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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3 / 충남 홍성·경남 의령 “뭐 볼 거 있다고 여까지 왔능교?” 소읍 기행 취재를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유명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하기 좋은 철도 아닌데, 취재할 만한 게 뭐 있겠냐는 식이다. 상권은 대부분 전국 어디에나 있는 체인점들이 점령을 했고, 골목과 낡은 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구멍가게는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5일 장터에는 현대식 마트가 들어앉아 도시의 흉내를 낸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 여전히 수십 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너무나 익숙하여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래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시대의 자화상을 담고 있는 소읍 기행 세 번째는 충남 홍성과 경남 의령이다. 천년 역사의 고장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충남 홍성 충남.. 2017. 1. 3.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2 / 충북 옥천·전북 정읍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도 모자라 이제는 ‘달리는 일등석’이라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등장했다. 속도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세상이다. 최소한 프리미엄급 정도는 되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쇠락해가는 소읍 이야기를 하자니 민망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속도나 편리함만을 추구하다가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고, 낡고, 깊은, 소읍의 뒷골목으로 떠나고자 한다. 소읍 기행 두 번째는 전북 정읍과 과 충북 옥천이다. 향수 30리길에서 만난 늦가을 풍경, 옥천 가는 날이 장날이다! 5일과 10일 열리는 옥천 오일장은 근동에서 가장 큰 장이다. 뻥이요~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옥천 읍내를 가로지르는 금구.. 2016. 12. 7.
[산사랑] 손수레 끌고 도보여행 다니는 곶감 농부, 박용민 씨 가족 눌산 (http://www.nulsan.net) 충남 금산에서 대둔산 자락 이치(梨峙)를 넘었다. 금산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전북 완주군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야트막한 산세의 금산 땅과는 달리,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는 기암절벽이 낯설다. 근처에서는 보기 드문 암봉으로 이루어진 대둔산 일대는 강원도 못지않은 산악지역이다. 오죽하면 대둔산을 ‘호남의 소금강’이라 했을까. 산세뿐만이 아니라 농가의 풍경까지도 다르다. 완주군 운주면 일대는 요즘 곶감을 만들기 위한 감 따기 작업이 한창이다. 30년 만의 귀향, 곶감농부로 제2의 인생 시작하다 운주면 소재지 직전에서 왼쪽 골짜기로 들어선다. 대둔산(878.9m)과 천등산(707m), 선야봉(755m) 아래 금당리와 고당리를 중심으로 금.. 2016. 11. 30.
전교생 18명인 산골 중학교 아이들과의 만남 “우리 수제비 한번 떠 볼까?” “네~~~” 수제비 정도는 다 안다는 얘기이고, 분명 전에도 해봤던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도시 아이들이었다면, 아마도 수제비 뜨자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을까? 전교생 18명인 산골 중학교 1학년 여섯 명과 함께 아홉 번을 걸었다. 일곱 명이 시작했지만, 중간에 한명이 전학을 갔다. 막막했던 첫 만남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내가 걸었던 길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얘기도 편안히 나눌 수 있었다. 순진하다는 말은 아이들에게 예의가 아닐 것 같다. 집중하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더라는 말이 맞겠다. 아이들과 나는, 길과 나무와 자연과 산촌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식을 전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만난 사람과 자연을 통해 얻은 경험을 얘기했다. 집중을 .. 2016. 11. 30.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 / 전북 순창·충남 강경 소소한 행복이 살고 있는 곳, 소읍을 찾아 / 순창·강경 [글·사진] 눌산 여행작가 혼자 오는 여자 손님을 숙박업소에서 받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 혼자 여행을?” “혹시?…”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거야”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었다. 지금은 감히 상상이 안 되는 얘기지만, 그때는 그랬다. 요즘은 어떤가. 혼밥·혼술뿐만이 아니라 혼여족이란 신조어도 탄생할 정도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여행을 해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됐다. 덕분에 여행문화도 변했다. 코레일의 자유여행패스인 ‘내일로’를 이용하는 ‘내일러(Railer)’들은 유명 관광지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만 다녔던 맛집을 찾아가고, 뒷골목에 스며 있는 ‘스토리’에 주목한다. 이제 사람들은 소소한 지역문화에 관.. 2016. 11. 21.
46년 동안 문 닫은 날이 딱 나흘뿐이었다는 쑥국집 46년 동안, 딸 시집보낼 때 하루, 친정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사흘, 그러니까 46년 동안 식당 문 닫은 날이 딱 나흘뿐이었다는 쑥국집 어르신은 아들 장가보낼 때는 서울에서 결혼식 마치고 내려와 저녁에 문을 열었답니다.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미안해서."밥 많이 묵어야혀. 요새 쌀금이 너무 싸서, 그것이 농민들 도와주는 길이여~""노래자랑 봐야씅게 찬찬히 많이 묵어 이잉~"깍두기 한 사발 더 갖다 놓으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전국노래자랑 봐야한다면서.허한 가슴 순식간에 녹아 내립니다. 사는 게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밥 한 그릇이면 족한데 말입니다. / 정읍 충남집 2016. 11. 21.
반천년의 숲 한동안 차가운 공기가 흐르더니, 며칠 새 가을빛이 완연해졌다. 뒤바뀐 세상은 갈팡질팡이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 서창마을 5백 년 마을 숲 2016. 10. 17.
[주간조선]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곳 '한갓진 옛길 걷기' [글·사진] 눌산 여행작가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경쟁이라도 하듯이 ‘걷기 길’을 만들었지만, 실상은 다르다. 만들기만 하고는 관리를 안 해 엉망인 길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보면 걷기 힘들 만큼 유실이 됐거나 차도를 걸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길’의 운명을 인간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길은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산다. 길도 숨을 쉬며 그 속에 생명을 잉태한다. 그러기에 수십,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다져진 길을 만나게 되면 그 길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명들과 함께 걷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른 가을빛을 찾아 가는 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걷기 열풍으로 왁자지껄한 장터가 되어버린 ‘소문난 길’이 아닌, 조금은 덜 알려졌지만 소소한 풍경과 느리게 걷는 여.. 2016. 10. 10.
[산사랑] '오직' 지리산이었어야 한다는 2년차 귀촌부부 이상대·김랑 씨 가족 가족여행이 삶의 최고의 목표이자 살아가는 원동력 눌산 http://www.nulsan.net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여름 내내 이어지다 보니 에어컨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다보다는 산으로 피서를 다녀왔다는 이들이 유독 많다. 한낮 기온이야 바다나 산이나 비슷하다지만 산중에는 열대야는 없다. 뜨거운 열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산아래 동네에 비하면 천국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열기가 사라진다. 나무 중에서 단풍이 가장 먼저 드는 벚나무의 이파리는 이미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첫눈에 반한 지리산 자락 ‘중산리’에 스며들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등산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중산리의.. 2016.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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