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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새소리가 달라졌습니다.
더 맑고, 더 경쾌하게.
새들도 봄을 느끼나 봅니다.
봄 마중 다녀왔습니다
충북 영동의 지붕인 도마령을 넘어 물한계곡 호두나무골입니다.
뒤로는 각호산과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이 부채살 처럼 길에 펼쳐져 있습니다.
해발 1천 미터을 오르내리는 산악지역입니다.
물한계곡을 비롯한 사철 마르지 않는 계곡물이 철철 넘쳐 흐릅니다.
변변한 농토가 없다보니 호두와 곶감, 포도 농사가 주업입니다.
물한계곡을 건너 산으로 들어갑니다.
산너머에 마을이 있습니다.
입구부터 회색빛 호두나무가 도열해 있습니다.
산이고 밭이고 보이는 것은 죄다 호두나무입니다.
나무에 양철을 씌운 것은 청솔모가 호두를 못 따먹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미끄러워 못 올라가니까요.
고개를 넘으니 마을이 보입니다.
신록이 우거지면 마을은 호두나무에 가려 거대한 숲이 됩니다.
마을 주민은 대부분 할머니들입니다.
혼자사시는 분들이 더 많고, 농사도 호두와 곶감이 주업입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김 할머니 댁은 툇마루에 벌통이 놓여 있습니다.
사람과 벌이 동거하는 셈이지요.
할머니는 벌들을 식구처럼 대합니다.
주인을 알아보는 벌은 쏘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별 관심이 없습니다.
벌들도 열심히 봄을 준비합니다.
공짜로 봉침 한번 맞아볼까 하고 가까이 다가갔지만,
손님인 줄 알았는지 눌산도 안 쏩니다.^^
아랫채는 할머니의 보물창고입니다.
곶감과 호두를 보관하고, 귀한 토종꿀도 이곳에 보관합니다.
한웅큼 호두를 집어오십니다.
도시는 귀할 것이라며 맛보라고요.
영동 호두를 알아주는 것은 그 맛에 있습니다.
알이 꽉차고, 씹히는 질감이 좋습니다.
시장에는 중국산이 판을 치지만 영동 호두는 여전히 제값을 받습니다.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밥 할때 같이 몇 알 넣으면 꼭 밤 맛이 납니다.
뒷집 어르신이 마실 나오셨습니다.
김 할머니와는 60년 지기 친구입니다.
귀가 어두운 뒷집 할머니와는 눈빛만 봐도 대화가 통합니다.
볕 좋은 툇마루에 앉아 대화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 한장 찍어 드렸습니다.
평생 한 마을에서 땅을 의지한 채 살아오신 할머니들입니다.
호두나무골의 진정한 주인들입니다.
대부분 토담과 흙집입니다.
꼭 70년 대 풍경을 보는 듯 합니다.
늙은 호두나무에 까치 부부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호두나무골에는 사람도 새도 모두가 함께 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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