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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88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다. <대리-용암리>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좋습니다. 그냥 반갑고, 오랜 친구 같고, 또 아쉽습니다. 사십년을 넘게 살았지만 길 위의 친구들이 더 많은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합니다. 친구를 만날 땐 보통 술집이나 찻집에서 만나지만 저는, 길에서 만납니다. 숯불에 삼겹살 구워 쏘주잔을 부딪칩니다. 함께 산을 찾기도 하고, 길을 걷기도 합니다. 하룻밤의 풋사랑처럼. 다음날이면, 또 한참을 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나 운전할 땐 나만의 시간이 됩니다. 홀로 걸을 때 또한 가장 완벽한 나만의 시간이지요. 오늘은, 요 며칠 섬진강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무슨 꽃인지 아시는 분 알려주삼.....^^ 길에 철퍼덕 앉아 쉬는 맛도 좋군요. 구급차.. 2008. 4. 24.
신선이 놀던 사선대 <사선대-대리>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사선대가 자리한 관촌은 섬진강이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릅니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 자라는 다슬기는 관촌의 명물. 다슬기탕을 내놓는 식당은 많지만 여기, 관촌 장터입구에 있는 이 집 다슬기탕이 맛있지요. 술꾼이라면 다슬기 무침은 안주로도 그만입니다. 잘 조성된 사선대 유원지. OO회장배 지역 축구대회가 한창입니다. 사선대 운서정 운서정의 축대를 겸한 담, 자연석과 기와가 잘 어울리는군요. 운서정에서 내려다 본 관촌 시가지. 가운데 흐르는 강이 오원천(섬진강)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천3백여년 전 어느 따뜻한 봄날, 진안의 마이산과 임실의 운수산에 살고 있던 신선이 저마다 선녀들을 거느리고 이곳에 내려와 맑은 냇물에 목욕한 후 바위 위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 2008. 4. 24.
사람이 아닌, 강이 길을 만든다. <마령-사선대>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산을 깎고, 산을 뚫고, 산을 없애고 길을 만든다. 강을 따라 흐르던 길은 강과는 다른 길을 간다. 강에 의존하며 살던 강마을 환경은 더불어 바뀐다. 강의 주는 의미는 뭘까. 농업용수를 제공했고,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운송로가 되었다. 나룻배로 건너다니던 강마을은 산을 넘어 고갯길이 뚫렸다. 걸어 다니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그 산을 넘는다. 점점, 사람은 강과 멀어져만 간다. 강은 유희와 휴식으로 공간으로 바뀌고, 삶의 동반자였던, 늘 눈을 맞추며 살았던 강은 어느새 곁눈질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강둑이 터지고, 강물이 범람하고, 강은 사람에게 크나큰 재앙을 안겨준다. 홍수가 나고, 수해를 입고, 강은 더 푸대접을 받는 존재가 된다. 이제 강은 .. 2008. 4. 24.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 <동창리-마령>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낙동강 도보여행 이후 발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손발이 찬 편이었는데, 오히려 열이 많아졌기 때문. 없던 습진도 생기고,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불같다. 고민 끝에 샌들을 신고 걷지만 역시 여름 도보여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이 걷는데는 오히려 좋다. 흐린 날씨에 안개가 산자락을 흐른다. 옹기종기 모인 산마을을 지나 골짜기를 파고 들다, 이내 뽀얀 안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가 그친 후에 농부들은 바쁘다. 병충해 방지를 위한 농약을 치고, 논두렁 물길도 손 봐야 하고, 그간 미룬 잡초도 뽑고...... 비에 축 쳐진 도라지꽃에 생기가 돈다. 곱게 단장한 꽃상여. 오랜만에 본다. 887미터 내동산 아래 윤기마을, 성수산을 마주.. 2008. 4. 24.
전라선, 그리고 17번 국도 <곡성-가정마을>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산 아래로 전라선 열차가 달립니다. 나란히 17번 국도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한없이 흐릅니다. 기차와 자동차, 강이 나란히 달리는 길입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 그림을 그려봅니다. 협착한 골을 쉼 없이 달려와 비로소 강다운 면모를 갖추는 곳, 전라남도 곡성입니다. 강은 넓다지만 아직 협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지리산이 기다리니까요. 아마, 강의 끝, 바다를 만날 때야 그 답답함을 벗어나겠지요. 섬진강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장맛비를 만났습니다. 한참을 노닥거리다 다시 걷기 시작한 길이 이 전라선과 17번 국도와 섬진강이 만나는 곡성구간입니다. 지난 밤, 가는 비가 내렸지만 열대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지 .. 2008. 4. 24.
그리운 당신, 접시꽃 되어 반기네. <한밭-동창리>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구체적인 일정표를 가지고 움직이는게 아니다. 그냥 걷고 싶으면 걷고, 눞고 싶으면 적당한 자리 골라 텐트를 치면 된다. 시작부터 해찰부리는 시간이 많아 컨디션 조절이 염려된다. 다시 출발...!! 별장같은 펜션이다. 대전마을의 큰바위 펜션. 전주에서 살던 부부가 2년 전에 펜션을 열였다. 구석구석 가꾼 흔적이 보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 부럽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신암리 골짜기는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을 닮았다. 겹겹이 산이요, 물은 철철 넘쳐 흐른다. 아직 개발의 손길은 미치지 않은 듯 보이나 쓸만한 땅은 죄다 도시인 손에 넘어갔단다. 그렇다고 전원주택이나 별장이 많은 건 아니다. 그냥 사뒀다는 것인데, 허기사 이 좋은 땅 그냥 놔둘리가 있나.... 2008. 4. 24.
산중 깊숙한 사람의 마을 <신암리-한밭 마을>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신암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팔봉산과 선각산 사이 서구이재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저 멀리 저수지가 보이고, 그 아래 마을이 있다. 해발 850미터 서구이재를 넘어서면 장수읍내다. 신암리 산촌마을 숙박단지. 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여느 펜션과 다를 바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데미샘을 출발해 첫마을인 원신암 마을을 지나고 신암리의 중심 마을인 임신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흙길이 아닌 이런 아스팔트를 걷는 일은 도보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 지난 가을여행의 경험을 살려 이번엔 샌들을 신었다. 경등산화에 비해 발은 좀 아프겠지만 더운 날씨를 감안하면, 이따금 만나는 계곡에 발이라도 적실려면 샌들이 더 나을 것 같다. 신암리 일대에는 한우 사.. 2008. 4. 24.
내가 여기 왜 있지?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왜 걷는 거지? 스스로 반문에 반문을 거듭하며 걷던 낙동강과는 사뭇 느낌부터가 다르다. 아마, 말동무가 있어 그런 건가. 아니면, 내 살붙이 같은 섬진강이 주는 친근감 때문일까. 아무튼, 걸었다. 종일. 그러다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짊어진 배낭을 짓누를 때 걸음을 멈췄다. 이제 시작인데, 사실, 비에 걸음을 멈췄다고 달라질 건 없다. 다시, 걷자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더, 느리게 걷자였으니까. “도대체 섬진강이 왜 좋아요?”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만난 백운택시 기사분 말씀이다. 백운면에 한 대 밖에 없는 택시기에 간간이 찾아드는 섬진강 도보여행자들을 어김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이 분은 아마, 만나는 여행자마다 물었을 것이다. 걸어서 530.. 2008. 4. 24.
섬진강 도보여행 첫째날 <데미샘-원신암리>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중략).......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시인 김용택은 蟾津江을 그렇게 질팍한 우리네 삶에 비유했다. 무엇이 그리 한스럽고 무엇이 그리도 그리웠던 세월이었을까,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그렇게 도랑이 강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 듯, 회한의 삶에 익숙했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았었다. 전남북과 경남 삼도, 열두 개 군을 거치는 남도 오백리(212.3km)를 흐르는 섬진강, 그 섬진강의 대명사와도 같은 하동포구 80리 길에 익숙해 있어 섬진강의 속내를 들여다보기란 쉽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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