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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에서 옥천 가는 길
<청마리-마티고개-현동리-옥천읍>
금강휴게소에서 7.7km 거리에 있는 마티마을 앞 잠수교
마티고개는 금강(錦江)변 강건너 마을인 청마리 사람들에게 있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앞으로는 강이, 뒤로는 산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아이들은 고개를 넘어 동이나 옥천으로 학교를 다녔고, 어른들은 장을 보러 다녔다. 머리에 이고 지고 곡식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말끔히 포장 된 지금의 마티고개도 험하지만 포장되기 전의 길은 말도 못할 정도였다고. 허리를 90도로 굽혀야 만이 넘을 수 있을 만큼 경사가 급했다. 얼마나 험한 고개였는지는 청마리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을 보면 알 수 있다.
청마리에 사는 노부부가 옥천 장을 보기 위해 대추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섰다. 어렵게 잿마루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대추바구니가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노부부는 굴러가는 대추 바구니를 붙잡을려다 그만 실족하여 모두 죽고 만다. 그후 절벽 아래로 대추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났다고 한다.
마티마을 앞으로 다리가 놓이고, 강변 도로가 새로 닦이면서 마티고개는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4륜 구동으로도 넘기 힘든 고개였기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고갯길이 얼마전 대부분 콘크리트 포장이 되었다. 마티마을에서 산너머 현동리까지 전체 5km 구간 중 약 1km만 비포장으로 남아 있다. 또 하나의 소중한 우리것이 사라진 것이다. 어디 이 마티고개만 그런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만큼이나 길은 넓어지고 반듯해졌다. 새로 닦인 길은 미끈한게 꼭 기생오래비를 닮았다.
청마리의 들목은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이다. 휴게소 앞 제방 위 잠수교를 건너 금강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강건너 청마리 마티마을이다. 마티고개 아래 있는 마을로 마티(말재)는 마을 앞 산이 말(馬)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또한 푸른 소나무가 많아 '청마'가 된 것.
지금은 잠수교가 놓여 있지만 그 전에는 나룻배로 건너다녔다. 비가 많이오면 다리가 넘치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한 배가 있다.
강변에는 갈대가 무성하다. 갈대숲은 청마리에서 강의 하류 청성면 합금리까지 4km 구간이 볼만하다.
마티마을에는 지금 11가구가 산다. 많을 때는 7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덕분에 빈집이 많다.
마티마을의 학교 역시 폐교된지 오래됐다. 학교가 없으니 아이들이 있을리 없다. 지난 94년에 폐교 된 이후 전통놀이학교인 '아자학교'로 탈바꿈했다.
청마리 마티마을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이 충청북도 민속자료 제1호인 제신탑. 마한시대부터 마을의 경계표시의 수문신으로 풍년농사와 마을의 평안을 비는 신앙의 성표로 전해진다. 제신당 또는 탑신제당으로도 불리는 제신탑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탑신제, 짐대제, 장승제가 열린다.
마티마을에서 나고 자란 최도근(81) 어르신 댁 김장하는 날이다.
어르신에게서 마티고개를 넘어 동이와 옥천으로 학교를 다녔던 지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첫닭이 울면 일어나 맨발로 왕복 40리 길을 걸어다녔다. 게다를 신지 않으면 일본인 선생에게 혼나기 때문에 산을 넘을땐 맨발로, 학교에서는 게다를 신었다고.
"맨발이 편하기도 하지만 게다를 신고 뛸 수가 없었거든."
"그땐 60리 길이라 했지, 옥천 이원 심천 모두 다 60리 길이었어."
"요즘 아이들같으면 학교 안간다 하지."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언제나 지각이었다. 어르신의 별명 또한 지각대장.
마티고개를 넘는다. 옛날의 그 고개는 아니지만. 제신탑 옆으로 난 산길이 바로 옥천가는 길이다. 일부 구간만 비포장도로로 남아 있고 대부분 미끈하게 포장이 되었다. 옛길의 향기는 사라졌지만 머리에 이고 지고 산을 넘어 옥천장을 다니던 청마리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포장 된 길이 더 험하다. 얼마나 경사가 급한지 허리를 펼 수가 없다. 산 아래로 보이는 올라왔던 길이 보이고.
멀리 금강의 물줄기가 눈에 들어 온다. 옛 사람들도 이 쯤에서 숨을 고르고 마지막 힘을 더해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모퉁이를 돌아, 고갯마루에 서면 옥천 읍내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고개를 내려서면 곧바로 현동리 가문골이다. 마티고개 옛길은 여기서 끝이 난다.
마티고개의 포장으로 또 하나의 소중한 옛길이 사라지는 현장은 안타까웠지만. 이렇게나마 옛 사람들의 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들 또한 그 무엇으로도 비교 할 수 없는 우리 조상들의 역사다. 민초들의 삶이었고 문화였다. 그 옛날 맨발로 고개너머 학교를 다녔던 그 길은 사라졌지만 지울 수 없는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한다 해도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것이다.
[TIP]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들목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휴게소 아래 금강변으로 내려서면 강을 건너는 잠수교가 있다. 이 잠수교를 건너 강을 따라 하류로 4.6km를 가면 원당교 다리. 다리를 건너 보은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약 3km를 가면 강건너 마을이 마티마을이다.
마티마을 제신탑을 끼고 오르는 길이 마티고개다. 고갯마루까지는 2.3km, 고개 너머 현동리 가문골까지는 2.1km. 마티마을에서 고개를 넘어 현동리 가문골까지 다녀오는데는 왕복 세시간 정도 걸린다.
마티마을 제신탑을 끼고 오르는 길이 마티고개다. 고갯마루까지는 2.3km, 고개 너머 현동리 가문골까지는 2.1km. 마티마을에서 고개를 넘어 현동리 가문골까지 다녀오는데는 왕복 세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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