보이고, 그 너머에는 안국사가 있습니다.

별 생각없이 올라갔다가 뜻밖의 수확을 거뒀습니다. 고사리밭을 발견한 것입니다. 고사리야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상당한 양이라는 얘기죠.  하지만 고사리는 다른 나물과는 달리 가격이 꽤 나가는 상품이기에 마을 주민들과 치열한 경쟁이 필요할 겁니다. 사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중국산이 판치다 보니 맛과 질이 월등히 뛰어난 국산 고사리는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이 많이 뜯겠죠.^^

곧, 나물철이 되면 취나물이랑 고사리랑 많이 뜯어야 되는데.... 함께 먹을려면요. 하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 난 것 같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경쟁하기에는 제가 좀 딸리니까요. 쨉이 안된다는 얘기죠.^^

아. 또 하나 수확이 있습니다. 근사한 일몰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15분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지만 탁트인 전망이 일몰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아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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