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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640

넉넉한 추석 명절 되십시오. 가장 먼저 물이 드는 벚나무에는 이미 가을입니다. 뒤란의 당산나무도, 멀리 적상산 절벽 위에 달라 붙은 성급한 녀석들 또한 이미 가을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말(9월 20일)에는 펜션 앞에서 머루축제를 한다는군요. 무주에는 머루 와인 공장이 네 군데나 됩니다. 그 만큼 머루 생산량이 많은 곳입니다. 이웃에 사는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송편을 만들기 위해서죠. 반죽을 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반죽만. 한 30년을 하신 분입니다. 흙 반죽요.^^ 각양각색의 송편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은 필리핀에서 온 녀석입니다. 우리 문화를 배우는 중이랍니다. 첫 작품으로 똥 모양 송편을 만들어 냅니다.^^ 송편인지 만두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만들.. 2008. 9. 15.
30년 경력의 옷수선 가게 아저씨 '한 분야에서 최소한 40년은 일해야 고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조'가 넘쳐나고 너도 나도 '최고'를 외치는 세상에 묵묵히 한 분야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농담 삼아 이런 얘기를 자주합니다. 진정한 수행자는 농부라고. 산중 생활을 하면서 만난 농부들의 삶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 뜨기 전 일어나 해가 질때까지 척박한 돌밭이 전부인 그들의 터전에서 평생을 보낸 농부야 말로 진정한 수행자가 아닐까요. 평생을 한가지 일에 바친 진정한 수행자들은 많습니다. 단지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 할 뿐이죠. 이불 수선할 게 있어 읍내 옷수선 가게를 찾았습니다. 당연히 중년의 여인이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나이 지.. 2008. 9. 3.
자전거 타는 우편 집배원 참. 빠른 세상이죠. 무주 산중에서 40분만 달려가면 대전 시내 한가운데 있습니다. 바로 고속도로 덕분이죠. 국도로 간다면 아마 1시간 정도, 그 이상일겁니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세상 사는 맛은 덜한 것 같습니다. 인간미가 없다는 얘기죠. 남이사 고속도로를 달리든, 시속 140km로 달리든 상관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산중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그렇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보이지만, 산중 어르신들의 일과는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새로운 날들이죠. 단지. 무료하고 지루하게 보일 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색을 보고, 추수를 앞둔 곡식들을 바로보는 일이 그렇고. 새가 울고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조화를 만나는 일은 그렇습니다. 우연히. 자전거를 타는 우편 집배원을 만났습니다. 부지런.. 2008. 8. 30.
가을이 왔습니다. 너무 이른가요? 가을 타령하긴 아직 이른감은 있지만 산중은 이미 가을입니다. 나무이파리 중에 가장 먼저 물이 드는 호두나무를 보시면 "그렇구나." 하실 겁니다. 펜션 '언제나 봄날'에는 올 여름 마지막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제게는 긴 여름 피서철을 접는 의미가 있습니다. 쫑파티라도 해야 되는데... "이장님! 우리 돼지 다리라도 하나 사다가 쫑파티라도 해야죠."했더니 "그려."하십니다.^^ 무주 읍내 나가는 일 빼 놓고는 꼼짝 않고 지낸 한 달이었습니다. 산너머 가보지 않은 골짜기가 있어 다녀오는 길에 만난 호두나무를 보니 "어느새 가을이구나." 했습니다. 집 주변에도 널린게 호두나무인데 말입니다. 무안 백련도 보고 싶고, 함양 연꽃도 보고 싶고, 태백 구와우 해바라기도 보고 싶고, 제가 이름 붙인 .. 2008. 8. 23.
산중에서 듣는 기타소리. 좋더군요. 오랜만에 듣는 기타소리가 좋았습니다. 둥근 달도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비도 잠깐 뿌려 주니 더 좋을 수 밖에요. 인기가수죠. 손모양. 사실 자칭 인기가수랍니다.^^ 이 인기가수의 팬카페에서 고요한 산중을 찾았습니다. 얼마전 3집 발매와 방송으로 지친 몸 좀 쉬어 가라 했더니. 팬카페에서 10여 명이 함께 왔습니다. 한때. 오지여행 모임을 이끌 던 시절. 함께 여행하던 친구들과 함께. 오래전. 강원도 평창의 산장에서 모닥불 피우고 '산중 음악회'란 이름으로 작은 음악회를 주관한 적이 있습니다. 오지여행 친구들과 산장에 오신 손님, 그리고 마을 주민 몇분 정도만 모시고요. 아. 우음도 분교에서도 한번 가졌었군요. 그때 생각이 납니다. 모임을 이끌 던 시절엔 늘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이 무슨 조화.. 2008. 8. 21.
여름도 떠날 채비를 하나 봅니다.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여름도 떠날 채비를 하나 봅니다. 어제 오늘 내린 비로 더운 공기는 맑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시는 이장님은 벌써 긴팔에 연신 "어이 추워"하시고요. 오늘 새벽에는 보일러를 돌렸습니다. 추워서죠. 오늘밤 역시 마찬가집니다. 달맞이꽃도 서서히 힘을 잃어 가고.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분위깁니다. 나뭇잎 중에 가장 먼저 물이 드는 호두나무 열매는 한 이십일 만 있으면 수확해도 될 만큼 부쩍 자랐습니다. 긴 여름도 어느새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을 보면. 세월 참 빠릅니다. 정신없이 보낸 여름이 절대. 떠나지 않을 것만 같더니. 아침나절 구천동 계곡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신풍령 너머 거창 다녀오는 길에요. 계곡 물이 많이 불었죠? 덕유산에는 어젯밤에 비가 제법 왔던 모양입니다.. 2008. 8. 16.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 산중의 하루는 짧습니다. 일주일도, 한 달도 어느새 금방갑니다. 민박집 주인의 여름은 바쁠 수 밖에 없지만. 이런 저런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합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풍경 앞에 때론 넋을 잃기도 합니다. 심심할 틈이 없다는 얘기죠.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달을 보고, 별을 보고 살 수 있다면 참 행복할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말입니다. 그만큼 바쁘게 살다보면 고개들어 하늘 한번 쳐다 볼 수 있는 그런 여유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말입니다. 아침 해를 담기 위해 틈만나면 동해바다로 달렸던 적이 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귀신에 홀렸다는 말이 있죠. 아마 그때 누군가 옆에서 지켜봤다면 딱 그 모습.. 2008. 8. 13.
가을을 기다립니다. 도시는 덥다죠? 여기도 물론 덥습니다. 도시의 열대야하고는 거리가 멀지만요. 입추가 지나고 한동안은 이불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선선한 날씨였는데. 어젯밤은 문을 열고 잤습니다. 도시와 이 산중의 차이라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고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도 고요하다는 것이죠. 말 장난하지 말라고요? 사실인걸요.^^ 도시와 산중의 차이라면 많죠. 바로 뒤에 적상산이라는 걸출한 산이 있지만. 주말 아니면 등산객도 거의 없다보니. 그렇다고 마을 주민들이라도 많다면 몰라도. 주변 분위기에 비해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불과 15분 거리에 있는 무주리조트나 구천동계곡 주변만해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거든요. 저도 이따금 가지만 전혀 딴 세상이죠. 휴가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이 더 늘어난.. 2008. 8. 11.
수천평 꽃밭 한가운데서 만나는 아침 펜션 '언제나 봄날' 주변에는 수천평에 달하는 꽃밭이 있습니다. 때때로 피어나는 들꽃이 혼자보긴 아깝군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그곳에는 지금 달맞이꽃이 한창입니다. 아마도. 달맞이꽃이 핀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 본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밤에만 피는 꽃이기 때문이죠. 아침 7시가 넘으면 어김없이 꽃잎을 다물어 버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의 전용 꽃밭을 산책했습니다. 점점 키가 크더니 이젠 제 키보다 훨씬 더 큰 녀석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더러는 보도블럭 틈새에 피어난 아주 키가 작은 녀석들도 끼어 있고요. 크고 작은 녀석들로 군락을 이룬 모습이 마치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꽃밭 같습니다. 정말이지. 혼자보긴 아까운 풍경입니다.^^ 수목원이나 공원에서 만나는 꽃밭과는 차원이 다릅.. 2008.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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