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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걷다. 진안 백운면에서 임실 사선대까지 도보 여행자에게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산악인에게 등산을 왜 하고, 낚시광에게 낚시를 왜 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취미와도 같기 때문이다. 도보 여행자에게 있어 길은, 권투선수의 스파링 파트너 같은 것이다. 길이 있어 걷고,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여행은 시작된다. 동창리에서 만난 섬진강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 섬진강 도보여행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에서 시작한다. 데미샘을 출발해 협착한 골짜기를 벗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너른 들이 동창리. 작은 도랑이 또 다른 도랑을 만나며 몸을 불린 섬진강은 동창리에서 부터 비교적 강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덕태산(1,113m)과 선각산(1,142m)의 마루금과 마주 보고 있는 덕현리 일대는 담배농.. 2008. 5. 23.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한 괴산(槐山)의 지명유래 신라의 삼국통일 무렵 가잠성을 지키다 순사한 찬덕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김춘추가 하사한 괴산의 옛이름인 괴주(槐州)가 이후 지금의 괴산(槐山)으로 불리게 된다. 이 지역은 삼국시대 접경지대로서 백제와 신라 고구려 사이에 충돌이 잦았던 곳이다. 신라 진평왕(眞平王) 28년(606)에 신라장수 찬덕(讚德)이 가잠성을 지키고 있을 때 백제의 대군이 침입 백여 일을 포위 공격하여 성은 완전히 고립되는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신라에서 여러 번 원군을 보냈으나 그 때마다 번번이 패하게 되고 성안은 식량과 물이 떨어지고 군사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성주인 찬덕이 의롭게 싸우다 죽을 것을 역설하였으나 군사들은 항복하여 목숨을 보존하길 원하였다. 찬덕은 운명이 가까워 온 것을 깨닫고 "너희들은 .. 2008. 5. 23.
아랫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동강의 오지. 고마루마을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에 꼭꼭 숨어있는 이색 지대 예로부터 산다삼읍(山多三邑)이라 하여 강원도의 영평정(영월 평창 정선), 전라도의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경상북도의 BYC(봉화 영양 청송)를 최고의 오지로 손꼽았다. 모두가 산세가 험하고 척박한 농토 덕분에 산비탈을 개간한 화전민들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곳들이다. 열악한 환경 덕분에 이들 고장은 근래에 들어 청정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고마루마을의 들목인 기화리의 석문 세상이 변한 것이다. 귀틀집이나 너와집 같은 화전이 남긴 흔적들은 고스란히 우리의 문화란 이름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영평정’에는 유독 우리의 옛 전통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오지마을이 많다. 그 중에서도 평창군 미탄면 한탄리 고마루마을은 지리적 문화적 환경적으로 오.. 2008. 5. 22.
비오는 날 소소한 풍경, 그리고 횡설수설 해당화.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못부르는 노래지만. 이리 곱게도 핀 해당화를 보니 괜히 흥얼거려 봅니다. 뭐. 술 한잔 하면 곧잘 부르긴 합니다. 저 딴에는 그런대로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이미 음치로 소문난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노래방 가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철쭉꽃. 해당화는 남도에서는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보기 힘든 꽃이 되버렸습니다. 한때 자주가던 작은 포구가 있습니다. 주문진에서 양양 방향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광진리란 곳이 있지요. 휴휴암이란 표지판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여느 부잣집 마당 만한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하여 '큰바다마을'.. 2008. 5. 21.
동강 주민들의 비상구 정선 뱅뱅이재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에서 운치리-가수리-귤암리-광하리로 이어지는 약 22km 구간은 동강 트레킹의 명소로 가장 쉽게 동강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여름이면 수량이 불어나 길은 물에 잠기게 되고 주민들은 잠시 고립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주민들이 이용하는 길 중 하나가 바로 뱅뱅이재다. 고성리에서 만난 동강 하나같이 깎아지를 듯 한 절벽에 앞으로는 강이 뒤로는 산이 막고 선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통로는 그래도 고갯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갯길도 이제는 사라져버렸다. 옛길이란 이름으로 남아 추억을 더듬는 여행자들만이 간간이 넘나들 뿐이다. 줄배가 이어주던 대부분의 강 건너 마을들은 이제 다리를 건너 오가고 있고, 하나둘 사라지는 토담집과 그토록 한적하던 분위기는 곳곳에서 행해지고.. 2008. 5. 21.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생겨난 사연 남지에서 만난 낙동강의 아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남지 장날입니다. 남지는 경상남도 창녕 낙동강 변에 있는 강마을이죠. 시골 장터 풍경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최신 유행하는 신발이며 옷가지를 파는 난장부터 어르신들이 손수 기른 푸성귀까지 종합백화점이 따로 없습니다. 장터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먹을거리가 아닐까요. '창녕 아주 옛날 전통 쫄깃쫄깃한 송깃떡'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반가울 수 밖에요. 낯선 땅 낯선 풍경을 찾아다니는 저에게 듣도 보지도 못한 송기떡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남지 장터에서 만난 송기떡입니다. 바로 이 송기떡 때문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오래전 얘기겠지만 농촌에서는 보리가 익기 전까지 먹을거.. 2008. 5. 21.
자동차로 지리산을 넘다. 남원 주천에서 정령치-성삼재-시암재-천은사로 이어지는 산중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로지요. 지리산을 후벼 파서 반 토막으로 절단을 내버렸으니 말입니다. 생태계 파괴는 둘째치고라도 잊을만하면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나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환경 운동하시는 분들 그때 뭐했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죠. 이미 엎질러진 물 되담자니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따금 뉴스를 보면 이 지리산 횡단도로를 폐쇄하니 어쩌니 하는 기사가 뜨지만 별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육모정 남원쪽 들목은 주천의 육모정입니다. 본래 아홉마리의 용이 살았다 하여 용호동으로 불리던 곳으로 약 400여 년 전 선비들이 용소 앞 바위에 육모정을 지었으.. 2008. 5. 20.
하늘 아래 꽃밭 '천상의 화원' 곰배령 천상의 화원 곰배령의 꽃밭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소재지 현리에서 418번 지방도로를 따라 진동계곡을 끼고 가는 진동골은 원시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남은 청정지역이다. 진동계곡으로 흘러드는 아침가리, 연가리, 범박골, 적가리골, 너른이골 등 수많은 크고 작은 계곡은 각자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이름 값을 할 정도로 뛰어난 계곡미와 함께 맑은 물을 자랑한다. 진동계곡 상류 강선계곡의 폭포 눈이 어지러울 만큼 현란한 숲과 계곡의 향연을 지나면 바람에 살랑거리는 은빛 억새의 바다가 기다린다. ‘강풍에 먼 나들이를 떠나듯 소(牛)도 바람에 날아간다.’는 뜻의 쇠나드리 억새밭이다. 새나드리, 바람불이, 우탄동(牛灘洞)으로도 불리는 쇠나드리 억새는 가을이 장관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은빛 억.. 2008. 5. 20.
달랑 지도 한장 들고 떠나는 국도여행 국도 3호선 시점비가 있는 남해 미조항에서 삼천포대교까지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요즘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이 네비게이션을 장착하지 않은 차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네비'란 녀석이 없습니다. 처음 보급 될 무렵 잠시 사용한 적은 있지만 필요성을 별로 못느껴 곧바로 처분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네비'의 장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움직이는 지도'란 별명을 가진 저에겐 별 의미가 없었으니까요. 더불어 목적지 중심의 여행이 아닌 여행의 과정을 즐기게 되면 '네비'는 오히려 귀찮은 존재가 될 뿐입니다. 미조 처전삼거리에 세워진 국도 3호선 시점비. 달랑 지도 한장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바로 국도여행이 아닌가 합니다. 말 그대로 국도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여행이죠... 2008.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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