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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진생활 20년이 넘었다.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찍었다.
왜? 무엇을? 찍는가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가슴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담아 낸다는 것, 그 이유 하나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은, 일종의 습관이 되버렸다.
습관처럼 찍고, 보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비싼 필름 쓰지 않아도 되고,
즉시 확인 가능한 디지털의 세계는 경이로웠다.
하지만 언제나 가슴 한구석이 허허로웠던 것은,
비단 나 혼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느리고 불편했지만, 필름카메라를 쓰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그럴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 석자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휴머니즘의 외길을 걸어온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이 어제, 12일 작고 하셨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이 순간까지 존경하는 단 한 사람.
사진가로는 영원한 비주류요,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분이기에 더욱 따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천성이 주류가 아닌 탓에, 눈길이 가고 마음가는 곳 마다 그늘지고 낡은 것들 뿐이니 말이다.
최민식 작가의 사진 주제는 언제나 '사람'이었다.
14집까지 나온 사진집 <HUMAN 인간> 역시 '사람'을 담았다.
1950년 대 암울했던 시기의 귀중한 자료에서부터 역시 가난했던 6~70년 대 사진들까지
서민들의 애환과 고통, 그리고 희망이 섞인 사진을 담았다.
영국의 "Photography Year Book"에 사진이 수록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찌기 그의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탄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내 사진은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돌온한 발언이며, 저항에 다름 아니다." <소망, 그 아름다운 힘>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소외의 현장을 담은 내 사진은 '배부른 자의 장식적 소유물'이 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가난하고 누추한 삶의 진실을 사랑하는 나는 호화주택에서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졸부들에 비해 가난한 서민의 진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하여>
"나는 가난하거나 힘이 없어도 인생의 고난 앞에서 굴하지 않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 찍어왔다. 우리의 가난한 이웃의 모습에는 가식이 없고 진실만이 가득하다. 나는 그 진실한 모습을 작품화했다. 나는 사진예술의 기본 미학을 사실주의라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해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가난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가난을 '더럽다'며 혐오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꽃이나 여인의 누드,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추잡한 곳에서도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나는 계속 가난을 찍는다."
낡은 기종의 디지털카메라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난 포토샵을 모른다.
배우지 않았고,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사진은 또 다른 언어이기에...
기교는 사치라는 생각에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사진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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