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지여행120

이 계절에는 그곳이 그립다. 『필자는 꽤 오랜 시간 오지여행가란 이름으로 살았다. 오지를 여행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는 일이다. 오지 마을을 찾아가는 길 자체가 트레킹 코스였고, 옛길이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없으니 걸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 전기도 전화도 없는 곳, 이 땅의 오지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자동차도 간다. 전기, 전화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한다. 과거, 오지라고 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촌은 사라졌다. 대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생활 문화다. 현대 문명의 혜택은 받고 살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초자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원고가 넘쳐 날려 버린 내용이다. 주제는 삼(三)둔 사(四)가리.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에 걸.. 2017. 11. 11.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3 / 경북 영양, 경남 화개 언제 더웠냐는 듯 “바람이 좋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제 가을이다. 높은 기온 차와 따가운 햇살은 곡식을 살찌우고 빨갛고 때깔 좋은 사과를 영글게 한다. “고추 따다 허리 한번 펴고 나면 땀이 다 말라요.” 영양 일월산 자락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농부 얘기다. 그는 손바닥을 펴고 바람을 만져 보라고 했다. 순간 땀으로 눅눅해진 손바닥이 바람이 훑고 지나가자 거짓말처럼 보송보송해진다. 섬진강변 화개장터에서 만난 상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무사히 보낸 안도의 미소리라. ▲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도곡리 마을숲. 마을숲 창고 벽에는 도곡리 주민 이산뜻한씨가 과거와 현재의 마을 사람들을 그려 놓은 벽화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공해 청정지.. 2017. 9. 18.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2 / 강원도 인제·홍천 '삼둔사가리'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곰도 길을 잃는 곳, 강원도 인제·홍천 ‘삼둔사가리’ 대한민국 오지를 논하면서 ‘삼(三)둔 사(四)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삼둔사가리는 세 군데의 ‘둔’ 자가 들어가는 살둔·월둔·달둔마을과 네 군데의 ‘가리’ 자가 들어가는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따로 얘기하겠지만 이들 일곱 군데의 마을은 전쟁도 피해가고, 설악산에 살던 곰도 이곳에 들어와 길을 잃었다고 전해질 만큼 가장 외지고, 험하고, 열악한 땅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에 걸쳐 있다. 은자들의 고향, 삼둔사가리 혹자는 한 곳을 더해 ‘삼둔오가리’라고도 하는데,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것은 둔과 가리다. ‘둔’은 둔덕의 의미로 골짜기의 펑퍼짐.. 2017. 8. 27.
금성대군과 단종의 한(恨) 많은 고갯길, 고치령을 넘다. 경북 영주,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 삼도(三道)가 만나는 십승지의 고장,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에서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까지 십승지 중 한 곳인 의풍리. 의풍 삼거리는 경북 영주와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이 나뉘는 삼도 접경이다. 삼거리에서 길은 각각의 고장으로 이어진다. 대신 좁고 높고 험한 고갯길이다. 영월 쪽은 김삿갓 묘가 있는 좁고 긴 노루목 골짜기이고, 베들재를 넘으면 단양, 마구령과 고치령을 넘으면 영주 땅이다. 한때는 오지 여행 마니아들의 인기있는 걷기 코스였다. 지금도 여전히 좁은 길이지만, 대부분 포장이 되었고, 고치령의 단양 땅만 비포장길이다. 수없이 걸었던 길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왕이면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는 고치령(古峙嶺, 770m)을 넘었다. 의풍 삼.. 2017. 5. 24.
[산사랑] 이깔나무 숲으로 스며든 충북 영동 허동일 씨 가족 도시를 떠나 산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 충북 영동 허동일 씨 가족 사계절 중에 봄이 가장 짧다. 산천초목(山川草木)이 다 들썩이며 한바탕 꽃잔치를 치루고 나면 이내 반팔 옷을 꺼내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급상승한다. 그렇다고 짧았던 봄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숲에는 꽃보다 더 향긋한 초록이 우거졌으니.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산을 찾는다. 숲으로 난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산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산에 살고 싶다고. 충북 영동의 오지마을 여의리에 펜션을 짓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백일도 안 된 갓난아이를 안고 첩첩산중 한가운데로 들어간 이가 있다. 충청북도 영동에서도 가장 오지로 손꼽히는 학산면 여의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허동일(47) 씨다... 2017. 5. 5.
[산사랑] 스스로 택한 느리고 게으른 삶, 피아골 한귀연 씨 스스로 택한 느리고 게으른 삶 / 지리산 피아골 한귀연 씨 19번 국도를 달린다. 곳곳에 ‘전망 좋은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른 봄여행에 나선 여행자들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가리키는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지리산과 섬진강, 19번 국도가 나란히 달리는 구례에서 하동 가는 길이다. 섬진강 하류에 다가갈수록 대숲의 초록이 일렁인다. 햇볕에 반사된 강물은 은빛으로 빛난다. 아직은 이르지만, 남도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기억 저 편에서 편안하게 쉬어 가시라 19번 국도가 지나는 이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이다. 곧 매화가 꽃을 피울테고, 이어서 산수유꽃과 벚꽃, 배꽃이 그 뒤를 잇는다. 꽃이 피어나는 순서는 어김없는 자연의 순리다. 봄이면 지리산 남쪽자락과 섬진강 .. 2017. 3. 8.
[산사랑] '오직' 지리산이었어야 한다는 2년차 귀촌부부 이상대·김랑 씨 가족 가족여행이 삶의 최고의 목표이자 살아가는 원동력 눌산 http://www.nulsan.net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여름 내내 이어지다 보니 에어컨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다보다는 산으로 피서를 다녀왔다는 이들이 유독 많다. 한낮 기온이야 바다나 산이나 비슷하다지만 산중에는 열대야는 없다. 뜨거운 열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산아래 동네에 비하면 천국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열기가 사라진다. 나무 중에서 단풍이 가장 먼저 드는 벚나무의 이파리는 이미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첫눈에 반한 지리산 자락 ‘중산리’에 스며들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등산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중산리의.. 2016. 9. 29.
[경남 함양] 꽃 피는 골짜기, 거기마을 산 깊은 골짜기 끄트머리 외딴 집.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다. 탁 트인 전망은 사치라 생각 했으니 굳이 전망 좋은 터는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고, 소위 말하는 명당의 가장 기본 조건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 아니어도 되었다. 단지, 집 한 채 오롯이 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면 족했고, 골짜기로 통하는 오가는 길 하나와 사철 마르지 않는 작은 실개천 정도만 흘러도 된다고 생각 했다. 나이 탓인가, 지금 생각은 다르다. 변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사람 사는 곳, 사람이 살았던 곳, 옹기종기 모여 있어도 상관없으니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더 좋더라는 얘기다. 길도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산다. 산과 들, 계곡에도 오랜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작은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2016. 9. 22.
[주간조선] 세상에서 가장 먼 휴가 산장 여행 best 5 [글 사진] 눌산 여행작가 누구랄 것도 없었다. 같은 시간 ‘그곳’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하나’가 되었다. 어둠이 내리면 마당에는 으레 모닥불이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하나둘 불가로 모여들었다.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다음날이면 함께 산을 오르고, 길을 걸으며 ‘친구’가 되었다. 그게 끝이다. 요즘이야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후로도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곳’에서의 만남이 시작이고 끝이 되었다. 산장 얘기다. 여행 좀 한다는 이라면 오래전 산장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산장이란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민박 형태의 숙소로, 등산이나 도보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였다. 요즘으로 치자면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다. 주.. 2016.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