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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가을은 깊고도 짧다. -만추(晩秋)의 운문사 청도반시의 고장답게 마을마다에는 볼그스레 익어가는 감이 화려한 단풍 못지않은 빛깔을 뽐낸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감을 따기 시작하면 10월 중순에 이르러 앙상한 빈 나뭇가지만 남아 어느새 가을은 저물어 간다. 가을이 저물기 시작한 이쯤의 청도에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 구르는 소리로 가득하다. 영화 만추(晩秋)에서 바바리코트를 입은 김혜자의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한다면 누구라도 한번 쯤 폼 잡고 걸어보고 싶은 풍경이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운문사가 제격이다. 호랑이가 다리를 뻗고 기지개를 켜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호거산으로도 불리는 운문산 자락 깊숙이 자리한 운문사에 들어서면 먼저 거대한 소나무 군락이 반긴다. 호젓한 산사 여행의 첫 관문이다. 노송 군락 지대를 지나면 낙엽더미.. 2008. 11. 13.
'대근한' 하루 '대근하다.'는 '힘들다.' 또는 '피곤하다.'는 뜻의 무주 지방 사투리입니다. 충청도 방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니 '견디기가 어지간히 힘들고 만만하지 않다.'라고 나와 있네요. 무주는 전라도지만 충청남도 금산과 충청북도 영동을 접한 까닭에 전라도 사투리라기 보다는 충청도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접경 지역도 마찬가지죠. 전라남도 광양 사투리가 경상도 사투리와 뒤섞여 알 듯 모를 듯한 말이 나옵니다. '대근하다.'는 우리 동네 이장 님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일단 집에 오시면 첫 마디가 '대근햐~'로 시작합니다. 고추와 콩농사를 2천평 정도하십니다. 새벽이면 두부를 만들고, 요즘엔 나무하느라 무척 바쁘시죠.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아이고 죽겠네'가 있죠. 아마도 같은 의미일 겁니다... 2008. 11. 12.
첫눈 소식에. 어젯밤에는 폭설이 내린 꿈을 꿨습니다.^^ 얼마나 많이 왔는지 펜션으로 올라오는 길이 온통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차가 못 올라 오고 손님들은 걸어와야 했고요. 며칠 전 밤에 담은 사진을 보니 꼭 눈내린 겨울 풍경 같습니다. 과다 노출로 낙엽이 눈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곧 저런 그림을 만날 수 있겠지요. 초록이 붉게 물들더니 하얗게 눈이 쌓인 당산나무 말입니다. 강원도에 눈이 꽤 내렸다죠? 눈이 좋아 강원도에서 살기까지 했으니 첫눈 소식은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눈이 내렸다는 그곳으로 쏘고 말았을텐데....^^ 언젠가 방태산에서 9월 30일에 첫눈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계령에서는 5월에 눈을 보기도 했고요. 예전에 비해 눈이 많이 안오죠. 무주는 산악지역이라 눈이 많이 오는 지역입니.. 2008. 11. 11.
아름다운 길 - 모래재 가을 전주-진안 간 국도의 모래재 옛길입니다. 옛길이 주는 의미가 큽니다. 고개를 넘어 오가던 사람들의 온갖 사연을 담고 있는 곳이죠. 세월이 흐르면 옛길은 기억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라진 옛길을 찾아 터벅터벅 걸어보는 재미도 쏠쏠하죠. 기억 속의 온갖 사연들을 그려보면서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담은 따끈따끈한 사진입니다.^^ [Tip] 전주에서 진안 가는 모래재 옛길입니다. 담양이나 순창, 보성 등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많지만, 담양에 비해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진안의 마이산이나, 전주 여행 길에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전주에서 진안 방향으로 달리다. 화심 순두부 마을에서 우측 옛길로 접어들면 모래재를 넘게 됩니다. 고개를 넘어서면 바로 사진의 장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08. 11. 10.
42번 국도 - 새말에서 평창까지 강원도가 좋다. 어느 정도냐면, 강원도 번호판을 달아보는게 소원이었다. 결국은 강원도에서 4년을 살았고, 강원도 번호판을 달았다. 강원 넘버의 구형 코란도를 타고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다니면서도 촌놈이라는 X팔림 보다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그땐 그랬다. 그 만큼 강원도를 좋아했다. 아마도 그때는 강원도에 미쳤지 싶다. 새말에서 안흥으로 넘어가는 문재 그렇다고 이제와서 강원도를 배신하진 않았다. 언제나 마음의 고향으로 강원도는 곁에 있을 뿐. 보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고, 보듬고 뒹굴고 싶어 안달이 나지만, 가슴 한구석에 남겨두고 싶을 뿐이다. 안흥에서 만난 섶다리 강원도로 향하는 국도는 많다. 동해 북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56번 국도, 설악산 가는 길에 만나는 44번 국도, .. 2008. 11. 7.
가을을 닮은 도시, 밀양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 계절에 어울리는 도시가 있다. 밀양은 가을에 어울리는 도시다. 밀양은 그때도 가을이었고. 지금도 가을이다. 영남루에서 내려다 본 밀양강 딱 이맘때였다. 무척 추운날이었다. 입술이 다 부르틀 정도로 강바람이 매서웠다. 난 그때 밀양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삼랑진에서 부터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밀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몸은 지쳤다. 그때 주유소 트럭 한 대가 서더니 날 밀양역에 내려주었다. 그렇게 만난 밀양의 밤은 스산했다. 빈 들판에 홀로 내동댕이 쳐진 느낌이랄까. 쏘주 반병에 곧바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밀양강에서 만난 KTX. 느린 강과 빠르게 달리는 기차 내가 기억하는 밀양의 가을은 추웠지만. 밀양 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2008. 11. 6.
절절히 그리운 사람은 19번 국도를 타라. 19번 국도 타고 강원도 횡성 서석에서 충주 목계나루까지 여행을 참 많이도 했다. 오죽했으면 여행이 업이 됐을까.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여행을 왜 하느냐고. 그럴때 마다 난 그리워서 한다고 했다. 좀 근사한 말을 해주길 바랬겠지만. 난 그 이상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걸었고. 때론 차를 타고 국도를 달렸다. 좀 더 한적한 곳을 찾아 지방도로나 산길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4차선으로 뻥 뚫린 요즘의 국도는 재미가 없다. 빽이 없어, 인물이 없어서 인지 몰라도 아직 넓혀지지 않은 국도를 보면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아직 살아 있어서. 사는게 힘드냐. 그럼 떠나. 다가오는 친구에게 해주는 말이다. 어디가 좋아. 그냥 아무데나. 그냥 국도 같은데 말이야. 아. 19번 국도 좋다. 거기 가바. 녀.. 2008. 11. 5.
금강(錦江)의 속살, 방우리 가는 길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다가 대청호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해바다로 스며드는 독특한 흐름의 강이다. 그렇다고 직선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갈 지(之)자가 아니면 S자로 굽어지며 구절양장 산과 사람의 마을을 휘감아 흐른다. 무주-금산-영동 구간은 동강을 닮았다. 특히 금산의 적벽강은 영락없는 동강이다. 진안의 용담댐을 지나 무주에서 남대천을 받아 들여 덩치를 키운 금강은 금산과 영동 땅을 거치며 꼭꼭 숨겨진 오지마을을 만들었다.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와 방우리 일대가 그곳인데, 그것은 산을 넘지 못하는 강이 만들어 낸 이 땅의 속살과도 같은 곳. 산과 산 사이, 귀신도 며느리도 모르는 사람의 마을은 옛날에는 피난지로, 현대인들에게는 피서지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피난과.. 2008. 11. 1.
서걱이는 바람을 만나러 가는 길-만추의 칠연계곡 주머니에 손 하나 집어 넣고, 설렁설렁 숲으로 들어갑니다. 한 손에 마른 낙엽이라도 하나 줏어 들었다면 제법 폼 나겠지요. 서걱이는 바람이 길동무가 되어 줍니다. 가을숲에서는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습니다. 숲길에는 낙엽이 수북합니다. 푹신푹신한 고급 양탄자 못지 않은 탄력이 있어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감촉이 부드럽습니다. 숲길 산책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을 설 필요도 없습니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걷는 등산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좀 건방진 폼이라도 숲길에서는 다 용서가 됩니다. 길은 두 사람이 손잡고 걷기에 딱 좋을 만큼의 폭입니다. 등산로지만 비교적 한적한 곳입니다. 1.2km를 가면 이런 길과 만납니다. 동업령 갈림길에서 부터 300m는 투박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주차장에서 칠연폭포까지 왕.. 200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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