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강마을. <고곡리-창녕군 남지읍>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낙동강 江行길에 수없이 많은 산을 넘었습니다.
넓은 강 따라, 그냥 걷기만 하면 되는 일인 것을,
길이 없으면 모래밭, 자갈밭 따라 걷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지요.
반듯하게 흐르던 강이 한 굽이 두 굽이 굽이쳐 흐르다 벼랑을 만나면
더 이상 강을 따를 수 없습니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지요.
그러니 사람이 산을 넘는 수밖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산만 타기도 했습니다.
강행인지 산행인지 저 자신도 모를 정도로.
덕분에 산마을, 강마을 두루 만나고, 옛고개 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화재의 위험이 있어 논두렁 밭두렁 태우는 일은
이른 아침 이슬 내려 앉은 시간에 주로 합니다.

은행잎이 곱기도 합니다.

"장에 가세요?"
"예방접종 맞으러 보건소 갑니더."
버스 정류장에 동네 할머니들이 한분 두분 모이기 시작합니다.

목적지는 영아지, 창아지입니다.
박진 전쟁기념관은 한국전쟁때 낙동강 전투가 치열했던 곳입니다.

어김없는 양피심기.
매일 아침 만나는 풍경입니다.

창아지를 지나면 비포장 길입니다.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무엇이 나올까....
직선의 불안감보다는 이런 구불구불한 길이 훨씬 안정감을 주지요.

근사한 풍경 앞에 한참을 노닥거렸습니다.
하지만 저 벼랑때문에 오늘 또 하나의 산을 넘습니다.

강을 버리고 골짜기를 파고 듭니다.
산 아래, 편안하게 들어 앉은 마을이 영아지입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산 골짜기(영아지)와 창녕 골짜기(창아지)로 나뉘어집니다.
그래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합니다.

영아지 마을 할머니들 역시 예방접종을 맞으러 가기 위해 모여계십니다.
영아지 마을은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마을 주민의 트럭을 기다린다고 하시네요.

영아지 고개(큰재, 작은재)는 기대했던 만큼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남지장을 보러 다니기도 하던 길,
그 전에는 벼랑을 따라 소롯길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전거도 다닐 정도였지만 지금은 잊혀진 길이 되버렸지요.

고갯마루에 올라 서면 낙동강변 용산 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호기심은 늘 고생을 낳습니다.
산길을 따르면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다 다를 수 있거늘,
중간에 숲으로 들어섰다가 길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방향만 보고 찾아가는 길,
외딴 집 한채를 만나고, 그곳은 앞개실 마을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한바퀴를 돌아 낙동강을 만났습니다.

용산리 가는 길.

해가 넘어가면서 은빛 억새는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 입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남지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