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10월 2일 강원도 태백의 황지를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11월 22일 을숙도에 도착했으니 52일만이군요.
떠나는 날 해발 700미터 태백시내에는 가을빛이 물들기 시작했지요.
한낮은 더위를 느낄 만큼 맑고 고운 날씨였는데,
어느덧 겨울로 가고 있습니다.
거리로는 천삼백리, 강의 길이가 그러니
걸었던 길이는 천칠백리는 될 것 같습니다.
강은 산을 넘지 못합니다.
또한 물을 건너지도 못하니 산을 넘거나 돌아가기를 여러번 했습니다.
걸었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겠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아름다운 풍광 앞에 넋을 잃기도 했습니다.
아! 우리 땅이구나.
영남의 젖줄이요, 이 땅 구석구석을 적셔주는 낙동강이 여기구나.
감탄과 더불어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의 현장 앞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 아프기도 했습니다.
너나없이 자연을 사랑한다고들 하지만
아직, 이 땅의 관심은 다른데 있는 모양입니다.
땅은 곧 돈이요, 경제적인 이익의 대상이 되다보니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우리의 선조들에게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많은 관심과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술 사주고 밥사주신 여행 친구들,
봉화 초시농가의 초시형님, 형수님,
태백산에서 만난 노부부,
창녕의 박재오 어르신,
길에서 만났던 많은 분들이 생각납니다.
일일이 인사는 못 드리지만 고마운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날 역시 몸시 춥습니다.
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을숙도에서 바다를 만나는 낙동강.
강이 강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늦은 아침을 오뎅국물로 요기합니다.
어려서 부산으로 오신 전라도 아주머니,
예사롭지 않은 복장이라 궁금한 것도 많으십니다.
태백에서 부터 걸어 왔다는 말에 거듭거듭 국물을 따라 주십니다.
바람은 차지만 따사로운 햇살 아래
원두커피 맛이 좋습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공원은 텅 비어 있습니다.
낙동강은 곁에 있지만 강으로 내려 설 수가 없어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낙동강 하구 풍경이 아름답더군요.
낯익은 지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은 이미 바다를 닮아 있습니다.
을숙도 표지판이 보입니다.
을숙도입니다.
잘 먹고 잘 놀았는데도
52일 간 딱 7kg이 빠졌습니다.
을숙도에 가면 근사한 말 한마디쯤 생각이 날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이 없더군요.
여행친구들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낙동강 도보여행을 떠날 때,
왜 가느냐고 물어서,
붕장어 구이가 먹고 싶어 간다고 했거든요.
붕장어 구이가 얼마나 맛있기에 천삼백 리 길을 걷는지 궁금했나봅니다.
덕분에, 명지시장에서 밤새 붕장어 먹었습니다.
을숙도,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느 날, 달랑 사진기 하나들고 다시 찾고 싶었는데,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은 가을날에
명지시장 들러,
그 강, 그 바다를 만나러 을숙도를 가겠습니다.
2005-11-22 / 을숙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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