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눌산1606 '산상의 화원' 만항재의 주인은 바람이었다. 산안개가 강물처럼 흘러 간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 하나가 되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이 산 저 산 넘나들기를 몇번이고 반복하더니 이내 하늘이 열린다. 그 산 아래 숲에서는 바람을 만난 키작은 풀꽃들이 춤을 춘다. 잠시 후 바람도 멈췄다. 일순간, 세상의 모든 흐름도 멈췄다. 다시, 고요가 흐른다. 해발 1,330m 만항재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 만항재는 '산상의 화원'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펼쳐지는 드넓은 야생화 군락 때문이다.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만항재 야생화는 한여름이 제철이다. 정암사를 그냥 지나쳤다. 만항재에서 좀 더 이른 아침을 만나기 위해서다. 여름 풀꽃은 아직 이르지만, 초록 속에 피어 있는 성급한 .. 2013. 7. 11. 대구를 걷다. '근대로의 여행'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장소에는 의미가 없다. 세상사 다 그렇고 그렇듯 길도 거기서 거기란 얘기다. 요즘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걷기 좋은 길'이란 이름의 길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정부시책이다. 자발적이 아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표지판부터 잘못 된 곳도 있고, 가장 중요한 뒷 관리가 안되다 보니 개통만 한채 방치 된 길도 있다. 낙동강 자전거 길을 가 본적이 있는데, 강을 따라 잘 나가던 길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길은 거짓말 처럼 다시 나타난다. 급조한 결과인 것이다. 무주에도 그런 길이 있다. 백두대간 마실길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요즘 그 길을 걷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길은 .. 2013. 7. 10. 산수국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 이라네. 춘양에서 백두대간 도래기재를 넘으면 우구치계곡이다. 오래전 금광이 있었던 곳으로 폐광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은 여전히 흐른다. 깊은 골짜기 곳곳에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가득하다. 봉화에서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빠른 길을 버리고 눈요기나 할 생각에 우구치계곡으로 향했다. 도래기재를 넘어서자 길가에는 산수국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산수국은 요즘이 제철이다. 무리지어 피는 산수국은 보라색과 분홍색, 흰색에 가까운 다양한 색을 만날 수 있다. 산수국은 꽃이 피면서 서서히 색이 변해 간다. 연한 녹색에서 연한 보라색, 그리고 진한 보라색으로 되었다가 흰색으로 변한다.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이란다. 화려하고 우아한 보랏빛이라 '고귀한...' 쯤 되지 않을까 생각 .. 2013. 7. 10. [충청북도 충주] 충주호 물안개에 반해 발길을 멈췄다.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다른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도 둘째도 날씨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여행자라면 일기예보에 민감해 진다. 요즘 같은 장맛철에는 더 그렇다. 하지만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이라면, '떠남'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든, 눈이든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궂은날을 더 좋아한다. 눈에 보이는 풍경 뿐만이 아니라 사진 역시 궂은날이 더 멋지기 때문이다. 강원도 가는 길에 충주호에서 발길을 멈췄다. 소낙비가 한 차례 지나간 후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가히 환상적이다. 충주호 수문 아래에서 만났다. 안개가 모이지 않고, 흩어져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번 일정에서 만난 최고의 풍경이었다. 2013. 7. 10. [산이 좋아 산에 사네] 경상북도 영양 노루목 김병철 김윤아 부부 ‘어느 날 갑자기’ 시작 된 산골생활, “잘했다” 경상북도 영양 노루목 김병철 김윤아 부부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더위가 한여름 못지않다. 이런 날에는 골짜기 깊숙이 들어가 한 사 나흘 하릴없이 빈둥거리다 오고 싶은 마음이다. 때 마침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을 향해 달렸다. 산세가 강원도 못지않은 영양은 우리나라에서 교통이 가장 열악한 곳이다. 덕분에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월산 자락 심산유곡에서 흘러 온 청정옥수가 사철 넘쳐흐르는 골짜기에 7년 전 서울에서 귀촌한 젊은 부부가 산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산골생활을 시작 한 김병철(44) 김윤아(39) 부부를 만났다. 그들이 사는.. 2013. 7. 10. 비 개인 후, 야옹~ 종일 내리던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는 전에는 몇가지 징조가 나타난다. 산골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다 안다. 가장 먼저 새소리가 들린다. 숲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녀석들이 비가 그치기가 무섭게 일제히 날개짓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산안개가 피어 오른다. 안개가 올라가면 비가 그치는 것이고, 안개가 낮게 깔리면 비가 더 온다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하나가 더 있다. 마실 나갔던 야옹이가 나타난다. 도대체 어디서 뭘하다 오는 건지 야옹~ 소리를 연발하면서 나타난다. 야옹~ 나 왔어요~ 하는 소리다. 종일 잠자던 다롱이도 덩달아 뛰어 나온다. 왜 이제 오는거야? 하면서 말이다. 다롱이. 폼은 그럴듯한데, 여전히 철부지다. 언제나 생각이 많은 야옹이. 2013. 7. 5. 비 개인 후, 무지개 비가 그쳤다. 하늘이 열리고, 무지개가 떴다. 2013. 7. 5. [경상남도 합천] 신새벽에 만난, 오도산과 황매산 내일 날씨, 종일 흐리고 비. 해뜨는 시각, 05시 12분. 이 정도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달렸다. 목적지는 합천 오도산, 그리고 황매산. 오도산이나 황매산은 운해가 아름다운 곳이다. 날씨가 좋아야 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 여명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에 그 곳에 서고 싶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으니까. 1. 오도산 요즘 일기예보가 너무 정확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대신 한줄기 빛을 만났다. 캬~ 소리 절로 나오는 멋진 운해나 일출은 만나지 못했지만, 새벽 다섯 시에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오도산은 사진가들에게 유명한 산이다. 이른 새벽 합천호 운해와 일출을 담기 위해 몰려든다. 하지만 날씨가 날씨인 만큼 오늘은 아무도 없다. 눌산도 오래전 오도산을 뻔질나게 드나 .. 2013. 6. 12. [전북 무주] 곤도라 타고 오른 덕유산 부제 : 고무신 신고 오른 덕유산 덕유산은 높다. 해발 1,614m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대신, 아주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며 단숨에 설천봉에 오르고, 다시 600m를 걸어가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다. 저 곤도라를 타면 25분 후에 설천봉에 당도한다. 비는 거의 그쳤지만 안개가 자욱하다. 날씨는 좋지 않지만, 운해에 잠긴 덕유산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요기부터 한다. 사실 오늘 덕유산에 오른 목적은 저 동동주와 파전이다. 구름 위에서 마시는 동동주 말이다. 고무신을 신고 나타 난 선류산장 형님. 산장지기 답다. 운해 속으로 들어 간다. 산은, 자연은 때때로 각기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사실 여행은 궂은 날이 좋다. 맑은 하늘이 아쉽긴 하지만, 그랬.. 2013. 6. 12.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 179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