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건축가 정기용의 무주 공공건축물 투어

by 눌산 2022. 2. 12.
728x90

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 / 정기용 건축과 공정여행

공공건축물의 각별한 의미를 찾는 건축학 개론-공공건축물투어

고 정기용 건축가는 무주에서 10여 년간 공공건축프로젝트를 통해 30여 건의 공공건축물을 남겼다. 무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1996년 당시 무주 인구는 31천명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3만 명이 갓 넘는 산촌 무주에서 일어난 전무후무한 일대사건이다. 건축가는 스스로 행운이면서 동시에 고난의 행군이었다.”라고 자신의 저서 감응의 건축에서 소회를 밝혔다. 건축가는 떠났지만 그의 혼이 담긴 공공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의 흔적을 찾는 답사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13, 전주에서 온 안성면 공공건축물 답사단을 동행 취재했다.

눈 쌓인 덕유산과 두문마을 풍경

무주와 정기용 건축가의 만남

건축가가 무주공공건축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우연한 기회에 안성면의 청년들이 예술인마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자문과 답사를 겸해 찾은 것이 무주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 인연으로 건축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흙건축 공공건축물인 진도리 진원마을회관을 짓게 된다. 거기서 10여년의 긴 프로젝트를 이끌게 된 결정적인 한 사람을 만난다. 다름 아닌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다.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자를 무주에 붙잡아 두게 한 필연이었다.” 라고 당시의 만남을 회고할 만큼 두 사람은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무주군의 첫 발주 사업으로 안성면사무소의 건축설계와 건축프로그램 기획을 진행한다. 30여 건에 이르는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의 첫 사업이다.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의 첫 사업인 안성면사무소

공정여행 건축학 개론-공공건축물 투어

건축학 개론-공공건축물 투어라 이름 붙인 이번 투어는 공정여행을 표방한다. 공정여행은 현지인과 교류하고 현지에서 소비하며 현지의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을 말한다. 이번 투어는 전주의 농촌관광 전문가인 이종철 에디터가 설계하고 무주청년기업 그리고의 송광호 대표가 진행과 해설을 맡았다.

먼저 진도리 진원마을 체험장에서 마을의 특산품인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진원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진원마을회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흙으로 지은 공공건축물이다. 민가가 가지고 있는 전통방식을 활용하되 모양만 현대적으로 전환시킨 벽채를 흙다짐 벽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1층은 마을회관으로 2층은 무주만나작은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현재는 대대적인 보수공사 중이다.

무주 프로젝트의 첫 사업인 안성면사무소를 찾은 답사단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의 첫 사업인 안성면사무소(당시는 주민자치센터, 현재는 행정복지센터)로 이동했다. 건축에 앞서 정기용 건축가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무 공간 이외에 주민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계획했다. 건축가는 면사무소는 뭐 하러 짓는가? 목욕탕이나 지어주지.”라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당시 안성면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업시설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지만 대중목욕탕은 없었다. 주민들의 요구를 들은 건축가는 안성면사무소에 대중목욕탕 시설을 함께 지었다. 그 후 무주군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면사무소에 목욕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1층과 2층을 아우르는 여러 개의 창을 통해 덕유산의 파노라마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고, 정면에는 중앙 현관으로 향하는 반원형 회랑을 만들어 그늘과 소통의 길을 내었다. 건축가는 이 공간의 주인이자 사용자인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는 설계에 반영했다. 그를 사람과 땅의 의견을 듣는 감응의 건축가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성면청소년문화의집

전주에서 왔다는 김민희 씨는 해설이 없었더라면 의미를 모르고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건축물인데, 해설을 듣고 보니 당시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그걸 설계에 반영한 건축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무주의 공공건축물을 모두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로 찾아간 공공건축물은 안성면청소년문화의집이다. 투어 참여자들은 이런 작은 면소재지에 대도시에서나 있을 법한 멋진 건물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청소년문화의집은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외부만 둘러보고 식사와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두문마을로 이동했다.

두문마을에서 낙화봉 만들기 체험을 하는 답사단

마지막 일정으로 전통낙화놀이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두문마을에서 낙화봉을 직접 만들어 본 후, 만든 낙화봉을 새로 개관한 전수관에서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꽃이 휘날리는 장관이 연출되자 참여자들은 실내지만 야외 못지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투어의 진행과 해설을 맡은 송광호 대표는 건축물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답사여행이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 무주의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을 계속 발굴해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이런 공정여행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