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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은행나무 아래서 태어난 '은행이'

by 눌산 2016.03.03





'은행이'의 고향은 시골 중학교 은행나무 아래다. 

은행이를 처음 발견한 아이들이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은행나무 이파리가 노랗게 물들었던 지난가을 태어난 은행이는 어느 날 혼자가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는 사라졌고, 여섯 형제 중 은행이를 제외한 다섯 형제는 차례로 죽었다. 학교 아이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은행이를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우유와 영양제를 먹여가며 보살피다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도 은행이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정성으로 어느 정도 건강한 상태가 되었고, 두려움과  낯선 환경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람의 손길조차도 피하던 녀석은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는 야생에 가까웠다. 예민하고 앙칼지고. 사람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지, 경계도 심했다. 심지어 자기 몸 만지는 것도 거부하고, 자기 몸 몇 배나 되는 '다롱이'한테도 덤빈다. 사람으로 치자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심리 상태 같은 것. 며칠사이 잘 먹이고 애정을 듬뿍 쏟았더니 많이 나아졌다.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으로 먼저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고, 폭설이 내린 날, 밝고 장난끼 많은 새끼 냥이로 다시 태어 난 은행이는 포항으로 입양 갔다. 

포항에 도착한 은행이는 두 번째, 진짜 죽을 고비를 만난다. 산장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만난 낯선 환경에 구석을 전전하던 녀석은 쥐 끈끈이 본드에 온몸이 달라붙어 버린 것. 순간 당황해서 모두가 얼굴이 사색이 돼버렸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먼 길 달려왔건만, 정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쥐 끈끈이.... 검색해보니 그런 경우도 종종 있나 보다. 다행히도 몇 가지 방법이 나와 있다. 그중 하나,식용유를 온몸에 발라 문질러 주고, 끈끈이를 떼어 낸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씻겨 준다. 정말 된다. 거짓말처럼,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본드가 제거됐다. 참 명이 질긴 녀석이다. 오래 살 거야.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은행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사람의 손길을 느긋하게 즐긴다. 한집 식구인 견공들과도 잘 어울린다.


잘 살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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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 Favicon of https://lara.tistory.com BlogIcon 4월의라라 2016.03.03 12:47 신고

    글 잘 읽었어요. 마지막 사진에서는 안정되어 보여서 맘이 다 놓이네요. ^^
    답글

  • Favicon of https://myworldcanada.tistory.com BlogIcon my세상 2016.03.03 21:13 신고

    정말 다행이네여.. 은행아 건강하게 잘 살아라.. ^^
    답글

  • Favicon of https://dramaticoneday.tistory.com BlogIcon 감성주부 2016.03.04 00:35 신고

    은행이 너무 예쁘게 생겼네요.^^ 건강하게 잘 살거예요.^^
    답글

  • 야옹다롱팬 2016.03.23 17:04

    눌산님 야옹이는 잘있나요?정말 야옹이다롱이 보고싶어서 자주 블로그왔었는데..야옹이한테
    무슨일 생긴건 아니죠?블로그에 야옹이 올라온지 너무 오래돼서요.사진으로라도 옹이가
    너무 보고싶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nulsan.net BlogIcon 눌산 2016.03.25 09:33 신고

      작년 여름에 집을 나갔습니다. 아마도 먼 곳으로 떠난듯 싶습니다. 집 나가기 며칠 전부터 징후가 보이긴 했는데....

  • 이순옥 2016.05.10 14:25

    은행이가 건강하게 잘 살기를...
    우리집 양이는 토리입니다.
    토리를 키우면서 제가 변한 것은 파충류 빼고 모든 동물이 다 예뻐보이고 눈에 보이는 길위의 양이들을 챙기는 일이 즐거움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nulsan.net BlogIcon 눌산 2016.05.11 08:27 신고

      잘 살고 있다는 소식 종종 듣고 있습니다.
      매력이 있죠. 함께하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