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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길172

가을 타는 남자들에게, 무주 금강 잠두길 남자는 가을을 탄다지요? 자전거를 타는 것도 아니고, 고기를 굽는 것도 아닌데, 왜 ‘타다’라는 표현이 나왔을까요.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듣다 보면 참 고운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다’는 ‘계절이나 기후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뜻도 있다는군요. 남자는 가을을 탄다! 여자는 봄, 남자는 가을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딱 이즈음이 되겠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일조량이 부족해져 세로토닌(serotonin)의 분비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우울증, 두통, 조울증 등을 유발하게 되고요. 반대로 세로토닌의 분비가 늘면 행복감도 함께 늘겠죠. 결론은 이러한 현상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남자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 2017. 9. 19.
의성 고운사 의상이 세운 절은 대략 100여 개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많은 절을 직접 다 짓지는 않았을 터. 낙산사나 부석사처럼 직접 건립한 절도 있겠고, 의상이 부적으로 만들어 날린 봉황이 내려앉은 자리에 세웠다는 봉정사의 경우처럼 명의만 빌려 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의성 고운사 역시 681년(신문왕 1년)에 의상이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의상이 창건할 당시는 ‘고운사(高雲寺)’였는데, 고운 최치원이 가운루와 우화루를 짓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호를 따라 ‘孤雲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따라오는 모기떼를 피하느라, 뛰다시피 한 바퀴 돌고 도망 나왔다. 절집으로 향하는 숲길에 가을 단풍이 물들면 백양사 애기단풍길 못지않게 아름답다. 2017. 9. 6.
지금 가면 딱 좋습니다. 해인사 소리길 말문 닫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해인사 소리길’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말문을 닫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귀가 열린다. 허나 온갖 소음과 자기주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말문을 닫고 귀를 열리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소음의 공해에 묵직해진 어깨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최적의 길이 여기에 있다. 그곳은 바로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이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1430m) 최고봉은 상왕봉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의 발원지로 가을 단풍이 계류에 제 몸을 비춰 냇물이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품고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이 홍류동 옛길을 복원한 길이다. 옛 사람들은 홍류동 계곡을 넘나들며.. 2017. 8. 31.
영화 '남부군'에 등장하는, 장수 덕산계곡 트레킹 영화 ‘남부군’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 이현상 휘하의 빨치산 500명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장면이다.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든 곳은 바로 전라북도 장수 장안산 군립공원 덕산계곡 용소다. 몰랐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윗용소의 평범함에 비해 아랫용소는 우람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소(沼)가 장관이다. 용소 아래 방화동에는 일찍이 휴양림이 들어서면서 오토캠핑장과 가족휴양촌,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등이 조성돼 있어 가족 피서지로 유명하다. 방화동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오르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장안산에서 흘러내린 덕산계곡의 울창한 원시림과 기암괴석이 하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주차장에서 용소까지는 2.5㎞ 거리로 하늘을 가린 숲길은 가벼운 트레킹 .. 2017. 8. 17.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9/ 충북 영춘, 전남 곡성 너른 강과 깊은 골짜기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아홉 번째 / 충북 영춘, 전남 곡성 ▲ 영춘초등학교 맞은편 도로에서 내려다 본 영춘 면소재지 전경. 남한강이 곡류하고, 멀리 온달산성이 바라 보인다. 충북 영춘(永春)과 전남 곡성(谷城)을 다녀왔다. 두 지역의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영춘에는 남한강이, 곡성에는 섬진강이 흐른다. 또 하나 공통점은 험준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악지역이라는 것. ‘골 곡(谷)’ 자를 쓰는 곡성은 이미 ‘골짝나라’로 잘 알려져 있고, 영춘은 십승지의 고장이다. 섬진강과 남한강이 흐르는 골짜기가 많은 영춘과 곡성을 일주일 터울을 두고 찾아갔다. 남과 북의 기온 차가 있다 보니 봄에서 여름으로 치닫는 초록 숲이 깊어가.. 2017. 6. 12.
금성대군과 단종의 한(恨) 많은 고갯길, 고치령을 넘다. 경북 영주,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 삼도(三道)가 만나는 십승지의 고장,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에서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까지 십승지 중 한 곳인 의풍리. 의풍 삼거리는 경북 영주와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이 나뉘는 삼도 접경이다. 삼거리에서 길은 각각의 고장으로 이어진다. 대신 좁고 높고 험한 고갯길이다. 영월 쪽은 김삿갓 묘가 있는 좁고 긴 노루목 골짜기이고, 베들재를 넘으면 단양, 마구령과 고치령을 넘으면 영주 땅이다. 한때는 오지 여행 마니아들의 인기있는 걷기 코스였다. 지금도 여전히 좁은 길이지만, 대부분 포장이 되었고, 고치령의 단양 땅만 비포장길이다. 수없이 걸었던 길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왕이면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는 고치령(古峙嶺, 770m)을 넘었다. 의풍 삼.. 2017. 5. 24.
[충남 금산] 오롯이 나 홀로 걷고 싶은 당신, 금산 보석사로 가시라 절집 본래의 모습보다 숲길이 더 유명한 사찰이 있다. 오대산 월정사나 능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명소가 된지 오래이다. 몇 백 미터에 불과한 산사의 이 짧은 숲길들이 여행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뭘까. 제대로 된 숲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산사의 고즈넉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포장도로와 생뚱맞은 거대한 구조물들은 오히려 여행자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없다 보니 남은 숲길이 귀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보석사 전나무 숲길은 2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좁은 진입로에 빽빽이 들어찬 전나무가 인상적이다. 유명 사찰에 비해 조금은 덜 번잡하다. 평일이라면 고요한 산사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보석사 숲길은 봄에는 연둣빛 신록, 가을에는 은행나무 단풍길이.. 2017. 4. 23.
[한겨레신문] 섬진강 상류 따라 산길·강길 봄 산책 [ESC] 여행 전북 순창 섬진강변 강경마을의 야생차밭과 ‘예향천리 마실길’ 도보 여행 섬진강 상류 경치 중 첫손에 꼽히는 ‘장군목‘ 유원지. 요강바위를 비롯해 물살에 파이고 닳은 기묘한 바위들이 이색적이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는 올해도 어김없다. 이른 봄꽃 소식에 들떠 있던 때에 강원 산간에서 눈 소식이 들리더니 전국적으로 세찬 비바람이 연 사흘 몰아쳤다. 비가 그치고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세상이 벚꽃 천지다. 물오른 봄날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섬진강으로 달렸다. 섬진강 상류인 순창이다. 상류는 구례에서 시작해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 하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계곡이라기엔 넓고 강이라고 하기엔 폭이 좁은 물줄기다. 주로 암반으로 이루어져 백사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섬진강 상류 주변의.. 2017. 4. 17.
따뜻한 봄날 걷고 싶은 길, 여덟 곳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동면을 한다.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긴 겨울 축적 된 기운을 모아 새순을 돋고, 꽃을 피운다. 사람은, 가슴을 열고, 오감으로 대지의 힘찬 기운을 받아들인다. 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고, 움츠린 어깨와 굳은 몸에 생기가 돈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방법으로 걷기만큼 좋은 수단이 또 있을까. '걷기'의 의미는 죽자 사자 이를 악물고 걷는 고행의 길과는 다르다. 굳이 거리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다. 보고 싶은 만큼,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면 되는 것이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들이 많다. 길도 그렇다.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자란 옛길은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감촉이 다르다. 길에서 향기가 난다.. 2017.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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