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오지마을147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연둣빛 골짜기 계절에 한 번씩, 이 길을 걷는다. 세상에 오직 나 혼자뿐인 것처럼 골짜기는 고요하다. 이꽃 저꽃 다 떠난 자리에 연두가 찾아왔다. 꽃보다 연두다! 좁고 길고 깊은 골짜기에는 빛이 드는 속도도 느리다. 누가 이 빛을 빚겠는가. 신이라면 가능할까? 이 길이 끝나는 곳에 오롯이 자리한 오두막 한 채, 한 사내가 산다. 십수 년을 전기 없이 살았던 사내는, 몇 해 전 신문물을 받아들였다. 하나, 사내는 전기 없이 살던 시절이 더 좋았다고 했다. 아귀다툼 같은 대처 소식 보다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더 재밌더라는 얘기다. 2023. 4. 13. 옛길 끝에서 만난 산촌(山村) 벌한마을 춘설(春雪) 내린 산마을 풍경 옛길 끝에서 만난 산촌(山村) 벌한마을 입춘이 지나고 며칠 후, 춘설이 내렸다. 간밤에 눈발이 날리는 것을 보고 잠자리에 든 터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창문을 열었다. “왔네. 왔어!”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지체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갔다. 하지만 웬걸? 해발 500미터인 기자가 사는 동네를 벗어나자 눈은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에 눈이 쌓여 있을 만한 골짜기를 찾아갔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곳에는 기자가 사는 동네보다 세 배는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신선의 땅, 벌한마을 그곳은 설천면 두길리 벌한마을이다. 설천 출신이라면 ‘버라니’가 더 익숙한 지명으로 벌한마을은 무주에서 가장 산촌으로 소문난 곳이다. 설천면 소재지를 벗어나 라제통문.. 2023. 2. 27.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길, 삼봉산 마음부자길 백두대간 산마을 한바퀴, 해발 700미터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땅 6월을 코 앞에 둔 초여름의 날씨가 뜨겁다. 찬란했던 봄꽃이 스러진 골짜기는 온통 초록빛이다. 다른 곳보다 계절이 조금은 더디 흐른다는 무풍으로 향하는 길가에 아직까지 피어있는 아카시꽃이 간간이 보인다. 무풍면소재지를 뒤로 하고 1089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쪽 골짜기 끝까지 달렸다. 목적지는 무풍면 덕지리 일대 산마을이다. 덕지리는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남 거창과 접해 있다. 골짜기 끝에 도계(道界)란 지명도 있으니 이곳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마을임을 알 수 있다. 면소재지에서부터 한참을 올라왔지만 잿마루는 평탄한 농토다. 심지어 광활한 고랭지채소밭도 있다. 하지만 고도는 해발 600~800미터를 오르내리고 있어 웬만한 .. 2022. 6. 6. 충남 금산과 충북 영동의 닮은 듯 다른, 두 장선이 마을 우리 땅 속살 여행, 한국의 오지마을을 찾아서 (2) 장선이 마을 골골마다 사람의 마을, 그곳에 사람이 산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다. 그러다보니 골짜기 골짜기마다 사람의 마을이 들어서 있다. 전쟁과 자연재해를 피해서, 혹은 자연과 좀 더 가까운 삶을 살고자 사람들은 깊은 산골짜기 오지(奧地)로 들어가 마을을 만들어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 땅의 속살과도 같은 오지마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강 건너 산꼭대기 오지마을 ‘높은장선이’ 여기, 독특한 환경의 두 마을이 있다. 한 마을은 절벽 같은 산비탈에 달라붙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마을이고, 다른 한 마을은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도랑을 경계로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영동군으로 2도 2군의 행정구.. 2022. 4. 6. 옛 이야기 가득 품은 안성면 덕곡, 수락, 정천 마을을 찾아서 덕산천과 관련된 마을의 역사와 지명 이야기 지명(地名)은 그 자체로 마을의 역사, 선조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담아 산 깊은 고장답게 무주 곳곳에는 사철 청정옥수가 흘러넘친다. 마을을 이루고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 역시 골골마다 흐르는 하천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터. 안성면 덕산리의 덕곡, 수락, 정천 마을의 지명에는 물과 관련된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명(地名)은 그 자체로 마을의 역사다. 마을 주변의 산·고개·들·골짜기 등과 같은 땅의 모양 또는 옛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등 마을이 가진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낯선 고장을 방문했을 때 지명만으로도 그 마을의 유래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아름다운 우리 땅 이름이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조정 때 일방적인 한자화를 하.. 2022. 2. 12. 해발 600미터에서 만난 폐교 몇 가구 살지 않는 산촌마을 한가운데서 마른 풀만 무성한 폐교를 만났다. 동상만 없었어도 그곳이 학교였다는 것을 알 수 없을 만큼, 건물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학교가 있었던 곳은 해발 600미터에 달하고, 학교 뒤로 우뚝 솟은 뒷산은 해발 1천 미터가 넘는다고 했다. 뒷산과 낡은 교사 지붕선의 절묘한 조화가 멋스럽다. 건축가는 의도했을까. 이 조화로움을. 2020. 10. 20. 산빛, 봄물 들다 봄색이 짙어졌다. 산꽃이 피고, 지고. 연둣빛은 어느새 초록이 되어 간다. 빈 바구니 들고나간 어르신, 묵직한 바구니 들고 나타나신다. / 무주 설천면 2018. 4. 25. 선류산장 화전놀이 알고 보니 화전놀이는 오래된 우리네 전통문화다. 음력 3월경 교외나 산 같은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노는 꽃놀이로 화전(花煎)은 꽃전 즉 꽃을 붙여 부친 전으로 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 먹으며 노는 부녀자의 봄놀이다. 진달래꽃이 필 때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라는 데서 그런 명칭이 생긴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바깥나들이가 어려운 여성들에게는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는 공식적인 일로 일상생활에서 해방될 수 있는 날이라는 의미가 있다. 마을이나 집안 문중 여성들이 꽃놀이 계절이 다가오면 미리 통문을 돌려 함께하는 뜻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뜻이 모이면 시어른들의 승낙을 얻고 그날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음식을 비롯하여 놀이에 드는 경비는 화전계(花煎契)를 만들어 충당하거나 갹출한다. .. 2018. 4. 11.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6 / 충북 영동 도마령과 우두령 눈 한번 내리면 보름은 갇히는 심심산골서 사는 법 충북 영동 도마령과 우두령 산촌마을 바람이 차다. 코끝이 시리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계절, 12월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불타던 산하에 눈꽃이 피었다. 늦가을 정취를 염두에 두고 떠난 여행길에 눈을 만난 것. 하나 첫눈은 생명이 짧다. 아스라이 매달린 단풍잎이 애처롭다. 충북 영동의 두 고개 도마령과 우두령 자락 산촌은 이미 겨울 채비가 한창이다. 강원 영서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갯길과 첩첩산중 한가운데 자리한 오지마을들. 산 아랫동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서너 시면 해가 떨어지니 기운 또한 서늘하다. 옷깃을 여미고 고샅을 걷다 만난 촌로는 “뭐 볼 거 있다고 여기까지 왔냐”며 타박이다. 그래도 산촌 인심은 여전하다. 낯선 여행자에.. 2017. 12. 8. 이전 1 2 3 4 ··· 17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