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40년 단골은 기본, 안성면 상권의 중심, 100년 역사의 안성 오일장
무주에는 전통시장, 재래시장 또는 오일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장이 네 군데 있다. 그곳은 반딧불장터(무주읍), 덕유산장터(안성면), 삼도봉장터(설천면), 대덕산장터(무풍면)다. 이들은 모두 5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그중 대덕산장터는 장날이면 상인 한두 명이 겨우 자리를 지키는 정도여서 시장이라 부르기에는 옹색하다.
안성장에는 없는 게 없어요!
3월 5일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 안성면 덕유산장터를 찾았다. 학기 초인데다가 봄장이라 하기에는 아직 일러 장터가 썰렁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주말이라 그나마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냈던 것인데, 꽃샘추위만큼이나 쌩한 찬바람이 이 골목 저 골목을 휘젓고 있을 뿐, 장보러 나온 사람들보다 상인들이 더 많았다.
안성사거리에서 농협 건너편 시장 골목으로 향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골목 입구부터 진을 치고 앉아 있던 노점이 거의 안 보인다. 커다란 덕유산장터 입간판이 걸린 시장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1992년부터 안성장에 나오고 있다는 생선 노점상은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장날이면 습관처럼 나온다.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장사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가 가장 힘들다”라고 했다. 안성장뿐만 아니라 장수 장계장과 무주장을 순회하고 있다는 그는 다른 장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생선좌판 맞은편에 있는 호떡 포장마차로 향했다. 지역에서 행사가 있을 때면 지역 특산품인 천마 호떡을 팔던 모습이 생각나 지금도 천마호떡을 파냐고 물었다. “행사 때만 해요. 몸에 좋은 천마가 들어갔다고 하니까 외지 사람들이 많이 사 먹거든요”라면서 평소에는 씨앗 호떡만 굽는다고 했다. 하나에 천 원 하는 호떡 두 개를 샀다. 시골 어르신들 입맛에 맞춘 듯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어르신들 몇몇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 모습을 보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파는 좌판이다. 백화점 쇼윈도 못지않게 형형색색 옷들이 걸려 있다.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속옷, 내복, 양말까지 없는 것이 없다. 좌판의 주인은 김접순(70) 씨. 딱 40년을 장터에서 보냈다고 했다.
“40년이나 됐어? 나도 그럼 이집 40년 단골이네!”
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던 도촌 마을에서 왔다는 어르신이 한 마디 건넨다. “처음에는 애기들 옷하고 내복만 팔았어. 우리 집 애기들 옷은 여기서 다 사다 입혔지”라면서 지금도 철마다 입는 일복이나 외출복 모두 이 집에서 사다 입는단다.
김접순 씨는 “요새는 애기들이 없어서 애기 옷이고 내복이고 아예 안 팔린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갖다 판다”라면서 “군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이 나올 때면 좀 팔리다가도 그것도 없으면 뜸하다. 요놈의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나와야 뭐든 팔리기라도 하지. 노인들이 집 밖 출입을 안 하니 장도 썰렁하다”라고 했다. 터미널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의 옷가게는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다.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앉았다가도 가고, 별일 없이도 드나들며 이 동네 저 동네 소식을 듣기도 한다.
빨간 봄 재킷을 만지작거리던 오천마을에서 왔다는 어르신은 “날 풀리면 입을까 하고 보는데, 다 이쁘네 허허”라면서 이 옷 저 옷을 몸에 대보며 옷을 고르다가 “아이고 영감 밥 차려줄 시간이네. 담 장에 오께 이잉~”하며 부리나케 사라진다.
안성시장은 본래 효자촌 앞 개울 건너에 있었다. 1917년 큰 홍수를 당해 지금의 위치로 옮겨 1918년에 문을 열었다. 2004년 12월에는 전통시장 현대화란 이름으로 번듯한 새 건물을 짓고 재개장했다. 안성시장은 그 역사만큼이나 안성사람들에게 의미가 큰 공간이다. 모름지기 시장이란 사람이 바글바글해야 하는 공간이다. 번듯한 건물도, 이름만 거창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도 오일장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돌아오는 장날에는 가까운 장터를 찾아보면 어떨까.
[알고가면 좋은 TIP]
안성 오일장은 0과 5일로 끝나는 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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