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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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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지마을에서 하룻밤 매서운 한파가 한 풀 꺾인, 어느 봄날같은 지난 1월 초에 나는 강원도 어느 오지마을에 있었다. 그곳에서 이틀 밤을 먹고 자고 놀았다. 눌산은 여행가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고, 모르는 곳이 없는 오지여행가이다. 하지만 이제, 오지는 없다. 그저 오랜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과거에 오지로 불리던 곳들 대부분이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도 없고, 뜨근뜨근한 아랫목이 있는 오래된 집도 찾기 힘들다. 도로는 대부분 포장이 되었고, 전기가 들어오고, 전화는 빵빵 터진다. 오지여행가가 오지를 찾는 일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 되었다. 그렇다고 슬프거나 아쉬운 마음은 없다. 낡은 흙집이 번듯한 콘크리트 집으로 변한 걸 보면서 한평생 소원이었을 새..
오지 중의 오지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골, 눈길 13시간을 걷다. 우리 땅의 속살, 무인지경 아침가리골 20km 눈길 트레킹 구룡덕봉에서 새해 첫 해를 만나고 아침가리골로 향한다. 오지 중의 오지요, 삼둔사가리의 중심인 아침가리골은 오지여행 매니아들의 고향 같은 곳이다. 눌산 또한 이곳을 드나든지 20년이 넘었다. 아침가리골을 처음 만나고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오지여행가가 되었다. 아침가리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여전히 전기도 전화도 없다.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옥수가 흘러 넘친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수준이 변했다. 즉, 예의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말이다. 구룡덕봉 삼거리에서 구룡덕봉에 올라 새해 첫 해를 만나고, 다시 구룡덕봉 삼거리에서 아침가리골을 지나 방동약수가 있는 방동리까지 20여km 를 걸었다. 아침 5..
폐광촌이 예술공간으로... 영월 모운동 양씨 판화 미술관 강원도 가는 길은,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즐겁다. 그것이 일 때문이어도 상관없다. 강원도에서 만나는 사람, 산과 흙, 나무, 그 무엇하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강원도에서 살고 싶어 살았고, 떠나고 싶어 떠나게 되었지만, 20대 후반에 가졌던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여전히 강원도를 사랑한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진리 모운동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곳은 '산꼬라데이 길'의 입구인 예밀리라는 곳이다. 산골짜기라는 뜻의 영월 사투리인 산꼬라데이를 넘으면 모운동이다. 태풍이 지나간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추수를 앞둔 들녘에는 풍요로움이 넘쳐흐른다. 싸리재에서 내려다 본 예밀리 풍경 모운동은 폐광촌이다. 돈을 캐낸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망경대산 7부 능..
[이색마을] 함양 거기마을 경상남도 함양 해발 500m 산꼭대기 거기(居起) 마을 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를 나와 안의 방향으로 달린다. 이 길은 함양의 '선비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정자탐방로'가 화림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먼 옛날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영남의 유생들에게 남덕유산 육십령은 큰 고비였다. 높이 1507m나 되는 산 길을 60리나 걸어서 넘어야 했다. 화림동 계곡은 육십령 바로 아래에 있다. 선비들은 험한 고개를 넘기 전 화림동의 정자에 앉아 탁배기 한 사발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함양에는 지금도 옛 선비가 풍류를 즐겼던 정자와 누각이 100여 개나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정자와 누각을 엮어서 만든 길이 '선비문화탐방로'로 1구간 '정자탐방로'와 2구간 '선비탐방로'로 나뉜다. 화림동 계곡을 따라가다..
정선 민둥산 아래 발구덕마을 간만에 강원도 속살을 더듬고 왔다. 깊은 오지를 찾을 만큼 시간의 여유가 없어 대충 겉만 핥고 왔다. 그나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나에게 오지는 비타민이다. 먼 길을 운전한 피로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순간 만큼은 세상의 모든 흐름이 멈춘다.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 아래 발구덕 마을에 올랐다. 산 중턱에 있으니 올랐다는 표현이 맞다. 움푹 페인 구덩이가 8개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마을 주민들은 팔구뎅이라고도 부른다. 참 독특한 지형인데, 여기서 지리 공부 좀 하자. 위에서 보면 깔대기 모양의 분지가 여기저기 보인다. 학자들은 발구덕마을에 이렇듯 구덩이가 많은 이유를 '아래에 석회암 동굴이 있어 지표면과 통한 굴을 통해 흙이 자꾸 빠져 나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지형을 전형적인 ..
태백 철암역, 폐광촌 삼방동 살아 있는 근대화의 유적 철암역, 삼방동 벽화마을 여전히 탄가루 날리는 철암역 일대는 한 때 잘 나가던 동네였다. 동네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녔다나. 과거 철암의 화려했던 순간을 엿볼 수 있는 얘기는 또 있다. '대학을 안가면 탄광에 가라'는 말이다. 그만큼 광부란 직업이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때도 있었다. 우리나라 무연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며 당시 철암역 인근에 거주하는 인구가 3만에 육박하다보니 일대는 온통 상업시설로 가득했다. 하지만 다 옛말이다. 지금의 철암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철암역은 여전히 무연탄 수송기지의 역활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코레일에서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V-train''이 운행한다. 철암역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건너편 산자락의 삼방동 벽화마을을 둘러..
경상북도 봉화 '눌산' 눌산(訥山)을 필명으로 쓰고 있다. 아주 오래전 여행하다 만난 강원도 인제의 작은 암자에 계시는 스님이 주신 이름이다. "오십 넘어서 써~" 하시면서." 눌산의 의미도, 오십 넘어서 써야 하는 이유도 묻지 않았다. 무주에 살게 되면서 부터 눌산을 필명으로 쓰고 있다. 오십 넘어서 쓰라는 당부는 어겼지만, 눌산을 쓰고 부터 달라진 점이 너무 많다. 그리 나쁘지 않더란 얘기다. 그래, 좋은 이름이구나 생각하고 산다. 나름대로 생각한 눌산의 의미는 이렇다. 말 더듬을 눌(訥), 뫼 산(山). '산 처럼 묵묵히 살아라.'는 의미가 아닐까... 즉, '입다물고 조용히 살아라'는 얘기다. 무주에서 6년 살면서 그렇게 살았다. 아니,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이 펜션 때문에 블러그는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소통은 최..
경북 영양 반딧불이 벽화마을 오늘 하루 왕복 520km를 달렸다. 연재하고 있는 잡지 취재를 위해 다녀온 곳은 경북 영양의 오지마을. 오가는 길에 만난 풍경이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황토빛 토담과 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길, 산비탈에 촘촘히 심어진 고추밭도 다 그림이다. 영양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고추다. '1박2일'에 나왔던 바로 그 어르신 때문에 어린아이들까지도 영양고추를 안다. 또 있다. 산나물과 반딧불이가 그것. 안동댐을 지나 영양 땅에 들어서자 영양 특산물을 형상화한 버스정류장과 가로등이 눈에 들어 온다. 영양군 입암면 산해2리 마을 버스정류장이다. 반딧불이와 산나물, 고추를 머리에 이고 있다. 한 눈에 영양의 특산물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버스정류장이 있다지만, 영양의 버스정류장이 가장 눈에 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