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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9] 경남 거창 풍요의 땅에서 봄 볕을 맞다 / 경남 거창 입춘과 우수가 지나도록 꼼짝 않던 동장군의 기세가 경칩을 앞두고 한풀 꺾였다. “하이고 말도 마이소 징글징글합니더.” 경남 거창군 북상면의 산촌에서 만난 노인은 지난 겨울 추위에 고생깨나 했던 모양이다. 어디 산촌뿐이랴. 길고도 지루한 추운 겨울이었다.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이 겨울 속에서 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부터는 추위가 누그러진다고 볼 수 있다. 경칩에 이르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싹이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 ‘비로소 봄의 시작’이라는 경칩을 며칠 앞두고 경남 거창을 찾았다. 긴 추위의 끝자락 바람은 여전히 차가워 봄기운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서서히 봄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 2018. 3. 9.
시라카와고(白川郷)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첩첩산중이었고. 지붕이 뾰족하고 높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고. 추웠고. 처마밑까지 눈이 쌓여 주로 방안에 있었고. 방에는 큰 화로가 있었고. 외삼촌은 토끼를 거의 매일 잡아 왔고. 외할아버지는 매일 나무를 했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라는 나고야란다. 이 정도가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의 전부이다. 외할아버지 가족은 해방된 해 고향 순천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나이 아홉 살 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나고야를 거쳐 시모노세키까지 한 달이 걸렸고. 그곳에서 부산행 관부연락선을 탔다고 했다. 이곳은 시라카와고(白川郷)이다. 나고야에서 다카야마를 지나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했다. 시라카와고는 일본 전통가옥촌으로 어머니가 얘기했던 모습과 가장 흡사한.. 2018. 2. 24.
'무주 안성터미널' 문화공간으로 변신 [안성 문화터미널]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물자가 분주히 오가던 시골 버스터미널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전부. 북적거리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오랜만의 장터나드리에서 만난 이웃들의 사랑방 정도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무주 안성터미널도 마찬가지. 겨우 네댓 명 승객이 전부인 버스는 언제나 한산하다. 안성터미널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지역의 첫 관문인 터미널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관광 활성화 기반으로 삼는다는 취지에서 조성한 것으로, 전북도내 소재 여객자동차 터미널 34곳 중 공모를 통해 대상지 2곳을 선정했다. 무주군 안성 시외버스터미널은 사업 의지와 아트공간으로서의 잠재성 면에서 인정을 받았다. 안성 시외버스터미널 .. 2018. 2. 24.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8 / 전남 창평, 경북 함창 옛 사람들은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 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위안의 말일 수 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겨울이 따뜻하면 보리가 웃자랄 뿐만 아니라 병해충이 월동하여 그해의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얘기. 어느 계절이든 그 계절다울 때 가장 가치 있다. 추울 때는 추워야 하고 더울 때는 더워야 제맛인 법. 추운 겨울을 보내야 더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연 사흘 쉴 새 없이 내린 폭설, 그리고 보름 이상 지속된 한파. 연일 한파경보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울리고, 뉴스에서는 체감온도 영하 25도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며 무시무시한 추위를 알리고 있었다. 종일 걷게 될 것이라 조금 긴장은 했지만, 낯선 땅을 밟는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느림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창평과 함창을 다녀왔다. ▲.. 2018. 2. 18.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7 / 전북 김제시 만경읍·금산면 지평선 너머 새해 희망을 찾아 ▲망해사 뒤편 전망대에서 바라 본 만경평야.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붉은 노을을 기다렸지만, 날씨가 흐려 결국 만나지 못했다. 새해가 되면 꿈, 각오, 목표, 바람 등을 다짐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에서 새해를 맞이하는가’는 중요하다. 필자는 그동안 바다는 번잡하고 어수선하다는 생각에 주로 산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2018 무술년(戊戌年) 새해맞이 장소를 고민하다 산도 바다도 아닌 곳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지평선 뷰(view)가 펼쳐지는 곳, 광활한 평야 한가운데 서서 한없이 이어지는 땅의 끝을 향해 달렸다. 묵은 해와 새해의 경계를 넘어서는 곳, 그곳은 전북 김제 만경평야다. 광활한 평야지대인 만경읍과 금산사를 품은 금산면을 다녀왔다. ▲7.. 2018. 1. 22.
무주 향로봉 해맞이 행사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2018년을 여는 첫해를 만나기 위해 산과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가족의 건강과 한 해의 행운을 빈다. 무주에서도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무주읍 뒷산인 향로봉(420m) 정상에서 지역주민 200여 명이 새해 첫해를 함께 맞이했다. 2018. 1. 3.
겨울축제, 무주 초리마을 꽁꽁놀이 축제 겨울 놀이하면 눈썰매와 함께 단연 인기 최고의 얼음썰매가 있다. 어린 시절 추억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썰매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마도 끝이 없을 것이다. 하루 종일 눈과 얼음 위에서 놀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면 온몸은 흙투성이에, 젖은 옷은 또 어떤가. 어머니의 회초리가 기다리고 있지만, 눈과 얼음 위에 있는 시간에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추억의 얼음썰매라는 표현이 그렇다. 얼음썰매는 뭐니 뭐니 해도 만드는 사람의 기술이 속도와 테크닉을 좌우한다. 그런 이유로 손재주가 좋은 할아버지나 아버지 등을 둔 아이는 얼음판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좌우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썰매의 날부분. 만들 때는 사람이 앉을 만한 판자 양옆으로 각목을 대고, 그 아래 쇠붙이를 .. 2018. 1. 3.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6 / 충북 영동 도마령과 우두령 눈 한번 내리면 보름은 갇히는 심심산골서 사는 법 충북 영동 도마령과 우두령 산촌마을 바람이 차다. 코끝이 시리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계절, 12월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불타던 산하에 눈꽃이 피었다. 늦가을 정취를 염두에 두고 떠난 여행길에 눈을 만난 것. 하나 첫눈은 생명이 짧다. 아스라이 매달린 단풍잎이 애처롭다. 충북 영동의 두 고개 도마령과 우두령 자락 산촌은 이미 겨울 채비가 한창이다. 강원 영서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갯길과 첩첩산중 한가운데 자리한 오지마을들. 산 아랫동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서너 시면 해가 떨어지니 기운 또한 서늘하다. 옷깃을 여미고 고샅을 걷다 만난 촌로는 “뭐 볼 거 있다고 여기까지 왔냐”며 타박이다. 그래도 산촌 인심은 여전하다. 낯선 여행자에.. 2017. 12. 8.
겨울 산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2017.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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