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산중일기640

자두가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마을에 있는 300년 된 고가입니다. 슬레이트 지붕이어서 그렇지 기와지붕이었다면 더 근사했을 겁니다. 이 집은 00김 씨 종가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 집주인은 대전에 살면서 자주오십니다. 처음엔 마을 주민인 줄 알았으니까요. 대전과 무주 종가를 오가며 농사를 지으십니다. 빈집에 마침 사람이 있어 들어갔습니다. 입구를 지키는 거대한 자두나무에 자두가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오가면서 군침만 흘렸는데. 한 마을이지만.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 따 먹어서는 안됩니다. 인심이 박하다는게 아니라. 반드시 주인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뜻이죠. 여름 휴가철이면 시골 주민들과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예전 같지 않은 인심'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다 상대적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들.. 2008. 7. 8.
뒷산, 적상산(赤裳山) 산책 가을 단풍이 물들면 여인의 치마와 같다 하여 붙여진 적상산으로 향합니다. 앉아서도 누워서도 바라 보이는 집 뒷산입니다. 가을 단풍 못지 않게 수림이 우거진 여름 등산코스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죠. 일부러 심어 놓은 듯 산자락에는 온통 개망초 군락입니다. 그 이름처럼 별로 대접 받지 못하는 꽃이지만 이렇게 군락을 이루니 볼 만 합니다. 한낮의 축쳐진 모습보다는 이른 아침의 꼿꼿한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자귀나무꽃입니다. 해발이 낮은 아랫동네엔 이미 꽃이 지고 있던데. 이곳은 아직 한창입니다. 개망초와 자귀나무꽃이 만났습니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덕유산 국립공원 지구에 속한 덕분에 등산로가 깔끔하죠. 여름꽃의 대명사 원추립니다. 덕유산 향적봉이나 중봉, 지리산 노고단 원추리 군락이 유명합니다. 바위 채.. 2008. 7. 7.
이곳은 '언제나 봄날'입니다. 갑자기 펜션 운영을 하게 되면서 이름을 뭐라고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이 블러그를 만들때 처럼 말입니다. 블러그명은 '뜬금없는 여행'이지만 부제로 '언제나 봄날'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봄날'이기를 바라는 제 마음이기도 했지요.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펜션 이름으로 딱이라는 생각에서지요. 여행지에서의 하룻밤은 중요함니다. 아마 8-90% 쯤 차지한다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거창한 이유보다는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언제나 봄날'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오지여행만 20년 쯤 했습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먹고 사는 직업이었기에 바깥 잠도 많이 잤구요. 민박 모텔 펜션 콘도 때론 호텔 잠도 무지 잤습니다. 잠자는데 쓴 돈만 모아도 집 한 채 값은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지에서의 잠자.. 2008. 7. 1.
산 안개 나풀거리는 비오는 날 아침 풍경 이곳에 온지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두어 번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이번 비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틀째 내리는 비로 산자락은 촉촉히 젖었습니다. 계곡의 물은 불어 철철 넘쳐 흐릅니다. 펜션을 감싸고 있는 적상산에는 춤추는 산안개로 가득하고요. 오랜만에 비에 젖은 정취를 만끽해 봅니다. 아침형은 아니지만 산중에만 오면 일찍 눈이 떠집니다. 한달째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마을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오전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가 있지만 이시간 비는 여전히 내리고요. 펜션 2층에서 내려다 보면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토담집이 있습니다. 가지런히 쌓은 돌담이 탐나는 집이죠. 손수 돌을 나르고 담을 쌓은 정성이 느껴집니다. 늘 오두막을 꿈꾸며 살아 온 탓인지 언젠가 내 손으로 집을 짓게 되면 꼭 나즈막.. 2008. 6. 29.
길에 선 저 젊음,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도보여행자들을 종종 만납니다. 방학에, 휴가철에, 아마 점점 많아지겠지요. 저 또한 도보여행 경험이 있는지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진 것 없지만 가까이 슈퍼라도 보이면 쭈쭈바라도 하나 건네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대부분 학생들입니다. 홀로 걷는 여학생도 있습니다. 저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최고급 장비를 갖추고 걷지만 저들은, 우의도 없이 비닐로 배낭만 겨우 덮고 걷는 이도 있습니다. 신발? 아주 아주 중요합니다. 아마 가장 중요하다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저들은 그냥 운동화입니다. 사십이 넘은 저와 팔팔한 20대 청춘을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많이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하지만 아주 대견스럽습니다. 젊음이. 청춘이. 아름답습니다. 아, 얼마나 기특합니까. 주머니 .. 2008. 6. 27.
경찰에 고발하느냐, 기다리느냐. 집 뒤란에는 520년 된 당산나무가 있습니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한 이 나무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합니다.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마을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어제는 이 당산나무 아래에서 두달 전 일어난 작은 사고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마을에 있는 식당에 식사를 하러 온 읍내 아주머니의 승용차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움직이면서 마을 간판을 받아버렸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다행이 다치지 않았고, 승용차도 큰 손상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서진 간판이 문제였습니다. 간판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상태로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8. 6. 27.
비 개인 후 순식간에 소나기 한 무리가 스쳐 지나간다. 희미한 산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야릇한 몸매는 구천동 청정옥수에 발을 담근다. “할머니 뭐하세요? “ ”풀 매. “ ”징혀, 매도 매도 끝이 없당깨. “ 그렇지 않아도 제철만난 논두렁 잡초가 한바탕 쏟아진 소나기에 한껏 목에 힘을 주고 서 있다. 잠시, 아주 잠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어 알지만 이 풀과의 전쟁은 여름 내내 계속된다. 약 올리기라도 하듯 쑥쑥 잘도 자라는 풀은 뒤돌아보면 금세 또 올라와 있을 정도니……. 그 독하다는 제초제 뿌려대는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제초제에 죽은 땅을 다시 살려내기란 어렵다고 한다. 어디 비단 땅뿐이겠는가. 한번 병든 사람의 마음 또한 되돌아오기가 그리도 힘들지 않던가. 2008. 6. 26.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펜션을 꿈꾸다. 어느날. 뜬금없는 펜션 주인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산장지기의 꿈을 꾼 적은 있지만. 뭐. 따지고 보면 산장이나 펜션이나 크게 다를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산중에 살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분명 다른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산장이 사람 중심이라면, 펜션은 분위기 중심이지요. 강원도에 미쳐. 오지여행을 하던 시절 산장의 추억이 많습니다. 혼자가도 편한. 혼자가 더 좋은 산장은 산을 닮은 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요즘 흔한 펜션과는 많이 다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모닥불에 쏘주잔을 기울이며 자연과 사람을 얘기합니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요즘 펜션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시설이 다릅니다. 방에 욕실과 화장실이 딸렸고. 여럿.. 2008. 6. 26.
강원도가 좋다. 강원도가 좋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강원도가 그립습니다. 그리울때 떠나지 못하면 몸살이 납니다. 만만치 않은 거리 덕분에. 자주가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정선 나들이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정선까지는 다섯 시간 거립니다. 저 처럼. 강원도를 좋아하는 이들의 아지트에서만. 2박을 했습니다. 출발 전에는 나름. 거창한 계획을 세웠드랬습니다. 덕산기 트레킹도 하고. 몸살의 단초가 된 아침가리도 가고. 방태산 자락에 스며들어 키가 큰 나무 숲에서 낮잠도 한숨자고.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좋고. 그때 그때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때론 눌러 앉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강원도를 닮았더군요. 그러니 눌러.. 2008. 5. 26.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