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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 가는 중입니다. 진안 데미샘을 출발해서 옥정호를 막 빠져 나왔습니다. 마침 강진 장날입니다. 전라남도 강진이 아니고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입니다. 허름한 터미널에는 오고가는 버스들로 가득합니다. 전주로, 순창으로, 임실로 가는 버스들입니다.
눌산도 버스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그냥, 아무데나 가는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보고 싶습니다. 장보따리 가득한 덩컬거리는 버스 안에서 어르신들의 수다를 듣고 싶습니다. 재밋을 것 같습니다.
면소재지 장날이라 장날 같지 않습니다. 점심때가 되서 그런지 이미 파한 것 같기도 하고요. 소문난 국수집이 있다기에 찾아가는 길입니다.
강진 장터에 가면 국수집이 두 군데 있습니다. 찾아간 집은 오른쪽 행운집입니다.
가격이 아주 착하지요? 25년 전에는 500원이었답니다.
팥칼국수가 땡깁니다. 눌산은 팥이 들어 간 음식은 다 좋아합니다. 찬바람이 불면, 딱 어울리는 음식이지요.
좁은 국수집 안에는 장보러 나온 어르신들이 이미 국수를 드시고 계십니다.
"장보러 나오셨어요?"
"뭐 사셨어요?"
"그냥 나왔지 뭐..."
"나온 김에 국수도 한 그릇 말고, 그게 사는 재미지 뭐...ㅎㅎ"
무슨 국수를 먹을까 고민하다 어르신이 드시는 콩국수를 시켰습니다.
25년을 한결같이, 손님이 들어서면 바로 국수를 데치고, 콩을 갈아 콩물을 만듭니다. 맛있는 조건은 갖춘 셈입니다.
국수가 나오면 사진부터 찍어야지 했는데... 먹다보니 생각이 납니다. 아, 저 고추. 땡초랍니다. 토종고추라고... 무지 맴습니다. 그런데 첫맛은 맵지만 씹다보면 단물이 나옵니다. 먹을 만 합니다.
비빔국수도 괜찮습니다. 손맛이죠. 바로바로 무쳐 투박한 손으로 주물주물해서 먹는 맛.
국물이라면 뭐든 남기는 눌산이지만 콩물은 다 마셨습니다. 땡초 여섯 개 먹고.
리필도 됩니다. 무한리필. 인심이 후하지요? 바로 장터 인심이니까요.
장구경에 나섭니다. 별 볼게 없지만, 그래도 시골장만의 재미가 있습니다. 사람구경, 세상구경 말입니다.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 장터에 있습니다.
행운집 010-4364-1094
섬진강 기행,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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