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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당당한 허리 꼿꼿하던 개망초도 벌개미취도 여지없이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고춧잎은 하룻밤 사이에 폭삭 늙어 버렸고, 뒤란 당산나무 이파리는 물들기도 전에 낙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지요. 노란 은행잎도, 멀리 적상산 벼랑에 달라 붙은 단풍나무도, 여전히 가을빛입니다.
단풍하면 설악입니다. 이 땅에 내노라하는 명산들도 주눅이 들게 하는 가을빛에 깨갱 할 수 밖에요. 설악에서도 남설악의 흘림골과 주전골은 굵고 짧게 즐길 수 있는 단풍트레킹 코스입니다. 한계령 아래 흘림골에서 주전골을 거쳐 오색약수까지 이어지는 골짜기가 흘림골입니다.
1985년 부터 무려 20년 동안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됐던 흘림골은 2006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2년만에 다시 문을 닫아 걸고야 말았습니다.
폭우에 흘림골 등산로는 파괴되었고, 그 후 재정비 사업을 거쳐 다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다시 정비된 등산로는 예전에 비해 원시 적인 맛은 덜하지만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흘림골 단풍트레킹은 한계령 정상에서 양양 방향으로 2㎞쯤 내려간 지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흘림골의 명물인 여심폭포를 지나 깔딱고개를 올라서면 신선(仙)이 오른다(登)는 뜻의 등선대입니다. 등선대는 남설악의 절경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등선대에서부터 약 3시간 동안은 암봉들 사이로 난 내리막입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를 만나게 되는데, 그 중 십이폭포와 용소폭포가 장관입니다.
흘림골은 등선대를 넘어 십이폭포 아래까지를 말하고, 용소폭포에서 오색까지를 가을 단풍 최고의 코스로 꼽는 주전골이라 합니다.
주전(鑄錢)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설은 옛날 이 곳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집니다.
주전골 탐방로는 아이들도 쉽게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입니다.
[트레킹 tip] 44번 국도가 지나는 한계령 정상에서 양양 쪽으로 2㎞쯤 내려가면 흘림골 탐방로 입구입니다. 주차장이 협소해 주말이면 차 세우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여심폭포와 등선대를 지나 십이폭포, 용소폭포를 만나고 주전골에서 오색약수로 이어집니다. 여유있게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택시나 히치를 통해 차를 세워 둔 흘림골 입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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