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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얼굴이 빤딱빤딱해지니더. <안동대교-검안리>

by 눌산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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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안동시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동대교를 건너야한다.
이른 아침 출근길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걷는 게 일이고, 둘러 맨 배낭이 직장인에게는 서류 가방쯤 되겠지.
강변을 걷거나 산길을 걸을 때는 보는 이들이 없어 오로지 나흘로가 된다.
하지만 이런 시내 구간을 지난 때면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가 없다.
굳이 피할 이유야 없겠지만 어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걸음은 빨라진다.
안동댐을 지나면서 강폭은 훨씬 넓어진다.
해수욕장을 닮은 너른 백사장이 익숙하다.
섬진강에서 어릴 적을 보낸 나에게 이런 백사장은 놀이터나 다름없었으니까.

 

 








수초 섬을 휘감고 돌아, 모래톱을 적시고 흘러가는 느리게 흐르는 강.
안동대교 위에서 바라 본 낙동강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걷다가,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강 풍경이다.

 






 나를 위한 축하 비행인가.....^^

 

 

 

 


무주무 마을의 손국시집,
특이한 간판에 놀라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아침에, 그것도 밀가루 음식이 들어갔으니, 고생 좀 했지만  
손으로 반죽한 칼국수 비슷한 면발이 쫄깃하고 맛이 괜찮았다.

 

 

 

 


무주무 마을의 민가.
마당에 메밀을 심고, 땅을 놀리지 않는 부지런함이 보인다.
요새 좀 잘나간다는 어떤 높은 양반은
방치 된 땅을 끝까지 농사 짓는다고 우기더만…….
목소리 좀 크다고 쓸데없는 큰소리질 말고
저런 거나 좀 배우지…….

 

 

 

 


유일사 해우소에 앉아 있다.
천삼백 리 걸어서 간다고 뭐 얻을게 있을까만 은
허허로운 마음 좀 다독거려주고 싶다.

 

 

 

 


무주무 마을에 사신다는 일흔 노인.
배고개에 있는 논 일을 하고 계신다.
“요새 아~들 농사 안짓니더.”
농사 대물림이야 원치 않지만
내 부모가 평생을 일궈 온 땅이라도 이따금 들러봤으면 하는 마음이시란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따지는 세상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신다.
생활이 좀 나아졌다고, 언제 그랬냐는 듯 땅을 내팽개치는,
그저 투기의 대상으로만 일삼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침이다.
이런 분들을 만나 살아 온 얘기를 듣다보면 수행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머리 깎고 산중에 들어 앉아 공부한다고 다 수행자가 아닐 것이다.
평생 땅만을 의지한 채 살아 온 저 농부야말로 진정한 수행자가 아니겠는가.

 

 

 

 


도로 위에 떨어진 밤송이.
벌레 먹은 덕에 미리 내려왔나 보다.

 

 

 

 


배고개를 넘고 있다.
절벽을 만나 이렇듯 고개를 넘는 일은 허다하다.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지만 이런 가을꽃이 있기에,
몸도 마음도 쉬어가게 한다.

 

 

 

 


고개를 넘어 산골 마을을 만난다.
느리지만 너른 강과 들이 펼쳐지는 안동 땅에도 이런 산골이 있다.

 

 

 

 


당골 마을 당산나무 아래 소 두 마리가 쉬고 있다.
여름에는 사람들에게 저 자리를 내줬겠지…….

 

 

 

 








검안리 까치구멍집.
임동면 마령리에 있던 것을 임하댐 수몰로 인해 이곳으로 이건 되었다.
집안의 연기가 잘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합각지붕 부분에 구멍을 내어 놓은 집을 까치구멍집이라 한다.
저기~~ 보이죠? 구멍 두개....

 

 

 

 


몇 가구 살지 않는 시골 동네에 약방 간판이 걸려 있다.
따로 점포가 있는 게 아니고 집에서 약을 판다고.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주인을 만나지는 못했다.

 

 

 

 














빨갛게 잘 익은 석류가 먹음직스러워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하나 따 묵으소.”
“얼굴이 빤딱빤딱해지니더.” 하신다.
커피까지 한잔 대접받고 잠시 쉬었습니다.
석류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농로까지도 이렇게 잘 포장되어 있다.
사람들은 도로포장 자체를 반대하고,
이러한 일들이 곧 자연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런 농촌에 산다고 평생 흙먼지 풀풀 나고, 질퍽거리는
비포장도로만 다니라는 법이 있는가.
그들도 똑같이 편리함을 누릴 권리는 있다.
단지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할 뿐이다.

 

 

 

 


비닐 하우스 안의 딸기 모종.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자란 탐스러운 딸기가 열리면
나의 입도 즐겁겠지.

 

 

 

 


지방도로를 다니다보면 흔히 만나는 요즘 풍경이다.
마을마다 특별한 공간이 없다보니 도로에서까지 벼를 말린다.
운전자라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풍요의 계절답게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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