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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빤딱빤딱해지니더. <안동대교-검안리>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안동시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동대교를 건너야한다. 이른 아침 출근길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걷는 게 일이고, 둘러 맨 배낭이 직장인에게는 서류 가방쯤 되겠지. 강변을 걷거나 산길을 걸을 때는 보는 이들이 없어 오로지 나흘로가 된다. 하지만 이런 시내 구간을 지난 때면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가 없다. 굳이 피할 이유야 없겠지만 어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걸음은 빨라진다. 안동댐을 지나면서 강폭은 훨씬 넓어진다. 해수욕장을 닮은 너른 백사장이 익숙하다. 섬진강에서 어릴 적을 보낸 나에게 이런 백사장은 놀이터나 다름없었으니까. 수초 섬을 휘감고 돌아, 모래톱을 적시고 흘러가는 느리게 흐르는 강. 안동대교 위에서 바라.. 2008. 4. 24.
달 밝은 밤 그대와 함께 걷고 싶네. <안동댐-안동철교>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바다를 닮은 거대한 호수, 안동댐을 위에서 내려다 본 느낌은 고즈넉했다. 잠시, 나들이 나온 사람들 틈에 끼어 여유를 부려 본다. 동악골을 빠져나와 만난 안동댐, 천천히 걷는 이들과 소풍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따금 스치는 바람소리는 걷는 자의 발걸음을 자꾸만 붙잡는다. 초가 도토마리집과 토담집, 그리고 ㅁ자 기와집. 대부분 안동댐 수몰로 이전 된 가옥들로 가벼운 산책과 함께 우리의 전통 가옥을 둘러볼 수 있다. 힘들게 올랐건만. 왕건 드라마 세트장은 대대적인 보수 공사 중이다. 가을을 마중 나온 사람들.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안동댐 주변에는 이런 산책로가 많다. 임금에게 진상하는 은어를 보관하던 석빙고 역시 산 위에 있다. 호수.. 2008. 4. 24.
봄볕에 며느리, 가을볕에 딸. <도산서원-동악골>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봄볕에 며느리 내놓고, 가을볕에 딸 내놓는다고 했던가. 한낮 더위를 느끼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햇살이기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고맙기만 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곡식들이 풍성하다. 색색이 익어가는 들녘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의 웃음을 만난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산서원 가는 길. 그냥 걷기에는 뭔가 부족한,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어! 너 애기똥풀 아니더냐? 이 가을에 웬일로……. 경상북도 산림과학 박물관. 전시를 통한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목적은 좋지만, 박물관 지으면서 얼마나 많은 산림이 훼손되었을까……. 박물관 뒤편에는 문경새재 길에 세워진 순수 한글 고어비 을 비롯하여, 산림녹화 기념비를 그대로.. 2008. 4. 24.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문학관-퇴계종택 옛길>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었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은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陸士)의 본명은 원록으로 이곳 이 있는 원촌마을에서 퇴계의 14대손으로 태어났다. 육사는 그의 아호로 수인번호 264번을 소리 나는 대로 부르게 된 것. 이른 시간인가. 그냥 지.. 2008. 4. 24.
그래도, 걷는다. <백운지-원촌 마을>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호젓하게 걷기 좋은 옛길을 걸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와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뜨거움을 견디면서. 양안으로 다가서는 낙동강에 반해, 따갑지만 빛이 주는 눈부신 아름다움에 반해.... 푸석푸석한 옛길은 백운지에서 끝이 난다. 단단하기로 따지면 호두알 같은 시멘트 포장 도로를 만나면서 잠시 흥분했던, 사색의 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래도, 나는 걷는다. 흰 구름 동네, 백운지는 물돌이동이다. 협착한 골을 빠져나온 낙동강이 그런 대로 넓은 터를 지나면서 백운지에 이르러 흰 구름을 만들어냈으리라. 청량산의 육육봉이 떠나는 여행자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 굽이를 돌아가면 안동호로 스며드는 낙동강한테도.... 허연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 황.. 2008. 4. 24.
산길, 강길 따라 걷는 사색의 길 <가송리-예던(옛) 길>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청량산 자락이 가송리에서 뚝 떨어진다. 강은 굽어 휘적휘적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한바퀴 돌아나간다. 강변 너른 백사장, 그 안에 사람의 마을이 있고, 강너머로는 깎아 지르는 절벽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섰다.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에서 청량산을 오가던 예던 길(옛길)은 낙동강 언저리를 돌고돌아나간다. 숨 막히는 고갯길이 있는가 하면 그저 턱하니 앉아 강물에 마음 던지고 世事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강 경치 좋은 너럭바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푸석푸석 낙엽 썩은 길, 말랑말랑한 여린 흙길, 아름다운 여인인들, 뒤따르게 하고픈, 그런 길이다. 예던 길의 출발은 가송리 마을 한가운데서 뒷산으로 이어진다. 고갯길은 가파르다. 덕분에 좀 쉬어가자. 천.. 2008. 4. 24.
청량산의 아침 <청량산-佳松里>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청량산 육육봉 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강물은 산안개 따라 흘러가고, 산은 강바람에 서서히 아침을 연다. 청량산의 근사한 아침을 맞았다. 혼자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풍경들,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한통 넣고 싶은 마음이다. 드디어 안동 땅. 태백을 떠난 지 9일만이다. 이른 아침 햇살에 청량산이 황금빛으로 빛이 난다. 운전 중이라면 과속 경고판만 봐도 긴장하게 되지만……. 걷는 일은 과속에 대한 부담이 없다..... 관창2리 얼음골 앞. 터널 속에서 본 세상..... 아침 햇살이 좋구나. 나도, 너도..... 마을 입구에 선 입간판이 여행자를.. 2008. 4. 24.
2005-10-21 <15일째> |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아침 7시 출발, 오후 5시 마침. 보통의 하루 일과입니다. 이른 시간 걷는 일은, 차를 타도 마찬가지지만, 상쾌한 바람이 함께 합니다. 사진이 목적은 아니지만 사진도 중요한지라, 여명이 밝아오는 더 이른 시간을 좋아하지만, 걷기와 사진 찍기를 함께한다는 것은 참 힘이 듭니다. 오늘도 반나절 걸었습니다. 비 내리는 낙동강은 생각만으로도 넉넉합니다. 그, 사진 때문에 비 내리는 날의 강행은 참 어렵더군요. 반나절의 강행 후 쉬고 있습니다. 걷는 자에게 있어 쉼은 고통에 가깝습니다. 시동 걸린 자동차처럼 튕겨져 나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일정에 압박은 없지만 불붙은 발바닥이 마르기 전에 나서고 싶어 서지요. 추석 전에 오두막을.. 2008. 4. 24.
2005-10-20 <14일째>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흔치 않은, 뜻밖의 일로 시작 된 江行. 태백-봉화를 지나 안동 하회마을까지 13일이 걸렸습니다. 해찰 부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간은 더디기만 했지만, 느린 강물 여행인걸......, 오지여행 회원들과 아침가리 트레킹과 강연, 잠시 외도도 했고, 오늘, 다시 낙동강을 걸었습니다. 아!! 지난 13일을 까맣게 잊을 만큼 힘이 듭니다. 어깨, 다리의 통증이 가실만해지면서 시작된 강행은 그래서 더 힘이듭니다. 왜? 왜?를 외치면서도 걷는 이 길이, 끝이 없는 고행길 처럼 보이기만 합니다. 20대 시절, 멋모르고 나선 길들은 낭만이었습니다. 누우면 잠자리고, 앉으면 술상 밥상이 차려 졌으니..., 마흔 하나의 길은 술상 밥상과는 거리가 멀..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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