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11월 들어 아침은 늘 안개 속에서 시작합니다.
더구나 손이 시릴 만큼 강바람은 차갑습니다.
겨울 복장을 했지만 차가운 강바람 앞엔 맥을 추지 못하고,
양파밭 모닥불 앞을 서성입니다.
농사 일은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해뜨면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해가 지면 끝이 나는 것이지요.
양파 심는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멀리에서 오십니다.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마산이나, 부산에서도 오시지요.
7시가 되도 어스름 한데, 들 일은 이미 시작됩니다.
그러면 그 분들은 몇시에 집을 나설까요?
조금 추워졌다고 불가에서 너스레 떠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등대마을의 아침입니다.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던 배가 다니던 시절,
등대 구실을 했다해서 마을 이름이 등대라고 합니다.
너른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뒷산이 그렇게 보였었나 봅니다.
양파 모종을 뽑고 있습니다.
신문지, 비닐조각을 태워 손을 녹이고, 덕분에 저도 몸 좀 녹일 수 있었지요.
먹구름은 어느새 저만치 갑니다.
해찰 그만 부리고 길 떠나라고요.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양파밭입니다.
비닐을 먼저 씌우고, 구멍 난 사이 사이 양파 모종을 심지요.
馬首원마을. 마을 뒷산 모양에서 유래 된 지명이라고 합니다.
유어면소재지에서 만난 박재오(82) 어르신.
처음엔 고물상인 줄 알았습니다.
할머니가 힘들게 가래떡 써시는 모습을 보고 발명하신 다용도 손칼.
아이디어와 정성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어르신의 작품입니다.
차 한잔하자며 다방으로 이끌려 들어가
찻값은 제가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당신께서 꼭 사시겠답니다.
평생 낙동강변에 살아왔지만 걸어서 천삼백리 길을 가는 젊은 사람을 만나니
당신의 일처럼 반갑다하십니다.
물은 물 처럼 흘러야 하고,
자연에 손을 대면 꼭 화를 입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말씀.
매년 되풀이 되는 자연재해는 결국, 무지한 우리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것도 말씀하십니다.
키보드를 다루며 노래도 만들고, 재주가 많으신 분이십니다.
다용도 손칼로 가래떡을 썰면 힘이 들지 않고 부드럽게 썰립니다.
극구 사양함에도 불구하고, 배낭에 얹어 주십니다.
50년 된 양조장.
막걸리 한잔 간절했지만 아침이라....^^
잠시, 그것도 머리 위, 딱 그만큼의 공간에만 눈부신 하늘빛을 보여줍니다.
"알려드리것습니다."
다 옛말이지요.
지금은 집집마다 소형 스피커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작은소새미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78).
"죽을때가 되니까 살만해졌어."
마을 앞 도로가 말끔히 포장되고,
상습 침수 지역이었던 곳이 제방이 생겨 농사도 할만해졌다고 하십니다.
더이상 강길을 따를 수 없어 고개를 넘습니다.
진실고개, 고개 이름 참 근사합니다.
진실고개 아래에서 만난 노부부.
"이왕 찍는 거 이쁘게 찍으이소."
부들, 제 몪 다하고 이제 떠날 채비하나 봅니다.
소나무, 활엽수, 억새.
서로 사이 좋게 서 있습니다.
잠시 계절을 잊고 살았나봅니다.
10월에 떠난 길이니.....
남곡교회 앞 마당.....
노랗게 물든 은행나뭇잎을 보니 시간의 흐름을 짐작케합니다.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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