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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오지

정선 단임골에 사는 42년 전 귀순한 리영광 씨와 그의 부인 꽃순이

by 눌산 2009.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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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단임골 사는 42년 전 귀순한 리영광 씨와 그의 부인 꽃순이


남한강 최상류 오대천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협곡입니다. 앞산 뒷산에 빨랫줄을 걸어도 될만큼.

봄이면 철쭉이 계곡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옥수가 콸콸 넘쳐흐릅니다. 그도 그럴것이 오대산 우퉁수에서 발원해 첩첩한 산중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 땅의 허파와도 같은 곳이니까요.

오대천으로 흘러드는 크고 작은 지천 중 단임(丹林)골은 단연 으뜸으로 칩니다. 장장 20리가 넘는 긴 골짜기는 여행 좀 한다는 꾼들에게  이미 소문난 곳이지요.



단임골이 세상에 알려진 건 아마도 이 분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42년 전 22살때 귀순한 리영광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리영광 씨의 고향은 개마고원입니다. 42년 전 귀순한, 귀순 1세대로 20년 전 단임골에 정착했습니다.
그의 귀순 동기는 세계일주였다고 합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17살에 평양으로 가출까지 하게 했습니다.

가출과 귀순, 정선 오지마을 정착.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 중에 보통의 사람이라면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그의 집 안방 살강 위에는 40년 된 고무보트가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만큼 낡아서 물에 띄울 수도 없는 보트지만, 아마도 그의 꿈을 접기에는 너무도 애절한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 남은 그의 꿈은 그 보트를 타고 남태평양 작은 섬에서 여생을 마치는 것이랍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요.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꿈을 향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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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골에 있는 리영광 씨의 오두막입니다.

서울올림픽 다음해 들어왔으니 20년 째 살고 있는 셈입니다.
영원한 나뭇꾼 리영광 씨는 이 집에서 그의 부인 꽃순이와 단 둘이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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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마을 가는 길은 비포장길입니다. 큰 수해를 입은 후 다리를 새로 놓았지만, 열악한 환경은 예나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이번에 단임골을 찾은 건 거의 10년 만입니다. 친구 외가가 있어 관심을 갖게되었고, 그 후 열번 정도 더 갔습니다. 걸어서죠. 리영광 씨 집과 이름만대면 알만한 전직 국회의원의 별장만 그대로이고 많이 변했더군요. 근사한 펜션도 들어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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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골에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노란 괭이눈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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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광 씨 집 마당에는 패다 남은 장작이 가득합니다.
일년의 반이 겨울인 단임골에서 장작은 쌀 만큼이나 중요한 생활 필수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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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 마당에는 돌탑이 있습니다. 손수 쌓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꿈을 향한 그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1967년 휴전선을 넘을 당시 22세였던 북한군 병사 리영광 씨는 '세계 일주를 하고 싶어서!' 라고 귀순동기를 밝혔습니다. 학창시절 별명이 '남조선 대학생'이었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17살에 평양으로 가출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세계 일주를 한다며 압록강을 건너다 실패한 경험도 있습니다.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던 그가 택한 삶은 산중 오막살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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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벽에는 백두산 천지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전형적인 강원도 산간 가옥 형태인 'ㅁ'자 형으로 총 네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안방이 두 칸, 식사하는 공간 한칸, 나머지 한칸은 골방입니다. 가장 맘에 드는 공간으로 리영광 씨가 새벽에 일어나 참선을 하고 책을 보는 방입니다.

저에게도 마지막 남은 꿈이 하나 있습니다. 제 꿈은 거창한게 하나도 없어서 대부분 이루었습니다. 한 열가지 정도는 됩니다. 마지막 남은 제 꿈은 내 손으로 집을 짓는 것입니다. 저런 오두막을요. 그리고 리영광 씨가 참선을 하고 책을 보는 골방같은 작은 방을 하나 갖고 싶습니다. 이유는. 그런 방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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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를 내오십니다.
"20일 동안 이거만 먹고도 살았어."
먹어보니 맛이 괜찮습니다.
"이게 다이어트 식품이야. 방귀가 잘 나오거든."
20년 동안 먹어왔던 돼지감자 예찬론을 펼치십니다.

20일 동안 돼지감자만 먹고 살았을 정도로 그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쳐다도 보기 싫어야 할 돼지감자가 여전히 맛잇다고 합니다.
여행길에 싸가지고 다닐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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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뵌 적이 있지만, 아마도 기억을 못하실겁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갔었기 때문이고, 그후 멀리서만 바라봤습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저까지 실례가 되지 않을까해서죠. 사진 역시 많이 망서렸습니다. 하지만 혼쾌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사진.
단임골을 다녀온 후 일주일 내내 이 사진을 봤습니다. 

빨랫줄에 걸린 다 헤진 바지와 툇마루 위에 놓인 탁상시계 그리고 전화기.
이 정도만으로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요.


리영광 씨의 책 '개마고원 옹고집' --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89796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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