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뭇꾼'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무주 벼룻길'
금강 천리길 중 무주 땅을 지나는 구간만 따진다면 약 30여 km입니다. 부남면 소재지에서 남대천과 합류하는 무주읍 서면까지, 다시 잠시 도로와 멀어지다 만나는 내도리(앞섬마을)까지입니다.
전체 구간을 하루에 걷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는 부남 대소마을에서 밤(栗)소마을까지라 할 수 있습니다. 깎아지를 듯한 벼랑 아래 사람 한명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바로 '금강 벼룻길'입니다.
부남은 무주에서도 변방에 속합니다. 화려한 리조트나 요란한 무주의 관광지에서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가장 무주다운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부남 면소재지 입구를 지키는 대문바위입니다.
부남 대소마을에서 '벼룻길' 입구까지는 사과밭 천지입니다. 잠시 멀어졌던 금강을 다시 만나고, 절벽 아래 아스라이 이어지는 벼랑길을 따라 갑니다. 바로, 강가나 바닷가 낭떨어지로 통하는 비탈길인 '벼룻길'입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던 20일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연둣빛으로 물든 그윽한 풍경이 초록 금강과 어울려 한층 성숙해진 모습입니다.
금강변에는 철쭉이 한창입니다. 연둣빛 신록과 철쭉의 향연은 이 순간 즐길 수 있는 호사 중에 최고의 호사가 아닌가 합니다.
거리가 짧다고 서운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느긋하게 즐기면 됩니다.
동행한 박 기자 왈 "들이대면 다 그림이네."
잘 찍을려고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죄다 그림이니까요.
뒤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어느새 강물도 연둣빛으로 물이 들었네요.
우뚝 솟은 바위가 각시바위입니다. 그 앞으로는 각시소이고요. 이곳에는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노총각 여러분! 여기서 선녀를 기다리면 됩니다.^^
각시바위 아래 굴이 보이시죠? 밤(栗)소마을 대뜰(넓은들)까지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일제시대 뚫은 굴입니다. 밤소마을 사람들은 그 이전부터 이 벼랑길을 따라 부남나들이를 했다 합니다. 학교를 가고, 장을 보러가고 말입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걸어다녔습니다. 지금은, 당연히 차를 타고 다니겠지요. 그래서 옛길입니다.
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뭔가 후두둑 날아갑니다. 박쥐였습니다. 사진에 담을 틈도 없이.
물은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사람은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삽니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으로 모입니다. 단, 하루라도 강물을 닮고 싶어서겠지요.
사람도 나무가 됩니다. 5월의 숲길에서는 그렇습니다.
나도 바위가 되고 싶습니다. 강물 따라 유유히 흐르고 싶습니다.
'벼룻길'은 야생화 천지입니다. 이른봄 현호색, 금낭화가 지천이더니 나무꽃이 앞다투어 피어납니다.
냄새가 고약해 똥꽃나무라고도 부르는 병꽃나무입니다.
으름덩굴에 앙증맞은 꽃이 대롱대롱 매달렸습니다. 향이 무척 찐합니다. 꿀통에 빠진 느낌입니다.
미나리냉이에 붙은 나비 한마리가 나랑 놀잡니다.
[tip]무주군 부남면 대소마을이 들목입니다. 금강식당 뒤 교회를 보면서 마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천지인 넓은 둔덕이 나오고, '벼룻길'은 농로 끝에서 시작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없지만 뚜렷한 길의 흔적을 쫓아가면 각시바위 아래 굴로 이어지니다. 대소마을에서 각시바위를 지나 대뜰까지는 약 3km. 왕복 두 시간 내외 거리입니다.
단체에 한해 무주군청 문화관광과(063-320-2545)에 미리 전화하면 길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멀리서 이 '벼룻길' 구간을 바라보면 영락없는 한반도 지형의 강 모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 참조하십시오. -> http://www.nulsan.net/917
20일 전(4월 15일) 찾은 '벼룻길' -> http://www.nulsan.net/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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