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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159

강원도 길, 양구두미재 해발 980m의 양구두미재는 횡성 둔내에서 평창 봉평을 잇는 6번 국도상의 고갯길이다. 여행마니아라면 이 고개를 모를리 없다. 영동고속도로가 폭설로 정체될 때나, 남는게 시간 밖에 없는 느긋한 여행자들은 고속도로 보다는 이 고개를 부러 넘기도 한다. 양구두미재. 잿마루는 횡성과 평창군의 경계이기도 하다. 양구두미재는 태기산 8부 능선에 있다. 고개를 내려서면 전혀 딴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은 바로 휘닉스파크. 그리고는 곧바로 메밀꽃의 고장 봉평으로 스며든다. 태기산 자락은 워낙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허브나라, 흥정계곡, 이효석 생가 등. 밋밋한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 여행이 주는 묘미라면 구석구석 들락거리면서 만나는 풍경들일게다. 이른 겨울, 산아래는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비는 눈.. 2008. 11. 29.
옛길 트레킹 - 옥천 마티고개(말재)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에서 옥천 가는 길 금강휴게소에서 7.7km 거리에 있는 마티마을 앞 잠수교 마티고개는 금강(錦江)변 강건너 마을인 청마리 사람들에게 있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앞으로는 강이, 뒤로는 산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아이들은 고개를 넘어 동이나 옥천으로 학교를 다녔고, 어른들은 장을 보러 다녔다. 머리에 이고 지고 곡식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말끔히 포장 된 지금의 마티고개도 험하지만 포장되기 전의 길은 말도 못할 정도였다고. 허리를 90도로 굽혀야 만이 넘을 수 있을 만큼 경사가 급했다. 얼마나 험한 고개였는지는 청마리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을 보면 알 수 있다. 청마리에 사는 노부부가 옥천 장을 보기 위해 대추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섰다. 어렵게 잿마루에 올.. 2008. 11. 27.
옛길 트레킹 - 무주 사선암 고개 벌한마을 사람들이 무풍 장보러 다니던 길.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곧 잊혀진 먼 기억 속의 이야기로만 전해진다. 옛길이 그렇다. 옛길은 그 흔적을 더듬는 길이다. 조상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길이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그 고갯길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도 찾지 않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 고개를 넘었다. 사선암 아래 벌한마을, 눈씻고 찾아봐도 성한 것 하나 없는 마을은 그대로가 민속촌이나 다름없다. 벌한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거칠봉과 사선암(四仙岩),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탕건바위는 수호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거칠봉 일곱 명의 신선과 사선암 네 명의 신선이 두루 감싸고 있는 마을은 북향이지만 춥지가 않다. 열 한명의 신선이 마을을 .. 2008. 11. 26.
열 한명 신선 품에 안긴 무주 벌한마을 천하의 구천동도 부럽지 않은 골짜기 '무진장'으로 대표되는 호남의 오지 덕유산 자락, 구석구석 이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구천동의 한 지류인 벌한천 끄트머리에 있는 벌한(伐寒)마을은 아직도 인적이 드문 곳이다. 폭 5~6m의 작은 계곡에 지나지 않지만 사철 마르지 않는 맑은 물이 넘쳐흐른다. 가만가만 발뒤꿈치를 세우고 걷듯 자연과의 교감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깥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거칠봉(1,178m) 일곱 봉우리와 마주한 벌한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거칠봉 아래 나즈막히 자리 잡은 벌한마을 벌한마을은 나제통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두길리 구산마을이 들목. '구천동 한과공장' 입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폐교된 지 오래인 .. 2008. 11. 24.
'대근한' 하루 '대근하다.'는 '힘들다.' 또는 '피곤하다.'는 뜻의 무주 지방 사투리입니다. 충청도 방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니 '견디기가 어지간히 힘들고 만만하지 않다.'라고 나와 있네요. 무주는 전라도지만 충청남도 금산과 충청북도 영동을 접한 까닭에 전라도 사투리라기 보다는 충청도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접경 지역도 마찬가지죠. 전라남도 광양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와 뒤섞여 알 듯 모를 듯한 말이 나옵니다. '대근하다.'는 우리 동네 이장 님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일단 집에 오시면 첫 마디가 '대근햐~'로 시작합니다. 고추와 콩농사를 2천평 정도하십니다. 새벽이면 두부를 만들고, 요즘엔 나무하느라 무척 바쁘시죠.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아이고 죽겠네'가 있죠. 아마도 같은 의미일 겁니다... 2008. 11. 12.
첫눈 소식에. 어젯밤에는 폭설이 내린 꿈을 꿨습니다.^^ 얼마나 많이 왔는지 펜션으로 올라오는 길이 온통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차가 못 올라 오고 손님들은 걸어와야 했고요. 며칠 전 밤에 담은 사진을 보니 꼭 눈내린 겨울 풍경 같습니다. 과다 노출로 낙엽이 눈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곧 저런 그림을 만날 수 있겠지요. 초록이 붉게 물들더니 하얗게 눈이 쌓인 당산나무 말입니다. 강원도에 눈이 꽤 내렸다죠? 눈이 좋아 강원도에서 살기까지 했으니 첫눈 소식은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눈이 내렸다는 그곳으로 쏘고 말았을텐데....^^ 언젠가 방태산에서 9월 30일에 첫눈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계령에서는 5월에 눈을 보기도 했고요. 예전에 비해 눈이 많이 안오죠. 무주는 산악지역이라 눈이 많이 오는 지역입니.. 2008. 11. 11.
금강(錦江)의 속살, 방우리 가는 길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다가 대청호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해바다로 스며드는 독특한 흐름의 강이다. 그렇다고 직선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갈 지(之)자가 아니면 S자로 굽어지며 구절양장 산과 사람의 마을을 휘감아 흐른다. 무주-금산-영동 구간은 동강을 닮았다. 특히 금산의 적벽강은 영락없는 동강이다. 진안의 용담댐을 지나 무주에서 남대천을 받아 들여 덩치를 키운 금강은 금산과 영동 땅을 거치며 꼭꼭 숨겨진 오지마을을 만들었다.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와 방우리 일대가 그곳인데, 그것은 산을 넘지 못하는 강이 만들어 낸 이 땅의 속살과도 같은 곳. 산과 산 사이, 귀신도 며느리도 모르는 사람의 마을은 옛날에는 피난지로, 현대인들에게는 피서지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피난과.. 2008. 11. 1.
서걱이는 바람을 만나러 가는 길-만추의 칠연계곡 주머니에 손 하나 집어 넣고, 설렁설렁 숲으로 들어갑니다. 한 손에 마른 낙엽이라도 하나 줏어 들었다면 제법 폼 나겠지요. 서걱이는 바람이 길동무가 되어 줍니다. 가을숲에서는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습니다. 숲길에는 낙엽이 수북합니다. 푹신푹신한 고급 양탄자 못지 않은 탄력이 있어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감촉이 부드럽습니다. 숲길 산책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을 설 필요도 없습니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걷는 등산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좀 건방진 폼이라도 숲길에서는 다 용서가 됩니다. 길은 두 사람이 손잡고 걷기에 딱 좋을 만큼의 폭입니다. 등산로지만 비교적 한적한 곳입니다. 1.2km를 가면 이런 길과 만납니다. 동업령 갈림길에서 부터 300m는 투박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주차장에서 칠연폭포까지 왕.. 2008. 10. 31.
만추의 적상산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참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유산 자락에 있는 무주도예원에서 마당불축제가 있었고, 연이어 찾아 온 지인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했습니다. 언제나 열려 있는 집이다 보니 손님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접대를 해야 한다든가 하는 어려운 손님은 없습니다. 다들 알아서 잘 노는 분들이죠.^^ 이른 아침 적상산 산정호수를 찾았습니다. 전망대 부근 숲은 이미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본이 해발 천미터가 넘는 곳이다 보니 산 아래와는 전혀 다른 풍경입니다. 이른 아침 서걱이는 숲길을 걷는 기분, 상큼하죠. 서리가 내리고 부터 며칠째 아침 분위기는 이미 겨울입니다. 두터운 겨울 옷을 입고, 벽난로를 곁에 끼고 살아야 하니 말입니다. 적상산 전망대입니다. 양수발전소 구조물 중 하나인데, 조망.. 200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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