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묘한 세상이야
산과 계곡에는 피서객들의 고기 굽는 연기가 새벽안개처럼 퍼져 오르는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촛불을 든 사람들로 꽉 찼더라. 눌산은 매일 밤 펜션 손님들을 위해 숯불을 피운다, 또 촛불을 켠다. 현관 등을 끄고 촛불을 켜 놓으니 좋은 점이 많더만. 절전 효과는 기본이고,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날벌레도 없어. 하루 이틀 켜 놓고 보니, 보기도 좋아. 괜찮은 생각 아니야? 전력 비상이라는데. 나 하나 쯤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지. 알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건, 사실이니까. 한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서글퍼지더라는 거지. 아, 이 간사한 인간이여……. ‘자연’은 묵묵부답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 여름을 묵묵히 견디고 있잖아. 가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거지. 참, 오묘한 세상이야…….
2013.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