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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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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눌산은 허름한 집에 살아야 될 팔자야." 오래전, 뭐 좀 볼 줄 안다는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다. 거의 쓰러져 가는 70년 된 화전민의 오두막에 살 때였다. 그 곳에 있는 내가 가장 행복해 보였단다. 생각해보면, 그 오두막 생활 3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지인의 말 처럼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기도 했다. 뭐랄까, 한마디로 설명은 어렵다. 그냥, 좋았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먹고, 그 물로 알탕을 하고,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을 먹고 살았지만, 딱히 불편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 오두막 생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이다. 대부분 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 진다.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더니 휴대폰은 먹통이 ..
오두막의 꿈 아아, 허망하고 지루한 웅변, 얄팍한 미사여구에서 벗어나 아무 말 없는 대자연 속으로 숨어서 오래도록 뼈가 으스러지는 노동과 말 없는 깊은 잠, 참된 음악과 감정에 압도되어 언어를 잃은 인간들 끼리 의사가 소통되는 깊은 침묵 속에 젖어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멋있는 일일까! 닥터지바고 / B. 파스테르나크
강 건너 외딴집 찾아가는 길 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요?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시골에도 다양한 모양과 구조의 집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60m에 달하는 기다란 직육면체 집도 있더군요. 자연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염두해 두고 설계한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자연을 중심에 둔 설계라고는 하지만, 가장 자연하고 거리가 먼 집이 아닌가 합니다. 문만 열면 자연인데, 굳이 집안에까지 자연을 끌어 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요. 시골에 살면서 집안 생활만을 염두해 두었다는 얘깁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겠지만, 눌산은 여전히 오래된 오두막을 꿈꿉니다. 허름하지만, 흙냄새가 나는 그런 집 말입니다. 금강변에 자리한 '작은목살이골'이란 곳을 다녀왔습니다. 지명에서 묻어나듯 예전에는 금..
오두막의 꿈 무주에서 도마령 고개를 넘으면 충북 영동 땅입니다. 호두로 유명한 상촌면 일대는 삼도봉과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봉이 길게 감싸고 있는 산악지역입니다. 예로부터 오지로 소문난 곳들이죠. 특히 '가도 가도 고자리'라는 우스개 소리에 20년 전 처음 찾았던 고자리는 여전히 오지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눌산이 드라이브 삼아 종종 지나는 길목입니다. 고자리에서 허브 농사를 짓는 지인의 오두막을 찾았습니다. 세 번째 만남이지만 오두막을 찾은 건 처음입니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비포장 산길 끝에 만난 오두막을 보고 부러워 죽을 뻔 했습니다.^^ 눌산의 꿈이 바로 그런 오두막이니까요. 오두막 입구에 솟대가 서 있습니다. 호두나무 잎을 먹고 있습니다. 솟대도 생명이 있습니다. 골짜기 끝에 이 오두막 한 채만 ..
나른한 봄날, 더 그리운 풍경 곡성 기차마을 증기기관차 종점은 가정마을입니다. 여기서 강을 건너 골짜기 깊숙히 들어가면 탑선마을이라고 있습니다. 눌산의 먼 친척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어릴적 참 많이 다녔던 곳이지요. 남쪽에 내려와 살면서 1년에 한 두번은 찾아갑니다. 사진은 똥돼지막입니다. 아시지요? 뒷간+돼지막.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지만, 눌산이 어릴적에는 실제로 사용했었습니다. 친척집 앞마당과 뒷마당에는 고목이 된 산수유나무가 있습니다. 집을 빙 둘러 있다보니 산수유꽃이 피는 봄이면 주변이 노랗게 물이 듭니다. 너댓 가구 살던 마을은 지금은 딱 한 가구 밖에 없지만, 여전히 그 산수유나무는 곱게 꽃이 핍니다. 이른 봄이면 발길이 탑선마을로 향합니다. 바로 저 풍경을 보기 위해서요. 나른한 봄날 더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빈집도..
'판담'과 '흙돌담'이 어우러진 하회마을 고샅 '고샅'은 어릴적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를 무렵이면 어머니의 "밥 먹어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진 고샅에는 긴 고요가 찾아옵니다. 닭서리 공모를 하고, 대보름날이면 뉘집 정재를 쳐들어갈까 작당을 하던, 어릴적 고향의 그 고샅은 없습니다. 골목길은 자동차가 다닐 만큼 넓어 지고, 토담은 콘크리트 담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다 추억이 되어버렸지요. 하회마을에 가면 그런 고샅이 있습니다. 딱 그 그림입니다. 어디선가 친구가 "상석아!"하며 달려와 등이라도 칠 것 같은 분위기. 하늘은 높고, 바람은 보드라운, 가을입니다. 느린 걸음으로 한나절 걷기 좋은 하회마을 고샅 구경에 나섭니다. 인위적인 분위가는 나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이 땅에도 아직 이런 고샅이 남아..
산에 사는 사람들 우리나라 처럼 산지가 많은 경우도 드물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골골이 들어 선 사람의 마을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해 펜션이나 별장이 들어섭니다. 가끔은 자연이 좋아 찾아든 사람들이 살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왜 산을 찾을까요? 운동삼아 등산을 하고, 은퇴 후 노후를 산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산은 휴식의 공간이자, 삶의 마지막 종착지인 셈입니다. 동해바다가 지척인 경상북도 포항에도 그런 마을이 있습니다. 산꼭대기 넓은 분지는 오래전 부터 마을이 형성된 곳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주민은 떠나고 지금은 세 가구만이 살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민들에 의해 형성 된 이 마을에는 20여 년 전 정착한 노부부와 사진의 산장, 그리고..
정선 단풍나무골에서 만난 사람들 사람 좋아 여행을 시작했고 그 사람으로 인해 자연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눌산은 언제나 사람 중심 여행을 합니다. 울산바위를 보기 위해 설악산을 가는게 아니라 그 울산바위 아래 사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간다는 얘기지요. 골 깊은 고장 정선에는 눌산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삽니다. 아마도 다 만나고 올려면 일주일은 눌러 앉아 있어야 할 만큼요. 그래서 소리소문없이 몰래 다녀왔습니다.^^ 정선 오대천에서 20리 길을 들어가면 43년 전 귀순한 이 선생님 부부의 오두막이 있습니다. 선생님 부부는 있는 그대로 비춰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단지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빌딩 숲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불쌍하다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