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요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간의 여름 휴가시즌에 발이 묶여 가지 못했다. 오늘, 대전과 전주를 동시에 찾았다. 7시간 동안의 도시 나들이 후. 몽롱한 이 기분, 참 낯설다. 자동차 에어콘 바람 때문이다. 에어콘 알레르기가 있어 무주에서는 가급적 문을 열고 다니지만, 도시에 나가면 어쩔 수가 없다. 머리가 아파 창문이 열리는 커피집에 들어 가 한 시간을 보냈다. 야옹이 다롱이 사료를 사고, 마트 구경도 했다. 사실, 마트에 가면 사람 구경이 더 재밋다. 도무지 딴 세상 사람들 같은 무표정한 표정들과 산더미 처럼 쌓인 물건들, 먹음직스럽지만, 선뜻 손이 가지않는 조리 음식들. 모든 게 넘쳐 흐른다. 그런데 왜 표정들이 그럴까. 맛있는 음식과 멋진 옷, 갖고 싶은..
2013. 8. 26.
참, 오묘한 세상이야
산과 계곡에는 피서객들의 고기 굽는 연기가 새벽안개처럼 퍼져 오르는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촛불을 든 사람들로 꽉 찼더라. 눌산은 매일 밤 펜션 손님들을 위해 숯불을 피운다, 또 촛불을 켠다. 현관 등을 끄고 촛불을 켜 놓으니 좋은 점이 많더만. 절전 효과는 기본이고,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날벌레도 없어. 하루 이틀 켜 놓고 보니, 보기도 좋아. 괜찮은 생각 아니야? 전력 비상이라는데. 나 하나 쯤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지. 알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건, 사실이니까. 한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서글퍼지더라는 거지. 아, 이 간사한 인간이여……. ‘자연’은 묵묵부답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 여름을 묵묵히 견디고 있잖아. 가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거지. 참, 오묘한 세상이야…….
2013.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