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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산1606

나무하러 가는 길 나무터 가는 길입니다. 지난 겨울 수없이 지나다녔던 길이지요. 게으른 이 사람은 봄이되도 나무꾼 신세군요. 더디기만 하던 적상산 자락에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낙엽송 가지에 물이 올랐습니다.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막 돋아나고. 땅은 매말랐지만. 숲은 촉촉합니다. 길 한가운데 민들레. 놀라달라는군요. 또 놀았습니다. 게으른 나무꾼은 자꾸 게으름을 피울 수 밖에요. 오르락 내리락 적상산 자락을 서너번 돌아갑니다. 심심하지 않은 길이지요. 걸어가야 더 좋은 길. 드디어. 제 아지트군요. 이 숲길이 끝나면. 나만의 나무터이고, 놀이터입니다. 밥그릇 모양의 오목한 분지로 바람도, 황사도 못 들어옵니다. 오직 나무꾼에게만 문을 열어준답니다. 연 사흘 나무를 했더니 몸이 무겁습니다. 오늘은. 그냥. 산으로 갑니다. .. 2009. 4. 9.
주인의 생명 구한 의로운 개(犬) / 오수 의견 문화제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 전해오는 의견(義犬)이야기입니다. 주인의 목숨을 구한 의견의 고장 오수에는 이 의견을 기리기 위한 의견상과, 의견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가까운 지사면에는 개의 주인이었던 김개인 생가가 있고, 매년 '오수 의견문화제'가 열립니다. 오수라는 지명 또한 주인의 생명을 구한 의견과 관련이 있습니다.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에 살던 김개인(金蓋仁)이 술에 취햐여 잠이 들었는데, 때마침 들에 불이 나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를 따르던 개가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에 개울물을 적셔 불을 끄다가 지쳐 죽었다. 뒤늦게 잠에서 깬 김개인은 개의 지극한 마을을 잊지 못하여 개을 묻고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지팡이에서 싹이 나와 큰 나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오수(獒樹)라 부르고, 마을.. 2009. 4. 9.
'바람난 여인' 얼레지, 꽃이 질때도 멋지다. 늙어도 추해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나 곱게 늙길 원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겠지요. 고고한 자태의 얼레지도 어느 순간, 늙어 갑니다. 그 당당하던 자태는 어디로 가고 그 무엇보다 강하게만 느껴지던 대궁은 여린 바람에도 힘겨워합니다. 언제나 당당했던 여인은 그렇게 스러져갑니다. 얼레지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도 꽃잎 한장 버리지 않는 욕심쟁입니다. 대부분의 꽃은 꽃잎을 차례로 떨구어 냅니다. 동백처럼 봉우리채 떨구는 녀석도 있고요. 하지만 이 얼레지는 잔인할 정도로 끝까지 시든 꽃잎을 버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씨 하나만 달랑 맺혀 있는 대궁은 천천히 사라집니다. 여인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도합니다. 그렇다고 추해보이진 않습니다. 늙어 다 시들어버린 꽃잎이 애처러워보이지도 않습니.. 2009. 4. 8.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쌓여가는 장작을 보면. 적상산 '봄'은 무지 게으릅니다. 이제야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2009. 4. 8.
휴게소에서 만난 다양한 표정의 장승들 며칠전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역과 남대문시장, 명동을 갔는데, 공통점은 사람들 표정이 없습니다. 회색빛 도심과 무표정한 얼굴들, 서둘러 벗어나고 싶어지더군요.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어서겠죠. 뉴스가 없는 세상이라면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날 '1박2일'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웃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뉴스는 도저히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소식들 뿐입니다. 철창 속으로 휴가 떠나는 이 땅의 지도자들 뒷모습을 보면서 웃음 안나오죠. 서글퍼집니다. 커피 한잔 마시러 들어간 휴게소에서 다양한 표정의 장승을 만났습니다. 이 땅의 지도자들 보다 백배 천배 훌륭한 장승들입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다양한 표정이 재밋습니다. 개구쟁이 소년의 복장을 하고는 있지만, 표.. 2009. 4. 8.
동강의 신비 - 동강할미꽃, 동강고랭이, 돌단풍, 붉은뼝대 동강을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석회암 절벽을 동강 사람들은 '뼝대'라고 합니다. 강원도 사투리인 뼝대는 사행천(蛇行川) 동강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좌로 우로 수십 수백 번 굽어 흐르는 물길따라 양안은 이 붉은 뼝대가 도열해 있습니다. 동강을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니, 계림이니 하는 이유도 다 이 뼝대때문이지요. 더불어 이뼝대에는 보물이 가득합니다. '동강할미꽃'과 동강할배로 불리는 '동강고랭이', '돌단풍' 같은 희귀식물이 자랍니다. 지난주 내린 눈이 녹아 흐릅니다. 동강에도 '봄 눈 녹듯' 순식간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가뭄으로 매말랐던 강에는 생기가 돕니다. 붉은뼝대(절벽)에 둥지를 튼 삼총사가 모두 모였습니다. 동강할미꽃과 돌단풍, 동강고랭이까지. 봄이니까요. 돌단풍입니다. 가을이면 이파리에 단풍이 들어서.. 2009. 4. 8.
생(生), 활(活), 사(死) 문화가 공존하는 성주여행 - 칙칙폭폭 기차여행 사도세자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북쪽으로 사립문을 낸 북비고택 세종대왕자 태실에서 한개마을, 성산고분군으로 이어지는 태어나서(生), 일생을 살고(活), 죽음(死)에 이르기까지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융화된 성주는 안동의 ‘유교문화’와 경주의 ‘불교문화’, 그리고 고령의 ‘가야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권으로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참외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인 ‘성주참외’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인 4월의 성주는 온통 ‘노랑’ 일색이다. 비옥한 토지와 정감 넘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참외의 달콤한 맛과 ‘삶의 본질’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성주로 떠나보자. 1. 생(生), 세종대왕자 태실 우리나라 왕자 태실 중 가장 완전하게 군집을 이룬 형태로 조.. 2009. 4. 7.
봄의 여왕, 얼레지가 좋다. 그냥. 좋습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니까요. 어제 또 바람 폈습니다. 얼레지랑.^^ 밤나무밭 한가득 얼레지가 피었습니다. 누가 심어 놓은 것 처럼 말입니다. 얼레지만 보면 환장하는 사람이 이런 얼레지 군락을 보고 절대 가냥 지나칠 수 없지요. 그건 예의가 아니니까요. 얼레지도 기분 나쁘죠.^^ 이른 봄 피는 꽃은 많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요. 섬진강 봄꽃은 대한민국 사람들 죄다 불러모으지만 그건 나무꽃입니다. 매화나 산수유같은. 비슷한 시기 산중에는 땅꽃이 피어납니다. 키작은 풀꽃이지요. 키가 커야 한뼘 정도 하는 아주 앙증맞은 꽃들이 대부분입니다. 얼어 붙은 땅에서, 그 여린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저는 그런 땅꽃을 좋아합니다. 특히.. 2009. 4. 7.
[걷기 좋은 길] 섬진강 기차마을 강 건너 길 걷자! 두 다리 멀쩡할때. 두 다리에 힘있을때 걸어야죠. 유명 관광지는 휠체어 타고도 다닐 수 있으니까요. 걷기를 즐겨합니다. 등산보다는 산책 같은, 가벼운 걷기 말입니다. 무작정 걷기보다는 하나를 더해 걸으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오지를 찾는 오지트레킹, 들꽃을 찾아다니는 들꽃트레킹 같은 경우죠. 편한 신발과 걷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아주 경제적인 운동이죠.^^ 걷는데 특별한 길이 있을 수 없겠지만, 이왕이면 멋진 길을 걷는게 좋겠지요. 여기 소개하는 섬진강 길 정도면 최고의 트레킹 코스가 아닌가 합니다. 곡성기차마을 -> 기차타고 가정역까지 -> 강 건너 길로 걸어서 곡성기차마을까지. 곡성 기차마을 강 건너 길입니다. 증기기관차가 운행하는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구간입니다. 곡성역.. 2009.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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