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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은행나무 아래서 태어난 '은행이'





'은행이'의 고향은 시골 중학교 은행나무 아래다. 

은행이를 처음 발견한 아이들이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은행나무 이파리가 노랗게 물들었던 지난가을 태어난 은행이는 어느 날 혼자가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는 사라졌고, 여섯 형제 중 은행이를 제외한 다섯 형제는 차례로 죽었다. 학교 아이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은행이를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우유와 영양제를 먹여가며 보살피다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도 은행이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정성으로 어느 정도 건강한 상태가 되었고, 두려움과  낯선 환경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람의 손길조차도 피하던 녀석은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는 야생에 가까웠다. 예민하고 앙칼지고. 사람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지, 경계도 심했다. 심지어 자기 몸 만지는 것도 거부하고, 자기 몸 몇 배나 되는 '다롱이'한테도 덤빈다. 사람으로 치자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심리 상태 같은 것. 며칠사이 잘 먹이고 애정을 듬뿍 쏟았더니 많이 나아졌다.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으로 먼저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고, 폭설이 내린 날, 밝고 장난끼 많은 새끼 냥이로 다시 태어 난 은행이는 포항으로 입양 갔다. 

포항에 도착한 은행이는 두 번째, 진짜 죽을 고비를 만난다. 산장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만난 낯선 환경에 구석을 전전하던 녀석은 쥐 끈끈이 본드에 온몸이 달라붙어 버린 것. 순간 당황해서 모두가 얼굴이 사색이 돼버렸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먼 길 달려왔건만, 정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쥐 끈끈이.... 검색해보니 그런 경우도 종종 있나 보다. 다행히도 몇 가지 방법이 나와 있다. 그중 하나,식용유를 온몸에 발라 문질러 주고, 끈끈이를 떼어 낸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씻겨 준다. 정말 된다. 거짓말처럼,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본드가 제거됐다. 참 명이 질긴 녀석이다. 오래 살 거야.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은행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사람의 손길을 느긋하게 즐긴다. 한집 식구인 견공들과도 잘 어울린다.


잘 살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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