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과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의 땅, 무풍
삼도봉터널에서 즐기는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의 이색 피서법
무풍은 나제통문(羅濟通門) 밖에 있다. 나제통문이 과거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라고 보면, 무풍은 아주 오래 전 신라 땅이었다. 무주읍을 기준으로 하면 변방이지만, 무주라는 지명의 탄생과정을 보면 과거 무풍은 무주의 중심이었다. 무주라는 이름은 무풍의 ‘무‘와 주계의 ’주‘가 합쳐져 생긴 지명이기 때문이다.
무풍의 지리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삼도봉 터널로 가봐야 한다. 삼도봉(1177m)은 경북 김천시,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에 접한 봉우리로 3개 도의 경계를 이룬다 해서 삼도봉이다. 무풍은 삼도봉 남쪽 대덕산·삼봉산·흥덕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들에 둘러싸인 고산 분지다. 이러한 지리적 배경으로 인해 무풍은 전란과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열 곳이라는 ‘십승지’의 하나로 꼽혀왔다. 무풍면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십승지’에 대한 설명과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지금은 어떨까. 4개 도(충남, 충북, 경남, 경북)에 접한 무주 땅에서 가장 외진 고장이 되었다. 어디에서 가든 높은 고개나 터널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무주 땅에서도 무풍은 여전히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청정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분명 전라도 땅이지만 경상도 억양에 가까운 사투리가 낯선 이방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무풍에도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무풍면 행정복지센터는 무풍면소재지 입구 가장 넓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기존의 협소한 무풍면사무소를 대신해 찾은 터가 지금의 행정복지센터 자리다.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면서 가정 먼저 고려했던 것은 ‘면소재지 입구에 위압감을 주는 건물이 되어서는 안된다’였다. 한적한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건물의 존재가 주변의 자연뿐만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고심의 결과물은 면소재지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물을 대부분 포함시키고도 건물의 높이가 높지 않으며 주변을 압도할 만큼 거대하지 않다. 외부에서 보면 직사각형의 땅 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삼각형 모양의 땅이다.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었지만 건축가는 그 땅 위에 주변의 나지막한 산자락과 조화를 이루는 무풍면 주민자치센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안성면처럼 무풍면에도 목욕탕이 딸린 주민자치센터다. 2층에는 각종 교육과 행사, 결혼식장으로 쓰이는 무풍마당이 있고, 독서실과 농민 사랑방, 여성 문화방, 소회의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TIP] 무풍은 무주보다 김천·거창 생활권이다. 경북 김천시 부항면으로 넘어가는 부항령(가목재)에 ‘삼도봉 터널’이 20여 년 전에 뚫리면서 경상도 생활권이 더욱 가까워졌다. 부항령(607m)은 무풍장·김천장 보러 양쪽 주민들이 소 끌고, 짐 지고 넘나들던 고개다. 무더운 여름이면 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 주민들은 삼도봉터널로 피서를 온다. 고갯마루에 뚫린 터널 안은 바람골이 되어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냉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주소 : 전북 무주군 무풍면 현내로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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