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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며느리를 딸 처럼 여긴다 해도 어쩔수 없는 속내를 드러낸 이 속담은 봄철 자외선이 그만큼 해롭다는 얘깁니다.
눌산은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하지만 가을 만큼 걷기 좋은 계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주지요,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은 보기만 해도 넉넉합니다.
온 나라가 걷기 열풍입니다. 제주올레길이나 지리산둘레길은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을 정도라는군요. 제가 아는 여행클럽 게시판을 보니 마감공지가 뜬 후에도 대기신청자들로 가득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걷기 만큼 좋은 운동이 없으니까요. 널린게 길이고, 두 다리만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으니까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 땅의 속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또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지요. 바로 사람입니다. 조상들의 흔적을 만나고 사람의 체취를 느끼는 여행이지요. 여행은 '사람'이라잖아요.
여행은 사람 중심이어야 합니다. 눌산의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걷기는, 장소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멋진 길이 있으니끼요. 이 땅 수많은 길을 걸어본 눌산이지만 가장 가보고 싶은 길 중 하나가 바로 한강입니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한강요. 전쟁터같은 빌딩숲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해서요.
사진은 도심의 길입니다. 보도블럭 위로 소복히 쌓인 낙엽이 운치있습니다.
소각하기도 힘든 애물단지였던 은행잎을 수거해 남이섬에 뿌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종의 재활용이지요. 참 멋진 생각입니다. 은행잎을 쓰레기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멋진 소재로 재활용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말입니다.
바로 생각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굳이 먼 길 가지 않아도 멋진 길은 가까이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면 어떨런지요. 무심코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들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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