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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128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8 / 충북 황간·경북 가은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여덞 번째, 충북 황간·경북 가은 봄·여름이 교차하는 곳, 간이역에서 만난 연두 오는 봄날은 반가워도 가는 봄날은 슬프다. 1953년에 발표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처럼 말이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으로 시작하는 가수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역시 애잔하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봄은 화려하지만, 짧아서였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화려하고 찬란했던 봄꽃 대신,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초록이 있지 않은가. 화려하진 않지만 애기손톱 만한 이파리가 돋아 점점 초록을 향해 치닫는 색감은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느린 기차 타고 만나는 물길여행, 황간 충북 영동의 황간(黃.. 2017. 5. 25.
[산사랑] 이깔나무 숲으로 스며든 충북 영동 허동일 씨 가족 도시를 떠나 산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 충북 영동 허동일 씨 가족 사계절 중에 봄이 가장 짧다. 산천초목(山川草木)이 다 들썩이며 한바탕 꽃잔치를 치루고 나면 이내 반팔 옷을 꺼내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급상승한다. 그렇다고 짧았던 봄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숲에는 꽃보다 더 향긋한 초록이 우거졌으니.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산을 찾는다. 숲으로 난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산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산에 살고 싶다고. 충북 영동의 오지마을 여의리에 펜션을 짓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백일도 안 된 갓난아이를 안고 첩첩산중 한가운데로 들어간 이가 있다. 충청북도 영동에서도 가장 오지로 손꼽히는 학산면 여의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허동일(47) 씨다... 2017. 5. 5.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7 / 전북 무주·충남 해미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일곱 번째 / 전라북도 무주·충청남도 해미 4월의 꽃길을 따라… ▲ 금강변 마실길 20㎞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잠두마을 37번 국도 옛길에는 벚꽃과 복사꽃이 어우러진 환상의 꽃길이 열린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가을볕에 비해 봄볕 자외선 지수가 더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긴 겨울 끝에 만난 봄볕은 세상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옹기종기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따사로운 봄볕을 쬐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하다. 볕 좋은 한낮 낮은 토담 아래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누렁이는 또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바야흐로 꽃 피는 봄이다. 계절의 흐름이 빠르니 느리니들 하지만 이 꽃 저 꽃 피고 지.. 2017. 4. 19.
[한겨레신문] 섬진강 상류 따라 산길·강길 봄 산책 [ESC] 여행 전북 순창 섬진강변 강경마을의 야생차밭과 ‘예향천리 마실길’ 도보 여행 섬진강 상류 경치 중 첫손에 꼽히는 ‘장군목‘ 유원지. 요강바위를 비롯해 물살에 파이고 닳은 기묘한 바위들이 이색적이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는 올해도 어김없다. 이른 봄꽃 소식에 들떠 있던 때에 강원 산간에서 눈 소식이 들리더니 전국적으로 세찬 비바람이 연 사흘 몰아쳤다. 비가 그치고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세상이 벚꽃 천지다. 물오른 봄날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섬진강으로 달렸다. 섬진강 상류인 순창이다. 상류는 구례에서 시작해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 하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계곡이라기엔 넓고 강이라고 하기엔 폭이 좁은 물줄기다. 주로 암반으로 이루어져 백사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섬진강 상류 주변의.. 2017. 4. 17.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6 / 전남 목포·강원 도계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여섯 번째 / 전라남도 목포·강원도 도계 겨울과 봄 사이 느린 도시에서 시간여행자가 되다 소읍(小邑) 뒷골목을 걷다 보면 언제나 화분 몇 개가 놓여 있는 곳이 있다. 스티로폼이나 고무대야도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텃밭 대용으로 보인다. 먼 걸음 하기 힘든 어머니의 텃밭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발길 멈추고 허리 숙여 바라본다. 새순이 돋고 있다. 봄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얘기리라. 어머니의 텃밭은 봄을 기다리는 중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린다. 탄광도시 도계에서, 항구도시 목포의 뒷골목을 걸으며 수없이 만난 풍경이다. 산촌, 어촌 할 것 없이 우리 어머니들의 삶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근대문화유산의 보고(寶庫), 목포를 걷다 남도 끝 항구도시 선창가에서 때 아.. 2017. 3. 20.
[산사랑] 스스로 택한 느리고 게으른 삶, 피아골 한귀연 씨 스스로 택한 느리고 게으른 삶 / 지리산 피아골 한귀연 씨 19번 국도를 달린다. 곳곳에 ‘전망 좋은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른 봄여행에 나선 여행자들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가리키는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지리산과 섬진강, 19번 국도가 나란히 달리는 구례에서 하동 가는 길이다. 섬진강 하류에 다가갈수록 대숲의 초록이 일렁인다. 햇볕에 반사된 강물은 은빛으로 빛난다. 아직은 이르지만, 남도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기억 저 편에서 편안하게 쉬어 가시라 19번 국도가 지나는 이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이다. 곧 매화가 꽃을 피울테고, 이어서 산수유꽃과 벚꽃, 배꽃이 그 뒤를 잇는다. 꽃이 피어나는 순서는 어김없는 자연의 순리다. 봄이면 지리산 남쪽자락과 섬진강 .. 2017. 3. 8.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5 / 강원 양양·경북 춘양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다섯 번째 / 강원도 양양·경상북도 춘양 폭설 내린 골짜기서 만난 겨울 이제, 겨울답다. 춥고 눈 내리는 날이 잦다. 동·서해안을 중심으로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영동지방에는 올겨울 들어 세 번째 폭설이 내렸다. 양양에 사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배! 50㎝야, 빨리 와서 눈 치우는 것 좀 도와줘야겠어.” 말이 그렇지, 눈 치워 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눈 핑계 삼아 하던 일 멈추고 좀 쉬자는 얘기렷다. 후배는 요즘 손수 집 고치기에 바쁘다. 열일 제쳐 두고 동쪽으로 달렸다. ▲50㎝가 넘는 폭설이 내린 강원도 양양 어성전 마을. 강원도 양양 / 폭설 속에서 만난 따뜻한 겨울 양양 가는 길은 고속도로와 국도로 나뉜다. 목적지 중심의 여행자라면 고속도로를 탈 터이고, 과.. 2017. 2. 21.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4 / 강원 묵호·전남 구례 바다를 품고, 강을 벗 삼고 삶이 풍경이 되는 곳 / 강원 묵호항, 전라남도 구례 낮은 토담과 시멘트 블록 담장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고샅을 걷는다. 오롯이 견디어온 세월만큼이나 나이 먹은 검푸른 이끼가 뒤덮여 있고, 줄줄이 매달린 빨랫줄이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임을 말해줄 뿐이다. 더러 빈집과 빈터가 눈에 띈다. 아이들 웃음소리도,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통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나둘 떠난 자리는 부지런한 촌로의 텃밭이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오롯이 견디어온 세월이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길은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산다. 사람의 흔적이 뜸해질수록 담장 아래 이끼는 더 짙어진다. 허허로운, 소읍(小邑) 뒷골목 풍경이다. 한번쯤 뒤돌아보고 싶은 삶의 흔적들, 강원 묵호항.. 2017. 1. 24.
[산사랑] 우연한 발걸음으로 덕유산에 안착한, 정정용·김현정 부부 의미 있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은 새해 첫날에 산을 오르거나 바다로 향한다. 그곳에서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바라보며 한 해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설국으로 알려진 무주 덕유산은 일출 명소로도 소문난 곳이다.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설천봉(1,529m)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다시 20여 분만 걸으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인 덕유산 최고봉 1,614m의 향적봉이다. 12월부터 3월까지는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안개나 구름 등의 미세한 물방울이 급냉각 되어 나무에 얼어붙은 얼음꽃인 상고대는 덕유산 최고의 명물이다. 연간 70만 명이 방문하는 이러한 덕유산의 자연환경에 반해 아예 눌러 앉아버린 이들이 많다. 은퇴 후를 위한 준비로 시작한 펜션 어느 날 갑.. 2017.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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